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OFTEARS May 15. 2018

이미 너로 충분하다는 것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④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스틸 컷. 출처 =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홈페이지 內 포토갤러리 게시판.


관련 글 ①

진심으로… 영혼까지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되다

관련 글 ②

그릇된 기준은 어디에서 왔는가

관련 글 ③

윤진아를 위한 辯



“우린 충분해. 난 서준희 하나면 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EP 14)



그 말을 듣기 전까지 준희는 술에 취해 울고 있었다.



“내가 더 오래, 내가 더 많이 사랑하겠다.”는 마음은 변치 않을 뿐 아니라 굴뚝같은데 의도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꽤 오랜 시간 길어지면서 할 수 있는 건 술의 힘을 빌리는 것이 전부였다. 자신의 한계와 무능함을 직면하면서 그는 아마 이런 생각에 잠겼을지 모른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 누가 보더라도 부러움을 살만한 그런 사람이라면 나를 아껴주는 사람 역시 눈물의 시간을 보낼 리 없었을 테고…’



준희가 이런 생각들과 한숨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것 같던 순간, 준희를 향한 진아의 한마디 위로가 바로 글의 머리에 쓴 표현이다. 다른 어떠한 말로도 녹일 수 없을 것 같던 준희의 자아를 단숨에 데워 준 마법의 말이었다.



생각하건대 이 말을 듣는 순간, 준희의 맘속에는 처음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을 그 당시가 떠오르면서 이전보다 더 큰 확신이 서지 않았을까 싶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 포함된 한마디가 선사하는 기적이다.



시인 故 김춘수 님의 <꽃>에는 이름이 주는 의미가 관계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고 보는데 진아가 실재화시켜준 것 같아 흐뭇했다.



더불어 한켠에는 부러움도 자리했다. 그저 사랑하는 사이에서 전해지는 달콤함 때문만이 아니라 진아가 주는 메시지 자체는 인생 전체를 바꿀 귀한 보석 같은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뿐만 아니라, 나는 누군가에게 존재 자체로 충분한 사람인가 혹은 나 자신이 존재 자체로 만족할 만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숙제까지 선물한 드라마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물론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일 뿐 현실의 벽은 여전히 건재하다. 인정하긴 싫지만 이미 보편화되어버린 사랑의 형태는 마치 배경, 조건, 외모 같은 겉치레를 우선해서 들어 올리는 낚시 같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의 본질은 오롯이 상대의 존재만을 바라보는 일종의 무지 같은 것임을 작가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많은 미사여구 또한 필요 없다.



비록 이건 개인적 생각에 지나지 않지만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들의 꽁냥꽁냥 하는 장난이 어느새 성숙의 경지까지 올라선 걸 보면, 이 역시 허언은 아니리라 믿는다.



글을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조용히 자문해본다.



나는 누군가에게 존재 자체로 충분한 사람인가.

그리고 존재 자체로 만족할 만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본문 이미지는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미지이며 출처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공식 홈페이지 內 포토갤러리 게시판이고 본 프로그램과 이미지의 저작권은 JTBC에 있음을 알립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1편



2편



3편



5편 (번외편)


매거진의 이전글 뻔한 드라마의 법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