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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Oct 07. 2022

2020.08

8월 1

#엄마의말이주는에너지

7월에 당일치기로 제주에 다녀왔다. 내가 하루 만에 제주도에 다녀왔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라거나 체력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당일로 다녀온다는 생각 자체에 놀라워하기도 한다.

그게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마음, 일단 해보자는 마음, 생각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추진력 덕에 무모함 속에도 즐거운 경험이 많았다. 그리고 그 끝을 경험했기에 이제는 그 일들이 하나로 모인다고 요즘 느낀다.     


조금 무리여도 경험에 있어서는 무조건 해보라며 힘을 실어주던 엄마. 

엄마의 부재 후 말과 기운으로 품어주던 에너지가 존재의 그리움과 동의어로 다가온다. 


엄마가 바로 눈앞에서 말해주지 않아도 믿음 안에서 종교 안에서 함께였기에 엄마가 자주 하던 말이 귓가에서 들린다. 그리고 꾸준히 가까이에서 지속적으로 말해주는 것에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부재 속에서도 체험한다.     

엄마는 말의 힘을 알았기에 누군가 나이 탓하는 말이나 그런 불평불만에는 유독 민감했다. 


어떤 일에서 나이 들어서 그렇다는 말을 들으면 엄마는 

“지금이 제일 젊은 날이야. 

나만 나이 드는 것 아니고 세상 모두 공평히 나이 드는데 뭐 나이 드는 걸로 억울해 해!”라는 말을 했고 

지금은 그 말을 딸인 내가 고스란히 할 때도 있다.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엄마의 말.     


“누릴 수 있을 때, 만끽해!”

“하늘, 좋은 날씨, 구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노래. 지금 좋은 걸 생각해!”          


8월 18

#여전히등대같은엄마


엄마는 엄마가 속한 모임에서 대부분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언니 고등학교 학부모로 만난 분들, 나의 유치원 학부모로 만나 동네에서 오래 언니 동생처럼 서로 챙기던 분들과 모임이 있었는데 동네에서 번개로 식사하러 가거나 이태원에 쇼핑 갈 때도 거의 엄마를 중심으로 모였다. 


성당에서는 성모회란 단체에 속해 봉사하셨다. 성모회에는 매주 모여 나눔을 하거나 기도하기보다는 미사 후 떡 나눔 봉사를 하고 한 달에 한 번 수녀님과의 기도와 회의에만 참석하셨다. 성당 안에서는 특정한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지 않고 봉사만 하셨지만, 엄마가 성당에서 성지순례를 갔을 때 친해진 몇몇 분들과는 깊은 인연을 이어갔다.      


내가 성당에서 활동하거나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삼는 지침에는 엄마의 말이 많다. 그 가운데 최근에 다시 떠올라 고개를 끄덕인 말이 있었다.     


모임에서 현재 그 자리에 없는 사람 이야기하지 말 것.

말하지 않는 것 궁금해하지 말 것.

좋은 일로 한 턱 내는 사람이 있으면 기쁘게 먹을 것. 

불평, 불만하는 것, 그것도 습관이다.     


엄마에게는 유머가 있었고 누군가를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았으며 뒷말도 하지 않으셨다. 

지인들과 함께 교외에 나가면 그날 운전한 분은 식사 값 등은 내지 않게 했고 다음에 또다시 모일 때는 돌아가며 다른 차로 이동하고는 했다.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을 엄마는 정말 잘 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엄마 곁에는 엄마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시원시원해서, 언니가 있어야 정리 정돈이 돼서, 결단이 분명하고, 지혜로워서,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해서, 목소리에 힘이 있어서, 정이 많아서.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수식어는 이런 말들이다.      


아내와 엄마 역할도 충분히 잘 해낸 엄마지만, 분명 다른 일도 잘했을 거다.     

엄마가 인생에서, 신앙 안에서 등대 같은 존재였다는 것에 감사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엄마는 등대다.


2018년 여름, 제주도 치유의 숲에서 엄마.

이 글을 공유하는 오늘은 10/7. 로사리아의 축일이다. 

엄마와 가까웠던 수녀님, 또 가까운 분에게 메세지가 도착했다. 

같은 사람을, 존재를 그리워하는 마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마음에 감사하고,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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