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홀로 19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윤수 Aug 20. 2023

폭포 아래에서

부수어 다오

나의 단단한 믿음을

수만 년 쌓아 올려 굳은 돌덩이

견고한 내 아집의 성을

무너뜨려다오


너의 그 부드러운 손길로

갈고닦고 어루만져

내가 없어지는 그 순간까지

너의 그 장엄한 사랑으로

흐르게 하렴


보이지 않아도 남지 않아도

물보라 속에 흩어져

네 품에 녹아들어

저 낯선 바다 호수 강까지

어쩌면 사막과 숲에 젖어드는 안개구름으로 …


스스로 부서지기엔

홀로 사라지기엔 내 안에

겹겹 화석 껍질이 얽혀있기에

네 앞에 엎드려 이렇게

나를 맡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정기간행 문학지인 香港詩刊  2023년 10월호에 게재된 작품입니다.




이전 18화 기나긴 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