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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Sep 11. 2020

빨강머리 앤의 감성 더하기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감성 육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파를 싫어한다. 바쁜 일상 속 무표정들은 빠르게 걷는다. 누군가가 감성적이라면 덜 바빠서 그런다  핀잔을 준다.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감상적인 말로 응원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청춘드라마 찍냐?"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감성에 빠져 허우적거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각박한 내 삶에 빛나는 소금 같은 감성은 분명 내 삶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어릴 적 내 기억 속 말괄량이 소녀 빨강머리앤은, 어른이 돼서 다시 보니 햇살 같은 소녀였다. 고아였지만 당당했고, 주눅 들지 않았으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멋진 아이였다.


빨강머리앤은 아름다운 길을 달려 초록지붕 집에 왔고, 여자아이가 아닌 남자아이를 원했던 매튜와 마릴라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에 남아 그들의 가족이 되고 싶은 열망을 매 순간 표현해 마음을 움직이고, 가족의 일원이 되어 마음껏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꼈다. 빨강머리앤은 사랑스럽고 감성이 풍부했으며, 결국 행복했다.


빨강머리앤의 한 장면


삶에, 아이와 함께 하는 육아에 감성을 더하는 방법, 한 번 알아보자.




빨강머리 앤의 감성 더하기 


1. 벅차게 감사하고 깊이 사랑하라     


아기가 태어나던 순간 기억하는가? 처음으로 내 품에 안겨 미소 짓는 아이를 보며 우리는 모두, 내 아이가 부디 건강하길, 아프지 말길, 행복하고 웃음이 많은 아이로 자라나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육아전쟁 속, 내  곁에서 나의 세상이 되어주고 있는 아이라는 존재에 감사함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를 닮은 아이의 예쁜 눈동자에도, 까불까불 온 집안을 난장판 만들어 놓는 짓궂은 장난에도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아이와 함께 하는 하루가 훨씬 행복할 것이다.      

   

언젠가 흥미롭게 읽었던 '감사의 힘'이란 책에서, 재규어에게 물려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남은 여성 앤의 이야기가 가슴에 오래 남았었다. 그녀가 물린 곳은 목의 정맥에서 겨우 몇 미리 떨어진 지점, 그녀는 정신을 잃기 전, 남편 제임스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에 대한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선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해 재규어를 밀어냈다. 수술 후 깨어나 남편에게 가장 먼저 한 말, Thank you.  


누군가는 죽음 앞에서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더 잘해줬어야 했는데, 보답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하고, 사랑하자.



2. 상대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기     


아이가 낮잠도 안 자고 자꾸 떼를 쓴다. 이제까지 계속 놀아줬는데 더 놀아달라고 한다. 그럼 우리는 너무 힘들다. 그런데, 내 입장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해보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집안일이 밀려있으면 나는 아이와 함께 한다. 청소도 션과 함께, 빨래 개는 것도, 빨래를 세탁기 넣는 것도, 요리를 하는 것도 항상 함께 한다. 물론 손이 더 가기도 하고, 한 일을 다시 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애 자면 후딱 다 해야지 하는 조급한 마음은 안 들기 때문이다. 아이도 엄마랑 함께 하니 즐거워한다.      


션이 3살 때. 낮잠을 잘 자고 일어난 후 이유 없이 울어댔다. 달래줘도 울고, 안아줘도 울었다. 그 좋아하는 젤리를 쥐어줘도 펑펑 울었다. 그리고는 괜히 심술이 나서 책도 던지고, 엄마 미워! 아니야! 싫어!라는 부정어들을 내뱉었다. 화가 났지만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다그치지 않고 안아주고 달래주었다.


우리도 가끔씩 특별한 이유 없이 짜증이나 심술이 날 때가 있다. 괜히 틱틱거리고, 차가운 말을 내뱉기도 했던 경험,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그때 누군가가 나를 비난하면 민망하고 부끄러우면서도 더욱 짜증이 치솟았다. 괜히 더 불만을 토로했고, 뭔가 내가 더 짜증을 내도 되게 하는 거리를 찾으려 애쓰게 되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오늘 심기가 좀 불편하구나~ 하며 나를 이해해주면 먹구름 가득했던 마음에 햇살이 비치고 기분이 풀렸다.


우리도 그런 적이 있다. 이유 없이 반항심이 가득한 순간들. 내 아이도 똑같다. 그리고 내 아이는 아직 어린아이이다.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여유는 인생에서 꼭 필요하다.      




그런데 가끔 모든 것을 지나치게 허용하는 부모들도 있다. 내 아이니까 다 괜찮아하는 부모 마음.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때도 필요시에는 훈육이 꼭 필요하다. 짜증이 날 수는 있지만 엄마를 때리며 안 된다는 것. 화가 나더라도 책을 던지면 안 된다고 확실히 알려주어야 한다. 사과를 하게 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도 좋다.


아이는 자라나며 부모의 품을 벗어나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고 그곳에는 부모만큼 이해심이 넘치는 사람들도 적거나 없을 것이다. 과잉보호로 자란 아이들은 역경을 극복하려는 의지도, 실패에 일어서는 근성도 없다. 내 뜻대로 안 되면 깽판을 치기도 한다. 즉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줄 때와 따끔하게 훈육을 해야 할 때를 알고, 아이가 집에서도 또 어디에 가서도 매너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감사하는 법을 알고, 상대의 마음을 생각해본다면 우리 삶은 더욱 편안해진다. 마음이 편해지면 그땐 보일 것이다. 반짝이는 아침햇살도, 가슴 벅찬 저녁노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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