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강 가를 거닐며
쓰라린 겨울비를 맞으며
텅 빈 발길에 미어지는 그깟 외로움 때문에 오늘도 또 빈 술병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면
아직 그리움을 앓았다고 말하지 마라
저 웃음이 햇살 화살로 날아와 초라한 마음에 박힐 때까진
늘어만 가는 빚의 무게에 숨 막혀
덧없는 노동에 지쳐
또 서러운 멸시에 밀려 인생을 저주하고 있다면
아직 아픔을 안다고 생각지 마라
이 삶의 유혹이 기차창 너머 스쳐 지나간 낯선 풍경이 될 때까진
이루지 못한 꿈
다하지 못한 사랑 부질없는 다툼과 배신
잃어버린 희망 따위가 그렇게도 괴롭고 힘이 든다면
아직 세상을 겪었다고 여기지 마라
어느 한 끼 밥상에 문득 네 영혼이 하늘로 날아오를 때까진
너도 가늠할 수 없는
나도 알 수 없는
깊고 깊은 넓고 넓은 길고 긴 그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도 끝이 아닌 그곳 그때
무너진 내 심장을 가시나무에 꿰어 걸고서야 비로소
너의 미소가 꽃으로 피어나는 벅찬 영원을 맞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