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는 고무나무와 바나나 나무 등 여러 식물이 자라고 있다. 몇 해 동안 물을 주고 정성껏 관리했다. 바나나 나무는 키가 아주 잘 자라, 허리춤에 가지치기했는데도 어느새 내 키보다 더 크게 자랐다. 식물들은 키우는 이의 정성에 보답하는 것 같다. 이들이 방을 생기 넘치게 해 주고, 마른 꽃잎이 더해져 공간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주니 고마운 일이다.
이들 중에서 압권은 호야 카르노사(Hoya carnosa)다. 고무나무와 한 화분에서 자라길래, 기생하는 식물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스킨다비스 혹은 스킨답서스(Scindapsus pictus)로 착각하기 쉽다. 잎 모양이 비슷한 덩굴식물이라 둘 사이를 오해할 만하다. 호야 카르노사는 흔히 왁스 플랜트(Wax Plant) 또는 포슬린 플랜트(Porcelain Plant)로 불리는 덩굴성 식물이다. 두꺼운 왁스 같은 잎과 향기로운 꽃이 특징이다. 주로 실내에서 키우기 좋고,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등지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킨답서스는 일반적으로 꽃을 피우지 않는 관엽식물로 알려져 있다. 이 식물은 주로 잎의 무늬와 모양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많이 키우며, 실내 환경에서는 꽃을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스킨답서스도 원래는 열대 지방의 식물이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는 아주 작은 꽃을 피울 수 있다. 다만 그 꽃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다. 따라서 흔히 보이는 호야꽃은 스킨답서스가 아닌 호야 카르노사의 꽃이다.
호야 카르노사를 몇 년 동안 키웠는데, 꽃이 피지 않아 그냥 관상용 식물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올해 6월,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호야꽃은 주로 5월과 6월에 피며, 별 모양의 둥근 꽃을 형성한다. 진한 향기가 나는 호야꽃은 흰색, 연한 분홍색, 분홍색의 색깔을 띠며, 꽃의 중심부는 연한 홍색으로 더욱 아름답다. 마치 연기가 나는 듯한 독특한 모양이 이쁜 꽃이다.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호야 카르노사는 한 번 꽃을 피우면 다시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줄 알았다. 며칠 전부터 호야의 줄기에서 움이 돋는 것이 보였다. 설마 또 꽃이 필까 싶었는데, 제철도 아닌 9월에 다시 호야꽃이 피어났다. 첫 번째 꽃보다는 둥근 모양이 덜하지만, 또 다른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호야꽃의 꽃말은 '이상적인 사랑' 또는 '사랑의 탁월함'으로 알려져 있다. 호야는 주로 사랑과 관련된 꽃말을 가지며, 이는 그 독특하고 아름다운 꽃 모양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호야는 우정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호야는 매우 강하고 오래 생존하는 식물이다 보니 오래 지속되는 우정에 비유되곤 한다. 오랫동안 생존하는 호야는 신뢰할 수 있는 관계와 우정을 상징하며, 그 꽃은 아름다움만큼이나 깊은 사랑을 의미합니다.
호야는 비교적 적은 물에도 잘 자라고, 관리가 쉬운 식물이다. 대신, 꽃을 피우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내와 끈기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호야는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식물로, 집안에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의미도 있다. 일부 문화에서는 호야꽃을 장수와 행운을 상징하는 식물로 본다. 보기 힘들다는 호야꽃을 벌써 두 번이나 보았다. 그것도 철 지나 꽃이 피었으니, 행운이 찾아오려나? 그런 설렘으로 호야꽃의 향기를 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