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낭만을 주웠다(대학교 방송국 편)

by 카밀리언

매서운 겨울밤
기름을 못 챙긴 동기 덕에
방송국 난로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아나운서실 한편의 옷장,
먼지가 소복이 내려앉은 이불을 꺼내
서로의 어깨를 덮었다

이불속 온기를 집요하게 추적하다

찾아낸 양주 한 병!

얼어붙은 난로 옆

우리의 간은 곧바로 예열을 시작했다


알코올 대신 용기 가득 채운 심장이

우리를 탐험가로 만들었다

손전등 대신 눈빛,

지도 대신 술기운을 들고

금지의 문(편집실 문) 앞에 섰다.


마치 영화 속 스파이처럼

서로 눈빛을 주고받다가—

양손을 합쳐, 덜덜 떨며

손잡이를 돌렸다.


“철컥!”


단, 하룻밤의 무도장에 입성!


턴테이블 위에 마음을 얹고,

CD 불빛을 조명 삼아

우리의 춤사위는 맘껏 삐걱였다


학교 스피커는 고요했지만

우리만의 주파수는

라면물처럼 팔팔 끓어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그날

라면을 못 먹었네!'


겨울을 뜨겁게 틀어 올린 밤,

한겨울의 DJ는

분명 우리였다.


이게 우리 낭만이었지!


보고 싶다! 동기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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