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0일
낙방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얄팍한 요행을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극히 예정된 수순이었기에 여자친구에게 받았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해 글을 다듬기로 했다. 따뜻한 커피 하나를 사 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열람실 뒷 자석에 앉았다. 그 자리가 좋은 이유는 별 대단한 까닭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열람식 내부가 훤히 다 보여서 왠지 모르게 시원한 기분이 든다는 이유 하나뿐.
불합격을 했으니 이제 재응시를 할 차례, 자리에 앉으니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한 줄이 있었다.
'그래서 브런치가 원하는 건 뭔데?'
출제자의 의도가 제일 드러나기 쉬운 건 역시 기출문제다. 먼저 틀린 문제를 다시 보고 사고 과정을 바르게 고치는 게 우선인 법, 작가 신청 시에 필수로 작성해야 하는 두 가지 질문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1. 작가님이 궁금해요. 작가님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앞으로 브런치스토리에서 어떤 활동을 보여주실지 기대할 수 있도록 알려주세요.
2. 브런치스토리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 발행하고자 하는 글의 주제나 소재, 대략의 목차를 알려주세요.
그런데 이 질문은 나에게 너무 모호했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당최 알기 힘들었다. 출제자의 '의도'가 파악되지 않는다. 심기일전하여 다시 도전하는 것이기에 정말 완벽하게 준비하고 싶었고 반드시 합격하고 싶었다. 한 번에 붙기는 안 됐지만 두 번만에 붙었다는 나만의 조그마한 업적 정도는 얻고 싶었다.
좀 더 자세한 글이 필요했다. '사실 작가 신청도 결국 하나의 절차인데 어딘가에다가 명문화시켜놓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무작정 검색했다.
'site:brunch.co.kr 브런치 작가 신청'
검색
https://brunch.co.kr/@brunch/2
속으로 쾌재를 외치며 '이거다.'싶었다. 이 글은 출제자가 직접 쓴 글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 이렇게 시험 문제 낼 거예요.'라고 공표하며 출제 의도가 가득 담긴 글이었다. 마치 엄청나게 복잡한 미로를 마침내 탈출하여 합격이라는 길로 빠르게 갈 수 있는 향해지도를 찾은듯하였다. 그리하여 설레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글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브런치스토리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해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브런치스토리에서는 그들을 '작가'라고 부릅니다. 출간 경험이 없어도, 등단을 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 세상을 향해 글을 쓰는 사람 누구나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이,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
이 두 단어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은 명목상 써 둔 말이 아닌가 싶었지만 뒷 문장을 읽자 그 문장의 함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저 '사건의 배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담아야 하는구나. 이렇게 앞으로 써 내려가야 할 나의 글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신 경험이 있는지,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계신지, 독자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전달할 준비가 된 분인지 등을 신청 내용을 토대로 검토합니다.
그 후 다음 문장을 통해 세세한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나무의 전체적인 줄기가 위의 내용이라면, 이 문장들은 가지에 해당하는 느낌이랄까. 출간한 경험은 없으니 가볍게 넘기고, 나머지 두 가지 질문에 집중하고자 했다.
1.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계신지
사실 전문성은 나와는 친하지 않은 단어이다. 늦은 나이에도 취업을 준비하고 있기에 흔히 말하는 스펙을 따지자면 특출 난 게 하나 없었다. 알바 경험이 있지만 야간 pc방 아르바이트와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 단 두 가지뿐이었다. 다양한 곳에서 근무해보지도 않았고 성격상 혼자 일하는 게 더 편해서 남들과 부대끼지 않는 야간 시간을 고집했었다. 그저 뻔하디 뻔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 절대 강점이 되지 못할게 뻔했다. '전문성'이라는 단어로 준비했다간 불합격은 불 보듯 뻔했다. 나만의 반전 요소가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전략은 '전문성'을 '특이성'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사실 pc방 알바가 별 다른 게 없지만, 그 이야기를 속속히 드러내보면 특이한 부분들이 분명 많았다.
남들보다 긴 근무시간인 '12시간'을 근무했다는 점, 방학 때는 평일 야간으로 학기 중에는 주말 야간으로 한 곳에서 그래도 몇 년간 오래 일했던 점, 신규 회원이라 신분증 검사를 요구하자 꽤나 기분이 나빴던 모양인지 반말과 존댓말을 교묘히 섞어가며 소위 반존대로 컵라면을 내 앞에 던져대며 "군대 다녀왔죠?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는 거, 물 조금 해서 하나 줘. 맛없으면 알지?" 했던 손님, 저 말을 듣고 몇 시간 내내 카운터에 앉아 속앓이를 하다 어차피 자주 봐야 되니 내 편으로 만들자 싶어 "저도 아르바이트생이라 원칙상 어쩔 수가 없었어요, 번거로우셨죠? 후식 겸 제가 서비스로 아이스커피 하나씩 드릴게요." 하며 능청스럽게 먼저 자리에 가져다 드리니 독기가 가득했던 눈이 풀리는 그 순간,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는 내 근무 시간만큼은 별 마찰 없이 지냈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충분히 괜찮았지만 심사에 통과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듯하였다. 계속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엔 주제가 너무 한정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남들보다 더 생생하고 울림이 있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욕심도 분명 일정 부분 기여했으리라.
문득 나에게 시선을 돌리면 어떨까 싶었다. 나를 천천히 돌아봐야겠다 싶었고 나 스스로 기자가 되어 과거의 나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당신의 20대,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무엇인가요?
"쉬었음 청년"
'쉬었음 청년'은 구직 활동이나 일할 의지 없이 쉬고 있는 청년들을 말한다. 공시생이라는 그럴듯한 허물을 뒤집어쓰고 오랜 기간 동안 집에 박혀 운둔 생활을 했던 경험들만큼은 나의 전문이다 싶었다. 수기처럼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내가 느꼈던 감정, 생각들을 최대한 풀어쓰면 되겠다 싶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큰 주제와 세부 주제들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내가 겪었던 사건들을 감정에 치우치지 않게 최대한 객관적으로로 쓰는 것이요, 두 번째는 그때의 감정과 생각들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적는 것이었다.
2. 독자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전달할 준비가 된 분인지 등을 신청 내용을 토대로 검토합니다.
앞에서 이미 이야기했듯이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은 수험생활을 겪으면서 느꼈던 힘든 일들뿐이었다. 수험생활은 원체 공부하고 쉬고 공부한다는 지루한 이야기가 되기 쉬우며, 지극히 우울하기만 한 이야기만 써 내려갈게 뻔하고, 자칫하면 일기장에 적은 우울한 사람의 호소에 그치는 우를 또다시 범하기 쉬웠다.
그렇지만 내가 '극복해 가는 과정'을 적는다면?
수험생활을 하면서 공부가 잘 안 된다거나, 정신적으로 힘들다거나, 또 수험 실패를 할까 두려워 불안감이 치솟는다거나 등 이럴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렇게 했답니다.'라는 걸 보여준다면?
진부하고 우울뿐인 이야기에서 특색 있는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즉 '고유한' 이야기가 된다. 사견일 뿐이지만, 브런치가 말하는 좋은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 누가 살았는데 결국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으레 늘 그래왔었던 동화 속 내용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결국 좋은 이야기구나.'라고 생각하며 팬을 다시 쥐었다.
2025년 6월 11일 20시
주관식 시험
나는 심사 과정을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300자 이내로 적어낸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을 읽고 나서 '읽을만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러고 나서야 내가 제출한 글을 읽어 볼 것이라고 말이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합격자들의 인터뷰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눈에 확 들어오게 만들기 위해서 주관식 답안지의 목차를 일부러 한자로 썼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 질문 다 나를 최대한 보여주고 앞으로 쓰일 내용들을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해 문단 맨 앞에 배치했다. 마치 많고 많은 지원자들 속에서 손을 번쩍 들고 씩씩하고 활기찬 눈동자와 함께 "저 여기 있어요! 한 번 저 좀 봐주세요! 진짜 보시면 후회 안 한다니까요! 여기요 여기!"라고 외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문장을 정말 고심해서 적어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출할 글을 쓰는 것보다 저 짧고 짧은 문장을 적는데 든 시간이 훨씬 많은 듯하다. 그렇게 적어낸 나의 답안지는 다음과 같다.
1. 작가님이 궁금해요. 작가님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앞으로 브런치스토리에서 어떤 활동을 보여주실지 기대할 수 있도록 알려주세요.
저는 쉬었음 청년이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으나 낙방하고 크게 낙심하여 오랫동안 은둔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꿈에 도전 중인 수험생입니다.
장수생은 합격하는 노하우는 알려주기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는 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불합격한 나날들은 분명 처절하고 힘든 과거이지만 저의 경험들은 고유하다고 믿습니다.
긍정적인 감정은 기억하고 부정적인 기억들은 흘려보내는 저만의 노하우를 꼭 공유하고 싶습니다.
마음에 상처를 가진 분들께는 마음의 위로가, 저와 같은 수험생들에게는 또래 상담사 되고자 합니다.
두 번째 질문의 요지는 목차이다. 제출한 글의 문장력이 좋다거나 소재가 참신하다거나 가독성이 좋으면 통과시키면 그만인데 왜 '굳이' 목차를 요구하는 것일까 싶었다. 역시나 이 조차도 나는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했다.
내가 생각하는 출제자의 의도, 결국 브런치가 원하는 방향성은 바로 '출간'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내가 취미 삼아 써 내려간 글들이 모이고 모여서 책이 되고 대중들에게 소개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는 곳이 되고자 하며, 이를 통해 타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강점이며 경쟁력을 갖추려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마음이 힘들 때 읽었었던 책조차 브런치에 썼던 글을 모아 출판한 걸 알았을 때 내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하여 두 번째 질문도 마찬가지로 소재와 제목 그리고 목차 3가지로 보기 좋게 요약하고, 마치 내가 이미 출판사와 계약이 되어 원고를 제출한다는 심정으로 적었다.
2. 브런치스토리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 발행하고자 하는 글의 주제나 소재, 대략의 목차를 알려주세요.
소재: 수험생활, 마음 돌보기, 취미 찾기, 공공서비스 소개
제목: 쉬었음 청년, 쉬었던 청년이 되다!
목차:
1장. 9급 예비공무원
1-1. 공시생이 되다.
1-2. 불합격, 쉬었음 청년이 되었다.
1-3. 절대 포기하지 않아, 공무원 시험 재도전기
2장. 마음 돌보기
2-1. 나의 수험생활에서의 우울감 관리법
2-2. 나를 돌아보게 되는 글쓰기
2-3. 나와 대화하는 달리기
3장. 무료로 취미 즐기기
3-1.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각종 교양강좌
3-2. 무료로 뛸 수 있는 러닝 코스
3-3. 무료로 상담할 수 있는 심리상담센터
여기에 덧붙여 두 개 글을 첨부해 제출했고, 그 글들 역시 목차와 연관되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1장에 해당하는 '9급 예비공무원'과 2장에 해당하는 '글쓰기 수업'을 써냈다.
글을 쓰면서 유의했던 점은 다음과 같다.
1. 사건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나의 생각이 드러날 수 있게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사건을 적고 나의 감정을 적되 그 감정도 최대한 잘 표현해 보려고 노력했으며 독자가 나의 글을 읽을 때 '상황이 그려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이 과정은 단연코 여자친구의 조언이 가장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를테면 나는 등대지기를 생각하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파수꾼의 모습이 생각나 '여자친구는 등대지기와 같았다.'라는 문장을 썼었지만 이 문장은 내 생각에 기반한 문장이기에 독자들은 '느닷없이 웬 등대지기?'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래서 묘사를 한답시고 나만 아는 생각을 가지고 비유하는 것을 경계하고 굳이 그 생각을 통해 묘사를 하고 싶다면 가능한 한 배경설명을 풍부히 하고자 했다. 종국에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이 무엇인지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 걸 의도한 건지 자연스레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2. 가독성
흥미로운 소재, 읽어 볼만한 목차까지 합격했다. 이제 정말 점수를 따야 될 때, 담당자가 드디어 내가 제출한 주관식 답안지를 보고 채점할 차례다. 막상 채점할 차례가 다가오니 대학교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때는 바야흐로 대학교 시절, 교수님께서 들어오시더니 중간고사 성적표를 떡 하니 붙여두셨다. 그러시고는 "이의가 있는 학생은 수업 마치고 따라오면 같이 답안지 보면서 얘기해 보자."라고 하셨다. 그때 당시 이의 할 사항은 전혀 없었지만 순전히 어떻게 평가하는 건지 궁금하여 수업을 마치고 무작정 교수님을 따라갔고, 마침내 점수가 어떻게 돼서 이 점수가 나왔는지 근거를 알 수 있었다. 교수님은 내 시험지를 곧장 꺼내서 보여주었고 그 시험지엔 동그라미 표시와 함께 몇몇 단어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설명을 듣자 하니, 이 단어를 썼으니 몇 점이고, 이 단어의 부연설명을 맞게 썼을 때 몇 개 이상이면 몇 점이고 등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결국 마구잡이식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명확한 평가 기준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브런치의 평가 기준이 뭘까?
과연 뛰어난 문장력, 감탄이 절로 나오는 글들을 원하는 것일까? 물론 글솜씨가 가산점을 얻을 수야 있겠지만 평가 기준에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개개인마다 좋은 문장이라고 느끼는 게 다른데 그걸 가점요소로서 평가한다면 주관적으로 휩쓸릴 수 있기에 지양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글이 편하게 읽히는 것만큼은 글쓰기의 기본이 아닐까 싶어 잘 읽히도록 '가독성'에 중점을 두었다. 문단의 배열, 문장의 길이, 한 줄을 나눌지 붙여 쓸지 등 어떻게 해야 읽기 쉬울지 부단히 고민했다. 다시 말해 뛰어난 문장가는 될 수 없지만, 꼼꼼한 편집자가 되고자 했다. 최대한 문장을 소리 내어 읽고 어색하면 단어를 대체하거나 문단을 주제별로 최대한 구분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지 않으면 과감히 쳐냈다.
여기서 사소한 팁을 주자면, 모바일 환경과 pc환경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나는 작업을 할 때 모바일보다는 pc환경에서 작성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아마 군대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크게 작용하는 것도 있겠고, 키보드를 타건하면서 오는 그 감성을 좋아한 것도 한 몫한다. 그런데 내가 저장한 글을 열람실에서 휴대폰으로 확인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분명 큰 화면으로 보면 잘 읽히던 글이 휴대폰의 작은 화면으로 보니 한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pc환경에서 작성하는 것과 모바일로 작성하는 것 두 갈림길에서 가고자 하는 길을 선택해야만 했고 모바일 환경에 맞추는 방향으로 귀결됐다. 제 아무리 나는 pc환경이 더 편하지만 독자들은 대부분 밥 먹는 시간에, 쉬는 시간에, 통학하거나 출퇴근하는 시간에 모바일로 글을 더 많이 읽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에, 글은 컴퓨터로 작성하되 편집은 모두 브런치 앱을 통해서 했고 그리하여 글을 다듬고 또 다듬어서 두 번째 작가 신청을 마칠 수 있었다.
2025년 6월 12일 14시
작가
진심으로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에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브런치 앱에 조그마한 알림 표시가 떠 있었다. 단숨에 앉은자리에서 서둘러 앱을 클릭했고 합격을 확인했을 때 온몸에 느껴지던 그 짜릿한 전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얼굴에 숨길 수 없는 기쁨의 미소가 번졌진 것은 당연지사다.
글쓰기 수업 첫날 무작정 다짐하여 내 마음속 작은 버킷리스트에 적었던 '종강 전까지 브런치 작가 되기'라는 문장에 상기된 마음과 함께 자를 대고 조심스레 줄을 그을 수 있었다. 연이은 수험실패로 성공이라는 맛을 맛본 지 너무나도 오래되었던 나는 줄을 그으며 느꼈던 만족감은 세상 모든 간식들보다 달콤했음은 분명하다.
4주간 예정됐던 수업이 모종의 이유로 종강할 수밖에 없었던 날, 나의 첫 글쓰기 선생님이자 작가님께 나의 합격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저 브런치 작가 신청 합격했어요. 그래도 종강날에 합격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 너무 다행이에요."
운둔 생활이 너무나도 길었던 탓에, 저 짧은 한마디를 내뱉는데도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떨렸는지 모르겠다. 한 시간의 수업동안 남몰래 마음속으로 수 없이도 연습했던 한 문장을 내뱉고는 서둘러 등을 돌리고서 강의실 밖으로 발길을 재촉하기 바빴다.
"아, 정말요? 정말 축하드려요! 이제 '작가님'이시네요. 아마 재능이 있으셔서 두 번만에 합격하신 걸 거예요."
다시 돌아보며 대답했다.
'아, 대화할 때는 상대방을 봐야 하는 법인데...'라고 속으로 되뇌며 조그맣게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운이 좋았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운이 좋았다.
글쓰기 선생님이 없었다면 글쓰기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여자친구의 응원이 덕분에 실패할까 두려운 마음을 떨쳐내고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결국 내 작은 성공은 내가 이루어낸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어주어서, 정말 운이 좋아서 해낼 수 있었다.
제출한 두 개의 글 주소 끝에 붙은 번호가 18번과 19번인걸 보니 그동안 글을 저장했다가 지웠다가를 17번이나 하고 나서야 제출했나 보다. 열아홉 번째 글을 적는 동안 우울하기만 했다고 생각했던 내 인생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생각하게 된 큰 전환점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렇게 작가 승인이 나고 나서 큰 목표 하나와 작은 목표 하나를 세웠다.
'또 하나의 합격수기 적기'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글쓰기'
언제나 평범한 순간을 의미 있게 기록할 수 있기를, 그리고 오랫동안 염원해 왔던 합격 통지서를 받고 또 하나의 합격 수기를 적을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오늘도 도서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서 뜻밖의 행운을 놓치지 않으려 힘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