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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로그아웃적인 변화들

by 로그아웃아일랜드


우리는 여전히 로그아웃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과정에 있으며 순간순간 '이게 로그아웃이구나' 느낄 때 우리는 '실행'해본다. 그리고 주변에서 우리보다 더 잘 로그아웃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 특별한 스승을 만난 듯 기쁜 마음이 든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이것도 로그아웃일 수 있겠구나'하고 깨닫는다. 이렇게 우리는 로그아웃의 정신과 로그아웃 활동들을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다.


로그아웃아일랜드를 운영한지 시간이 꽤 흘렀고 우리에게 어느 정도 로그아웃 정신과 활동이 내재화되었다고 생각한다. 로그아웃에 대해서 작년 5월과는 꽤 다른 관점을 갖게 되기도 했다. 직업병일까? 일상 중에 '이거 완전히 로그아웃이네'를 외치는 것이 초반에 비해 잦아졌다. 그렇게 깨달은 바가 있어 우리는 분명히 달라지고 나아졌다. 그런 변화 중 몇 개를 꼽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 휴대폰 사용이 많이 줄었다. 우리는 휴대폰을 잘 안 보는 사람이어서 롤랜드를 운영한 게 아니라 남들보다 너무 많이 보기 때문에 롤랜드를 운영한 것이기도 했다. 수많은 어플들을 주도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이용당하는 사람이었다. 어플의 의도대로 우리는 그것에 그대로 끌려다녔다. 알림들을 무시하지 못하고, 보던 것을 종료하지 못하고, 새벽까지 잠 못 이루곤 했다. 끝없는 로그인의 삶이었다.


내려놓아야만 내려놓은 장점을 설득할 수 있기에 우리는 일부러 전보다 더 많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가끔은 휴대폰 없이 외출해 보기도 하고 외투에서 아예 꺼내지 않기도 했다. 습관처럼 보던 여러 플랫폼들에 대한 욕구가 샘솟을 때는 내가 얼마나 플랫폼에 노예처럼 굴었었는지, 그것 때문에 얼마나 수척해졌던지를 떠올렸다. 차라리 거실에 나가 TV를 보거나 정 안 되면 컴퓨터를 이용했다. 끝을 내긴 내야 하는 기기를 선택한 것이다. 평균 사용량이 반 가까이 줄어서야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잠에 일찍 들고 깨니 체력이 확보되었고 그만큼 더 활동할 수 있었다. 뻑뻑하던 눈이 전보다 부드럽게 깜빡였고 손목이 덜 아팠다. 자극을 수없이 받아들이다 확 줄이니 조금 심심한가 싶다가도 분명히 정신은 한결 차분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제야 눈앞에 할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휴대폰에 미뤄진 일이자 좀 삶에 더 필수적인 일 말이다. 그러다 보니 또 저절로 휴대폰 사용량이 줄었다.




두 번째, 독서가 늘었다. 비단 휴대폰 사용을 줄여서만은 아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일상에 압도되어 있을까? 아마 너무 많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에 따라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으며 그 말인즉슨, 혼자가 아니기에 누군가와 또는 무언가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끊임없는 연결에 한몫하고 있는 것이 역시나 휴대폰, 컴퓨터와 같은 기기이다. 물론 기기를 통한 온라인 상태에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도 있지만, 쉽게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그 시간을 방해할 수도 있다.


기기 없이 하는 일 중 대표적인 것이 무언가를 손수 쓰거나 멍하니 생각에 잠기거나 책을 읽는 것이 될 텐데, 그중에서도 독서가 특히 늘었던 것이다. 너무나 다양한 로그아웃 활동들이 있지만 독서는 특히 (롤랜드 피셜) 최고의 로그아웃 활동이라 자부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든다는 점, 읽는 도중엔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역할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는 점, 일상 속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팁을 책 속에서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모두 '로그아웃적'이다. 독서가 늘수록 생각이 늘고 깊어진다. 그것을 깨달으면 독서량이 더 늘고 자연스레 덜 연결된다. 이 선순환을 깨닫는 요즘이다.




세 번째, 발상의 전환이 전보다 쉬워졌다. 우리 역시 여러 상황에 로그인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사람들로서, 로그인적인 일상 속 얼마 안 되는 로그아웃의 순간들을 나서서 찾아내야만 했다. 또는 뻔한 것을 로그아웃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했다. 예를 들어 에어프라이어 조리 시간을 몰입의 시간으로 여긴다거나, 간단한 방 안 재배치만으로 환기될 수 있음을 깨닫거나 시끌벅적한 도시를 산책하는 일도 주의만 잘 기울인다면 멋진 로그아웃의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단어의 의미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재정의하면서 우리의 가치를 정립하는 일도 그랬다. 모든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의 여지를 두는 것. 즉 발상을 마구 전환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거 완전히 로그아웃이네!'라는 말은 일종의 주문이 되었다. 비효율적인 것도, 느린 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생산적이지 않은 것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버는 게 없는 것도, 가끔 우울하고 지친 것도 우리에겐 로그아웃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런 시선은 자연스레 스트레스를 줄이고, 편견을 덜 갖게 했다. 발상의 전환, 즉 이렇게 생각해도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을 우리는 좀 더 자주 하게 되었다.





우리는 어느새 로그아웃을 브랜드 이상의 '삶의 태도'로써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렇게 살고 싶었기 때문에 로그아웃아일랜드를 열었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로그아웃이라는 단어가 우리 안에서 진화하고 또 진화했다. 그리고 로그아웃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고 또 좁혀가기도 하며 어떤 수련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받는다. 작년보다 조금 더 너그러워졌고, 재촉하지 않으며, 참을 줄 알게 된 것 같다. 몇 주 후, 몇 달 후, 내년은 또 어떤 모습일까. 아마 우리의 로그아웃에 대한 정의는 또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번복의 결과가 아닌 축적의 결과일 것이다. 깨달은 것들 중 알짜배기를 모아 로그아웃적으로 해석한 것의 축적. 스펙트럼은 있어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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