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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어린 로레인 Jan 19. 2023

엄마, 마약이 뭐예요?


이 낯선 세상에서 살아내고 있는 아이에게 모든 것은 호기심 대상이다.


매일 새롭게 던져지는 아이의 질문화살에 나는 적합한 설명으로 화답해야 한다. 단순히 왜?를 넘어 그것의 정당성, 관련된 시퀀스를 깊게 파고드는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고 있자면, 이 속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어른이 들어앉아있는 게 아닐까? 싶다. 올해 여덟 살이 된 아이와의 대화는 점점 밀도 있는 깨달음이 있고, 어떤 친구 부럽지 않은 재미가 있다.


최근 긴 코로나의 기간 동안 만료된 여권을 새로 만드느라 구청에 갈 일이 있었다. 코로나 이후 아주아주 오랜만에 비행기 탈 생각에 들뜬 나에 비해, 까마득한 비행 경험에 겁이 나긴 하지만 엄마아빠와 여행은 같이 가고 싶은 아들. 우리는 함께 여권 사진을 찍는 것부터 여행을 시작했다.


우리와 비슷한 마음으로 해외를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진관이나 구청 여권발급하는 곳의 대기가 상당했다. 보채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느긋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한 시간 이상 번호표의 순서를 기다렸다.


다행히도 천장에 달린 티브이 화면에서 다양한 공익적인 성격의 영상광고가 쉴 새 없이 재생되었다. 아이들의 이목을 끌어주어 고맙게 생각하고 잠시 멍 때리고 있는데, 큰 아이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엄마, 마약이 뭐예요?"


금기처럼 느껴지는 위험한 단어가 아이의 순진한 입술을 통해 들리다니! 당황도 잠시,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했다. 아마도 약은 약인데 금지하고 벌을 준다는 강력한 표현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던 것이다. 가만 보자...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음, 그건 몸에 좋지 않은 약을 말하는 거야. 우리 몸에 좋은 약이 있는데 어떤 약은 그렇지 않아. 열이 나면 우리는 무슨 약을 먹지?"

"해열제"

"맞아! 그걸 먹으면 열을 내려주고 다시 놀 수 있게 해주잖아. 우리한테 도움을 주는 약인데, 마약은 우리 생각과 몸을 망가뜨려서 일상을 살기 어렵게 한대. 건강해서 축구도 하러 가야 되고, 어린이집도 가야 되는데 그럴 수 없게 한다니, 먹으면 안되는 거지. 그래서 저렇게 강력하게 금지하는 거야."


아이는 골똘히 엄마의 대답을 수집하더니, 납득한 눈치다. 나이스! 이렇게 그다음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는 건 크게 2가지 상황이다. 금세 그 주제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거나, 이해가 잘 된 것. 후자이리라 기대해 본다.

날카로운 아이의 질문은 늘 나를 긴장시킨다. 임신출산 이후 단순해진 엄마의 말주변을 다시 자극시키고, 마케터로서 어린이 소비자의 언어에 맞춰 표현하도록 트레이닝시키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정신이 퍼뜩 차려진달까? 나도 미완성된 어른이지만, 대답을 잘해야 아이에게 균형 잡힌 사고를 갖게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꼬리에 무는 질문으로 내가 난감해지지 않으니까.


최근 히트한 드라마들 속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마약 소재는 생각보다 마약이 일상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 것처럼 보인다. 씁쓸하지만 이제는 몰입감을 높이는 자극적인 콘텐츠 소재를 넘어서 그 이상의 즐거움과 재미가 가득한 건강한 회복이 있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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