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갈수록 마음은 더 초조해졌다.
혹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혹시 나도 모르는 어딘가에서 혼자 울고 있는 건 아닐까?
별별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현관문 손잡이가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를 죽이고 거실 한쪽에 앉아 있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심장이 크게 뛰었다.
너는 조심스레 들어왔다.
고개를 푹 숙이고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그 순간,
온몸을 휘감았던 걱정과 불안, 분노와 서운함이
모두 한꺼번에 밀려왔다.
'왜 말도 없이 나간 거야.'
'대체 무슨 생각이었어.'
수많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꾹 참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화를 내는 것도
이유를 캐묻는 것도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꺼냈다.
"돌아와 줘서 고마워."
너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말이 너의 굳어 있던 어깨를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주고 있다는 걸.
나는 천천히 일어나 가만히 네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아
모든 걸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여기 있으니까.
그날 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말보다 더 깊은 것들이
서서히 우리 사이를 채워나갔다.
내가 아이였던 너를 키워왔듯,
너 역시
불완전한 아버지인 나를
조심스럽게 성장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