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행복했어
"아빠 사랑하니깐 옆에 누워."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어린이집 신학기 생활을 하고 있는 아기가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을 하였다. 심지어 엄마 곁에서만 잠을 청하던 아기가 아빠까지 허락하기도 했다. 신학기의 낯섦 때문에 어린이집 등원 거부 의사를 펼쳤던 작년 이맘때를 생각하면 정신적으로 훌쩍 큰 모습이다.
베이비 시절(지금은 베이비라 부르면 자신이 브라더라고 정정해 준다) 엄마보다 넓은 등판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빠 품에서만 잠들었던 아기. 브라더가 된 어느 순간부터는 잠자리에서의 아빠 합석을 거부했다. 아기 옆으로 살짝 눕기라도 하면 엄마 곁의 중세기사가 되어 발로 차고 손으로 얼굴을 걷어내며 완강하게 옆 자리를 사수하는 아기.
그런 아기의 곁에 있을 수 있는 시간, 동요가 없는 유일한 밀착 시간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아침 기상 후의 비몽사몽 한 때뿐이다. 막 일어나면 아기는 온전히 눈을 뜨지 못한 채 콕하고 품 안에 안기어 자신의 입술을 만진다. 새근새근 눈을 감고 있는 몽롱함을 유지하고 있는 아기를 물끄러미 보면 세상 무결하다. 살짝 벌린 입술 사이로 품어져 나오는 입냄새 마저 향긋하게 느껴지는 소중한 시간. 아기가 조금 더 크면 분명 그리워질 순간임을 알기에 소중함을 온전히 즐기곤 한다. 포근함과 안락함의 결과는 출근 지각으로 연결되긴 하지만 말이다.
이토록 아기의 애정을 갈구하는 아빠에게 잠자리의 곁을 허락해 주시다니. 성은이 망극할지어다. 은총을 내린 아기는 잠이 들기 전 이런 질문을 했다.
"오늘 하루 어땠어?"
하루하루 말솜씨가 하나둘 느는 것도 신기한데 그 하루를 물어보는 아기. 혀는 짧지만 너무도 기특한 질문 덕분에 짧게나마 오늘 하루를 되뇌어본다. 오늘 하루는 무엇을 했던가. 회사에서의 이런저런 스트레스와 삶에 대한 고민들이 뒹굴거렸던 오늘이었지만 옆에 있는 아기와 함께 있음에 하루는 끝은 결국 행복이었다. 아기의 존재는 진정 사랑이다. 사랑이 옆에 있는 한 나의 하루하루는 결국 행복으로 귀결된다. 부디 아기가 커서도 행복을 물어보는 지금처럼 행복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아기 덕분에 요새 나는 이런 대답을 하고 잠이 든다.
"오늘도 덕분에 아빠는 참 행복한 하루를 보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