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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이 Apr 03. 2024

행복하거든 기를 쓰지 마라




"행복해야 해"

"너는 꼭 행복해야만 해"



그때는 몰랐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별을 마주한 남자가 

그저 쿨내를 풍기며 내뱉는 말이려니 했다

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모른 채.



"행복해야 해"

"너는 꼭 행복해야만 해"

"알았지? 행복하겠다고 약속이다"



여전히 몰랐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첫사랑을 마주한 남자가

그저 추억을 회상하듯 내뱉는 말이려니 했다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모른 채.



"  나는 행복한가 "



새끼손가락을 건 것도 아니고

도장을 찍어 문서화해 놓은 것도 아니고

흐느낌과 상냥함 그 중간 어디쯤에 가까웠던 그 '말'은

바람처럼 날아가 공기와 섞여 소멸될 법하건만



"나는 행복한가 "



약속을 지켰을까?

내가 행복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순간

삶이 무너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 약속 지켜내려고 오늘도 나는 기를 쓴다.



행복하거든 기를 쓰지 마라 (by. 새콤달콤)




노란색 낙엽이 휘날리는 길목 한 구탱이에서, 우연히 첫사랑을 만난 적이 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쿨내를 풍기며 가볍게 안부를 물어왔다. 그리곤 그때처럼 행복해야 한다면서 같은 말을 강조했다. 


첫사랑은 내가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랬다.


계절이 여러 번 바뀌고, 이별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된 나이가 되었다. 첫사랑은 나로 인해 충분히 아파하고 아파했던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나를 향한 애정이 얼마나 깊었는지도 이제야 짐작이 간다.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 자존감을 지켜주었던 남자였다.


'멋진 첫사랑'을 갖고 있음에 감사하며, 앞으로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겠다. 행복하게 살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는 인간 본연의 권리이니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멋진 이별이란 세상에 없다.

억지 행복도...




시와 에세이의 만남, 시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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