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현 Nov 14. 2017

토마토데이의 질문,
"What do you do?"

'해보지, 뭐'로 모인 디모스의 1주년 기념 모임, 임팩트 투자 이야기

지난 11일 토요일 저녁 효자동의 모임공간 아티잔에서 디모스 멤버들이 1주년 기념 '토마토 데이'를 가졌습니다. 모임 이야기와 함께 지난 몇 달간의 임팩트 투자 진행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모임의 흐름

소셜 임팩트 투자 계모임 디모스는 지난 1월부터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개인이나 공간을 찾아 그곳을 후원/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서는 '세상에는 소셜 투자하는 계모임도 있다'를 통해 소개한 바 있고, 멤버들이 제안한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면면은 '디모스가 주목한 소셜 프로젝트 (상), (하)'를 통해 자세히 다뤘습니다. 디모스 멤버들이 누군지 궁금한 분들은 디모스 멤버들을 소개한 글을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6월과 7월 모임에서는 임팩트 투자 지원/기부를 제안할 팀을 알아보고 직접 접촉한 결과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논의가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었는지, 참여한 분들의 모습과 분위기는 어떤지는 디모스 멤버인 스타가 지난 매거진 글에서 잘 스케치해주었습니다. 가볍게 읽어보세요 :)



디모스를 관심있게 지켜보시는 한편으로 "디모스는 의사결정이 왜 그렇게 느리냐?"며 애정어린 핀잔을 주는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이번 모임에서 들었습니다. 매달 5만원씩 모은 360만원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지만 그걸 어떻게 쓸지 6개월이나 걸려서 토론을 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거죠.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마음으로 동의하고 지지하는 결론을 내기 위한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추구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크게는 만날 때마다 늘 서로의 근황을 듣다 보니, 또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나누어 먹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사실은 회의를 하는 게 아니고 음식 품평을 하거나 맛집을 찾는 모습입니다...?
심지어는 사온 케익도 이쁘게 손질하느라 공을 들임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모이면 음식을 만들거나 시키고, 나누어 먹고 그 다음에 열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한달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시간 제한 없이 (대관 시간이 최종보스이긴 하죠) 모두가 귀기울여 듣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러다 보면 네 시간 다섯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고, 우리는 준비한 안건을 온라인 논의로 넘깁니다. 얼핏 보면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것 같지만, 사실 매월 준비한 안건은 모임과 모임 사이의 시간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또 소규모의 만남 속에서 잘 처리되고 있습니다.


저는 매월 갖는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다른 디모스 멤버들도 이에 동의할 것 같습니다. 지지와 공감 속에서 어떤 이야기든지 나누고 나면 저마다의 시간과 역량을 발휘해서 '소셜 임팩트 투자'라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과업들을 자발적으로 해결할 에너지가 생기는 느낌입니다. 


투자 결정은 어떻게? "마음에 든다면 '코인'을 주세요!"

실제로 6, 7월의 모임에서 프로젝트 제안을 끝내고 투자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카톡방에서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이 제안되었고 다음과 같은 순서대로 상반기 최종 투자가 집행되었습니다.


▲ 먼저 7월 모임에서, 처음 제안된 10여개 프로젝트 가운데 멤버들의 토론과 평가를 거쳐 투자 후보가 셋 결정되었습니다. 세 프로젝트는 여성민우회 '포스트잇 액션', 성소수자 플랫폼 '모임', 페미니즘 캠페인 '펭귄 프로젝트'였습니다.


▲ 8월 디모스 모임에서는 프로젝트가 다시 두 개로 압축되었습니다. '포스트잇 액션' 프로젝트의 지속성이 불투명하다는 점, '모임'과 '펭귄 프로젝트'의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이 높은 평가를 얻은 것인데요, 오프라인 모임 이후 진행된 최종 선정 온라인 익명 투표결과 '모임'과 '펭귄 프로젝트'가 동수를 얻었습니다. 이에 단일 프로젝트가 아닌 복수의, 'N개' 프로젝트에 투자하자는 의견이 제안되었습니다.


▲ 복수 프로젝트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논의가 이어졌고, 아래와 같은 방법이 합의되었읍니다.

- 모든 사람이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라서 각 프로젝트에 분배할 코인 6개를 갖는다.
- 프로젝트에 분배하지 않은 코인은 사표처리된다. 사표된 코인은 다음 회차로 이월되지 않고 공동 투자금이 된다.
- 결과적으로 선정된 프로젝트에 분배된 코인 수에 따라 지원/기부되는 투자금이 달라지며, 금액이 결정되는 식은 (총 금액) x (획득한 코인 수) / (총 코인 수)
- 코인 분배는 카카오톡이나 구글 드라이브를 활용한다.


▲ 이상의 방법으로 투자금액이 결정된 후, 9월 모임에서는 프로젝트 팀과의 접촉과 투자금 전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11월에 추진할 '해보지, 뭐' 1주년 기념 모임에 프로젝트에 관련된 분들께 참석 초청을 하기로 했습니다. 


▲ 10월 모임에서, 안타깝게도 펭귄 프로젝트는 상반기 접촉 이후 팀 사정으로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펭귄 프로젝트로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이월하고, 모임 프로젝트에 투자금을 집행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한 표 문서를 캡쳐해보았습니다. 디모스 멤버 쭌이 만들어서 정리해줬습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손수 만들어주셔서 모든 멤버들이 감동... 저 역시 브런치 글을 시간 날때마다 쓰고 공유를 부탁하고 있는데, 표를 보니 3개월에 한 번씩 쓰는 것 같네요. 하핫...


그리고 토마토 데이

어느 틈에 1차 펀딩을 마무리하고, 디모스 멤버들의 만남의 계기가 된 '해보지, 뭐' 기획 모임 1주년 기념을 위해 11월 11일 '토마토 데이'를 가졌습니다. 디모스의 로고에 들어 있는 토마토를 활용한 메인 요리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자는 뜻으로 마련된 토마토 파티에서 5시간 동안 요리하고,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었습니다. 


  

이 날 모임이 끝나고 콩이 남긴 페이스북 포스트를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네요.

처음 만나 어색하게 인사하던 우리가 이제는 어떤 걸 보면 서로가 생각나는 사이가 되었고, 누가 어떤 간식을 좋아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한 달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경험한 것들이 한데 모이면 우리가 다음에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겨난다. 한달 동안 강연에서, 수업에서, 인터뷰에서 디모스를 소개한 얘기를 하며 우리가 이걸 '일'로 감각하고 있다는 것, 직업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지금 내 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누었다. "What is your job?"이라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지만 "What do you do?" 라는 질문에는 얼마든지 소개할 수 있는 사람들. 만난지 1년이 되었다.

- 11월 12일 새벽 1시, 콩의 페이스북에서


'직업이 뭐예요?'라고 묻는 대신, '어떤 것들을 하며 지내요?'라고 묻고 그것에 대해 풍성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 1년이 되었습니다. 


만나서 반갑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에서 민주주의 대화 실천하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