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그리워지는 곳
집을 비우고 떠나온 지 13일 차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소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선우정아가 노래했듯이
나는 원래 소띠니가 괜찮을 거라면서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그래도 떠나온 시간이 길어지고,
짧은 산행 끝에 이어진 가벼운 감기와 과식으로 인한 체함 증상 등
컨디션 난조 상황을 겪으니 집 생각이 난다.
30여 년을 살았던 서울이 아닌, 비수도권의 외지에 위치한 낡고 작은 내 집이.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 모두들 나에게 말했다.
‘이제 서울로 다시 가겠네.’
서울에 사는 친구들도 말했다.
‘그럼 이제 다시 서울로 오는 거야?’
그러면 나는 답했다.
‘일자리가 구해지지 않으면 가겠지만, 당분간은 있을 거야.‘
이렇게 말하면서도 사실 나는 헷갈렸다.
이제는 아무런 이유도 없는데, 내가 계속 이 지역에서 지내야 할까.
내가 이 동네에서 살 수 있을까.
문득문득 찾아오는 질문을 막아낼 수 없었고, 막지 않았다.
떠나오니 내 마음이 보인다.
내가 얼마나 내 집을, 새롭게 정착한 그 동네에서 안락함을 느끼는지.
돌아가면 더 굳게 뿌리내릴 방법을 열심히 찾아야겠다.
그나저나 내 튤립과 다육이는 잘 있으려나.
물을 줘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