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물이 느껴진다. 잔디밭 자잘한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 듯.
몸을 스치는 흐름을 알아차리는 건 즐거운 일이다.
흔들거리는 물결이 닿는 건 기분 좋은 바람을 맞는 것 같다.
평영을 할 때 이 흐름을 느끼기 쉬웠다. 다리를 차고 몸을 쭉 뻗는 개구리 수영이 잠깐 생긴 멈춤에 물을 만끽하기 좋았다.
평영은 살짝은 여유 있게 해야 했다.
손을 모을 때는 숨을 들이마시며, 팔을 뻗을 때는 훅하고 빠르고 깊숙이 두 손을 찔러야 했다. 이 동작을 같은 리듬으로 하면 잘 나가지 않았다. 천천히 할 때와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를 잘 섞어 줘야 했다. 그래야 잠시 멈춘 듯 하지만 물결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해야 쉽게 갔다. 땅에 두 발로 서서 생각하느라 무게중심은 머리에서 다리로 내려앉는다. 그러다 주저앉는 것이다. 팔부터 발끝까지 여기저기 신경을 두며 제자리일 땐 앞으로 가야 할 흐름을 어지럽혔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바꾸면 제자리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 흐름에 탄다.
지금은 물의 흐름에 둘러싸여 있음을 느낀다. 움직임을 잊고 그저 앞으로 가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