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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Lapres midi Sep 12. 2023

실종된 딸을 찾습니다

사춘기 딸과 갱년기 아빠의 티격태격

어제는 밤늦게까지 온라인으로 모임이 있었다. 남편과 아이가 한 번씩 문을 열고 빼꼼히 쳐다보길래 무슨 일이 있나보다. 아빠와 딸이 투닥거리는 소리도 들리는 것도 같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있는 일이라 나는 나의 일을 했다. 모임이 끝난 때가 11시 20분. 거실로 나오니 얼마 전 주문해 놓은 롤화장지 두 통이 안방 문 앞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남편에게 물었다.  

“이거 설마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놓은 거야?”

“응! 윤이 들어오지 말라고”

“왜?”

“윤이가 자기 방 앞에 가방 놓고서는 들어오지 말래잖아”

“그래서 지금 복수하는 거야?”

“응”

들어오지 말라는 방에 굳이 들어가겠다고 하는 아빠나, 아빠 들어오지 말라고 문 앞에 가방을 가져다 둔 딸이나 유치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럼 거실은 DMZ구역쯤 되려나? 다행인 건 화장실이 양쪽 끝에 있어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왜 사춘기가 되면 자기 방으로 기어 들어가는 걸까? 그리고 왜 문을 걸어 잠그는 걸까? 아직 우리 딸은 초반이라 문을 닫지는 않는다. (삐졌을 때만 닫긴 하는데 평소엔 10cm의 틈은 남겨둔다. 나름 바깥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딸아이는 집에 들어오면서 자기만의 길을 만든다. 현관부터 자기 방까지 1.5m 되지도 않는 공간에 마스크부터 시작해서 재킷, 가방 순으로 떨어뜨려 놓는다.(헨젤과 그레텔도 아니고) 화장실이 급해서라면 이해할 수 있는데 매번 그렇게 늘어놓고 거실에서 뒹굴거리며 (방엔 뒹굴거릴래야 그럴 틈이 없긴 하다) 간식을 먹는다. 가끔 내가 집을 비우게 되더라도 우리 딸이 그날 간식으로 뭘 먹었는지는 한눈에 알 수 있다. 어디서 무얼 하든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런 딸을 보면서 남편은 늘 잔소리를 한다. 잔소리도 참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다. 마지막엔 협박.

“여자애 방이 왜 이 모양이냐”부터 시작해서 “바닥에 놓인 물건은 다 버릴거야”까지.

하지만 이젠 협박도 안 먹히고 오히려 튕겨 나온다.

“나 숙제 중이잖아. 내 방은 들어오지 마”

그리고 나한테 쪼르륵 와서 아빠는 도대체 왜 그러냐며 투덜거린다. 이럴 때 엄마의 언행이 몹시 지혜로워야 할 텐데 늘 그럴 수가 없다. 어느 날은 아이 편을 들기도 하고, 어느 날은 남편 편을 들기도 하면서 갈등만 초래할 때도 있다. 최종에 가서는 만만한 남편에게 제발 내버려두라고 한다. 왜 매번 같은 포인트에서 싸우냐고. 그럼 이번엔 화살이 나에게로 향한다.

“애가 학교 가면 당신이 좀 치워. 보통은 엄마들이 치워주지 않아?”

“나도 치워봤었지. 그런데 치웠다가 욕만 먹어서 이젠 안 치워”

“그냥 버려. 그리고 못 봤다고 해”

그게 통하면 우리 딸이 아니다. 우리 딸은 누가 봐도 쓰레기인 물건들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 다 쓸데가 있단다. 그래서 잘못 치웠다가는 없어진 물건을 찾아내야 하는 수고까지 덤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아이가 등교함과 동시에 아이 방 문을 닫아놓는다. 


한 번은 아이 방에 들어가려다 문턱에 놓인 가방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나도 모르게 짜증 난 목소리로 물었다.

“너 엄마 아빠 들어오지 말라고 여기에 가방 놔둔 거야?”

그건 아니란다. 순간 욱하긴 했지만 내가 봐도 아직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은 아닌 듯하다. 그냥 게으르고 지저분한 것이다. 긴 생머리를 고집하면서도  이틀에 한 번씩 머리를 감겠다고 우기는 거랑 비슷한 경우랄까. 원래부터 그랬다면 성향이려니 하겠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진 자기 전에 방을 스스로 깨끗이 치워놓던 아이다. 심지어는 안방이며 거실까지 치우기도 했다. 화장실 화장지도 호텔처럼 끝을 얌전히 접어둔다. 그러던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됐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가 나타났다. 이 아이는 또 얼마나 우리와 함께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립다. 그때의 모습이. 방마다 전단지라도 붙여볼까?

“실종된 딸을 찾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는 여러가지가 변한다.
물론 생김새며 성격 중 80%정도는 그대로다.
하지만 몇몇 특징은 확연히 달라져
부모를 당황시키기도 하고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의 변화를 마주하고 당황스러운 수 있다.
그러나 인정해야 한다.
아이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관계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 '지금까지 알던 것을 다 버리는 것'이 출발점이다.
여태까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아이를 만난다는 생각으로 바라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최정미 작가의 <내 아이가 낯설어진 부모들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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