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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May 20. 2018

드라마의 방향성이란

<밥누나> 마지막 에피소드 방영 전 JTBC 게시판에 작성한 글

마지막 에피소드 방영 전에 JTBC 게시판에 작성한 글  


먼저 저는 이 드라마의 애청자임을 알려드립니다. 해서 관련 글도 4편이나 쓸 만큼 상당한 애청자이지요.


1편 : 진심으로… 영혼까지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되다

2편 : 그릇된 기준은 어디에서 왔는가

3편 : 윤진아를 위한 辯

4편 : 이미 너로 충분하다는 것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스틸 컷. 출처 =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홈페이지 內 포토갤러리 게시판.



제가 이렇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애청하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닙니다. 현실과 비현실의 적절한 조화 때문이었습니다. 섣부르지만 주인공들이 겪어야 하는 애환들은 현실, 그들이 하는 연애는 비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연상연하 커플의 연애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서로가 있는 그대로 용납하는 모습 때문에 그렇습니다. 요즘 시대에 그러기는 참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비현실적 사랑은 자칫 무겁게 포장될 수 있는데 배우 분들이 유머러스하게 연기하시기도 했고, 또 화룡점정으로 레이챌 야마가타의 부드러운 음성이 담긴 사운드트랙까지.


이런 표현이 어떨진 모르지만, 희로애락을 전부 녹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러니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준희와의 교제 사실을 알게 되고 난 후 경선과의 불화, 가족들 특히 엄마 김미연과의 불화 전부 이해할 수 있었어요. 부모님과 친구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더불어 완벽주의에 오지랖까지 더해진 진아의 성격상 모든 걸 지켜야 하기 때문에 우유부단한 면이 노출되기도 하고, 거짓말도 자주 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윤진아를 위한 辯이란 글을 썼을까요.


그런데 14회부터 좀 이상했습니다. 준희야 우리 여기까지 하자며 떨리는 음성, 젖은 눈으로 이야기한 진아의 마음은 거짓이었을까요? 굉장히 어려웠겠죠. 전 남자 친구인 규민으로부터 곤약이란 말까지 들으며 퇴물 취급당한 진아를 진심으로 사랑해 준 준희에게 참사랑의 의미를 배운다고 했습니다. 더 많이 오래오래 사랑할거라고 다짐한 그 순간을 잊지 않았을 진아가 그런 말을 뱉을 때는 정상적 상황이라면 큰 결심을 해야 했습니다.


진중하게 떨어져 지내며 서로에 대한 존재를 다시금 재정립하든, 아니면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었죠. 왜냐하면 남자에게 헤어지자는 말은 사형선고보다 더 아픈 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성분들도 그러시겠죠. 다만 제가 여성이 아니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쨌든 신중했어야 할 부분인데 그걸 간과하고, 단순 임기응변 식으로 넘어갔다는 점입니다. 이사건은 누나로서 중심을 잡아야 할 진아를 단숨에 속단하고 기분대로 저지르는 가벼운 캐릭터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준희는 희대의 왕자로 만들어버렸고요.


어제 에피소드를 말해볼까요?



성추행 문제를 가볍게 다루지 않으려는 문제의식은 공감합니다. 다만 해결 방식에서 문제점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덩어리를 크게 키워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변호사와의 만남 장면에서 끝까지 해보자고 할 만큼 진아는 강단 있었고, 정영인 부장도 이를 칭찬했었죠. 그런데 저는 진아가 준희와의 동행을 거절한 이유 중에 하나가 자신의 커리어 때문이라고 보는데, 과연 당사자인 공철구 차장의 구두 사과와 사내 홈페이지에 사과문 게재가 이 문제의 본질적 해결법인지요. 공 차장뿐 아니라 최 차장과 남 이사의 구렁이 담 넘어가는 듯한 행태를 그냥 아무런 조치없이 끝내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럴 거면, 평생을 해로할 운명적 상대를 포기할 만큼 얻어낸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진아가 얻은 것은 과연 뭔지. 또 하나! 승호 결혼식 때 정체 모를 남자가 진아 옆에 있었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열이면 열. 진아의 새 남자 친구로 보일 겁니다. 볼 터치가 그 증거지요. 그 광경을 목도한 준희의 눈에서 저는 영화 <노트북>의 주인공인 노아의 눈을 봤습니다. 아직 가슴에 둔 여인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봤을 때의 그 절망감.


그 장면은 준희의 아버지가 준희에 대해서 안심하고 떠난 이유인 <진아를 선택해서 마음이 놓인다>는 말에 반(反)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진아는 결과론적으로 착한 사람 코스프레한 것밖엔 안 되고, 또한 어제 등장한 진아 옆에 있던 사람이 정말 새로운 남자 친구라면 진아는 그저 물질만능주의의 희생양 정도밖에 안됩니다.



예고에 의하면 준희는 일말의 가능성을 찾아 헤매던데 한 회 남은 상황에서 어떻게 봉합이 될지 궁금합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지금도 집필하다 말고 게시판을 두드린 것입니다마는 시간이 많아서이거나 삶이 여유로워서 드라마를 시청하고, 게시판까지 들러 이런 소리 저런 소리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드라마를 포함한 미디어에 울고 웃으며 교감하는 것은 우리가 겪을 수 없는 버추얼 라이프를 통해, 앞으로도 뒤섞여 살아갈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함 아닐까요.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진아와 준희는 세상에 없는 커플입니다. 시청자들이 그들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주시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제목을 굳이 영문화하자면 <Something In the Rain>이겠죠. 기분이 좋으면 빗속에서 흠뻑 젖어도 마냥 행복합니다. 마치 푸른 잎사귀가 비를 머금으면 더 진한 빛깔을 내듯이 말이죠.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그런 드라마가 되길 바랍니다.


드라마의 방향성이란 작가의 펜대에서 결정되지만, 그 흐름에 함께 호흡하는 건 오롯이 시청자의 몫입니다.


욕심이 있다면 꼭, 출연진 분들을 뵙고 싶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본문 이미지는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미지이며 출처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공식 홈페이지 內 포토갤러리 게시판이고 본 프로그램과 이미지의 저작권은 JTBC에 있음을 알립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1편



2편



3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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