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죽음
죽음이 하얀 건
검음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연기 속에 흐트러진 하얀 자국들은
깃에 흩날려 스치면, 몇 번이고 죽어
검음으로 사라진다.
하얀 자락에는
무수한 검음의 반복이 새겨져 있다.
반복되는 과거의 궤적들은
온통 하얗다가도, 검다가도
무색으로 무의미한 것이다.
흰 목련이 애정이 가는 건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봄볕에 만개해
햇빛의 배신으로
그 무엇도 사랑하지 못하고
어슬렁거리는 발자국처럼
봄을 온전히 가지지도 못한 채
흰 종잇장처럼 겹겹이 바닥으로 기어들어가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꽃잎이 거무죽죽한 갈색으로 짓이겨
뭉개지더라도
그 안에서 하얗고도 하얀 그 색을 본다.
그래서 목련이 좋다.
그 죽음은 지울 수 없다.
하얀색은 지우지 않는다.
하얀 죽음으로 되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