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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이 Aug 27. 2024

너에게 살구색 장미를 바친다


그륵그륵

쇳소리처럼 거친 숨소리와

컹컹컹컥

메마른 기침 소리가 섞여,

말도 못 하고 가만히 누워

초점 없는 눈빛으로

힘없이 바라보는 아이 앞에 누웠다.



붉은색 시럽 덕분에

불덩이처럼 뜨거웠던 이마는

그나마 진정이 되었고,

겨우겨우  잠들어버렸다.

축 처진 아이 얼굴 앞으로

나의 얼굴을 갖다 대었다.

각도를 잘 맞춰서...



새근새근

낮고 작고 여린

콧대와 입 중간 즈음,

나는 입을 벌린 채

있는 힘껏 숨을 들여 마셨다.

아이의 날숨에

나는 들여 마신다.



아이가 걸려버린

감기 바이러스가 내게로 오기를

속으로 중얼거렸다.

의사가 처방해 준 약과

옆에서 도닥거려 주는 게 전부였던

그래서...

아파하는 아이를 보고 있는 게

너무나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

.

.


그런 순간들이 있다.

모든 엄마는

.

.

.


미련스럽게도

몸속 세포들이

엄마이기 전에

여자였던 DNA를

기억한다는 것이다.



달려보고도 싶고

빠져보고도 싶고

우직해보고도 싶고

비밀도 가져보고 싶고

.

.

.


그러다 뭔가 일이 뒤틀리면



내가 집 밖이라서 그른가

내가 책을 안 읽어서 그른가

내가 밥을 안 차려서 그른가



자책을 하곤 한다.

그것이 전혀 맞지 않는

엉뚱스러운 부질없는

생각임에도,

모든 화살을 스스로

본인을 향하게 조준한다.



아이를 밟고

올라서고 싶은 엄마는

세상에 없다.

.

.

.


단, 하나도 없다.



너에게 살구색 장미를 바친다 (by. 새콤달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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