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우리가]

by 사막의 소금


눈을 깜빡일 때마다

달라지는 나의 세상은

무엇에 숨이 붙어 있는지도

알 수 없게 어지럽다


눈을 감으면 네가 보이고

눈을 뜨면 우리가 보인다


깊은 어둠에 빨려가듯

초점을 잃은 눈은

무언가를 보려 해도

자꾸만 어딘가로 나를 데려간다


희미한 목소리와 미지근한 숨결

누구의 것인지 모를 소리는

아직도 귓가 어딘가에 머문다


귓바퀴 안쪽,

주인 몰래 숨어 사는 셋방살이처럼

잊을 만하면

그 존재를 드러낸다


재잘대는 소리와

그 끝에 매달린 웃음소리는

여전히 정겹다


하지만 사람의 것이 아닌 듯한 울음이

물기 가득하게 터져 나온다


재촉하는 부름에

감각은 겨우 자리를 찾고

여전히 오고 있는 마음을 얼른다


그제야 따라오는

일그러진 얼굴은

웃고 있는 건지,

울고 있는 건지

재빨리 모습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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