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고 기록하고 #10
모처럼 날이 좋은 날, 산에 올랐다.
늘 그곳에 있지만 갈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산.
오늘은 내가 그 사이 수백번은 올랐을 '이 산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워낙 큰 산이기도 하고 바라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보니 이 산은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소개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멀리서 보는 나, 내가 아는 나, 내가 내려다 보는 내가 다 다를 것이다.
멀리서 보는 남들은 모르는 보석같은 모습도, 들키고 싶지 않은 추악한 모습도
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듯 그렇게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는 '나'도 나일 것이다.
우리는 평생, 나의 모든 모습을 다 볼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바라본 내 모습은 얼마나 나에 가까울까? 내가 보는 내 모습은 내 전부일까?
스스로를 잘 안다고 자부하던 마음을 잠시 접고 겸손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