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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Sep 15. 2020

빨강머리 앤의 감성 더하기 2

감성 육아

헬렌 켈러,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겠다. 둘째 날은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리라. 셋째 날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거리를 보고 싶다. 단언컨대,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다.”


우리는 볼 수 있다. 하지만 보지 못하기도 한다.


봄에 피는 은은한 벚꽃은 느낄 수 없다면 그냥 꽃일 뿐이고, 가을비 내리는 촉촉한 오후도 마음의 눈과 귀를 닫는다면 그냥 비일 분이다.


감성적이 된다는 것은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고 하는 노력인 것 같다. 이러한 마음은 아이와 엄마의 하루하루를 더욱 행복하고 풍성하게 해주는 예쁜 자극이다.  



볼 수 있어 좋다



빨강머리 앤의 감성 더하기 



3. 공감하는 능력 키워주기     

 

몇 년 전, 션과 함께 노아의 방주 책을 읽었을 때,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어떤 동물이 있는지 동물 찾기만 했지만, 이 책을 열 번, 오십 번, 백번 읽다 보며 이제 우리는 책에 나오는 것들에게 공감해보는 연습을 하곤 했다.


“션, 노아 할아버지 방주에 못 탄 동물들은 어떤 기분일까?”


방주에 타지 못한 동물들


비가 많이 내리는데, 배에 타지 못하고 무릎까지, 점점 더 목까지 차오르는 물을 맞으며 서 있는 동물들. 내가 던진 질문에 션은 침울한 표정으로 “Sad 슬퍼요”라고 답을 했다.


같은 책에서, 비둘기가 나뭇잎을 물어오자 노아 할아버지가 그 나뭇잎을 동물들에게 보여주며 환호하는 장면이 나온다.


“션, 노아 할아버지하고 동물친구들은 나뭇잎을 보고 기분이 어땠을까?”


비둘기가 나뭇잎을 물고 왔다


션은 반짝 거리며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잔뜩 신나 했다.



     

이렇게 책을 통한 공감 연습도 좋지만, 일상에서 아이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 이 공감을 활용해도 좋다. 날이 엄청 추운 겨울, 신랑이 퇴근하고 지하철에 내려 한 십여분을 걸어 올라와야 하는데, 날도 춥고 비도 내리고, 우산 하나 들고 십여분을 걸을 신랑이 안타까워 션에게 말을 했다.


션, 창 밖을 보세요. 날씨가 어때요?


Rain. Cold. (비 와요. 추워요.)


아빠가 회사 갔다가 이 추운 날씨에 Walk Walk for a long time (오랜 시간 걸어서) 하면 너무 힘들 것 같은데. 우리 아빠 데리러 엄마 빠방 타고 갈까요?


Yes!     


이런 화법은 아이의 공감능력을 길러준다. 그냥 아빠 온대, 나가자! 하고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상황을 이해하고 고생할 아빠를 위해 마음으로 원해서 행동할 수 있도록 부모는 노력해야 한다.        


 

아끼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


  

4. 나는 참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인생의 감흥을 찾는데 왜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걸까? 많은 엄마들에게 꿈이라는 것을 물으면 보통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답한다. 중요한 키워드는 가족, 그리고 행복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족과 갈등을 겪기도 하고, 서로를 원망하거나 비난하기도 하며 불행한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내 마음이 아프면 절대 내 인생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다. 창밖에 가을비가 내려도, 크리스마스에 함박눈이 내려도 내 표정은 밋밋할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하는 갈등을 없애는 방법은 바로 서로가 서로를 완벽하거나 멋지고 훌륭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고 보통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 남편도,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도, 친구들도, 아이도 정말 지극히도 평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럼 기대를 줄이게 된다. 기대를 안 하니 실망도 안 하게 되고 서로 원망하거나 미워할 일도 줄어든다.


사랑하자


아이가 성장하면서 의젓한 모습을 보이자 우리 아들은 정말 대단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같이 문화센터에 다니는 아이는 엄청 부잡하던데 우리 아들은 얌전히 앉아서 선생님 설명 잘 들으니 멋지다고 최고라고 속으로 엄청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가 더 성장을 하고 자립심이 생기며 선생님 말씀을 안 듣고 까불거리는 일이 생겼다. 감당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네가 감히!!!!"


실망스러웠다. '왜 이러지? 이런 애가 아닌데.’ 아이에게도 언성을 높이고 핀잔을 주게 되었다. 션이 밥을 먹다가 돌아다니고 음식이 묻은 손으로 온갖 것을 만지고 다닐 때도 너무 당황스러웠다.


‘내 아들이 왜 저러지? 저런 애가 아닌데.’


그러다 그냥 인정해버렸다. 우리 아이도 영락없는 아기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평범한 아이. 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장난감을 우당탕 쏟아 난장판을 만들어놔도 그래 원래 이맘때 아이들은 다 그러니까, 화가 나기보다는 이해를 하게 되었다. 엄마 화장품을 다 열어 망가뜨려놔도 아이의 행동에 기겁을 해서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이런 난리를 쳤네 봐주게 되었다.


아이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아직 어린 아기는 그럴 수 있지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아이에게는 넓은 아량을, 깊은 이해심을 보여주지만 또 큰 사랑과 아이의 존재 자체의 소중함에 대해는 아낌없이 말해주셔야 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겠다.       


이렇게 넓은 아량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면 상대가 무언가를 해내는 결과물보다는 함께 하는 과정에 더 집중하게 된다. 옆집 아이는 젓가락을 잘 쓰는데 내 아이는 포크도 제대로 못써도 괜찮았다. 그냥 어떻게든 맛있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내 아이가 영재반에 못 들어가도 당연히 괜찮은 것이다. 보통 사람에게 평범한 사람에게 엄청난 결과물을 바라지 않게 되는 것은 정말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감성적이 되자. 하루하루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자. 주변의 것들을 천천히 둘러보자. 나무 위 새도 보이고, 아이스크림도 더 맛있고, 내 아이 미소도 더 예쁘다. 감성적인 사람은 경쟁의식을 하며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 커피 한 잔 들고 천천히 걸으며 주변 경치를 감상한다.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는 인생에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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