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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날, 의지로 이겨낸 유혹

금주 60일 도전, 세번의 유혹을 의지로 이겨낸 하루

by 마부자

금주 60일째. 대구에서 인천으로 공간은 달라졌지만, 몸에 밴 루틴은 변함이 없었다. 깨우려는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여전히 어둠이 깊고, 집 안은 조용했다. 모두가 잠든 사이, 나는 거실로 나와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익숙한 루틴처럼 명상을 시작했다.



공간이 바뀌었음에도 명상의 감각은 낯설지 않았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익숙한 고요 속에 잠겼다. 마치 몸이 이 리듬을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흐트러짐 없이 나를 중심으로 모아졌다. 명상이 끝난 후, 이웃들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나누고, 그렇게 아침을 맞이했다.


새로운 공간에서도 나의 하루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늘의 모임은 작년에 새로 집을 분양받은 친구의 집들이 겸,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저녁을 함께하고 늦어지면 친구 집에서 묵을 수도 있는 일정이라, 집을 나서기 전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현관 앞까지 따라 나오신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씀하셨다.

"오늘도 술 마시지 마!"


그 목소리에는 아직 완전히 놓지 못한 염려가 배어 있었다. 이해한다. 과거의 나를 떠올린다면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는 변했다.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 후회를 반복하던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오늘 저녁 모임에는 아내만큼이나 볼링을 사랑하는 친구 두 명이 함께한다. 우리는 원래 매달 한 번씩 1박 2일 일정으로 전국의 볼링장을 찾아다니며 경기를 치렀다. 낮에는 볼링을 즐기고, 밤에는 근처 펜션에 머물며 여행을 곁들였다. 이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미쳤다"고 말했지만, 우리에게 그것은 단순한 취미 이상의 것이었다. 나를 제외한 세 명은 프로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가졌고, 볼링에 대한 열정은 말 그대로 뜨거웠다.


그렇게 함께했던 시간이 아내가 쓰러진 후 잠시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같은 열정을 품고 있고, 다시 모여 볼링을 치기로 했다. 오전부터 친구들과 볼링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오늘 하루는 그들과 함께하며 바쁘게 흘러갈 예정이다. 볼링이 끝나면 늦은 점심을 먹고, 이어서 당구장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친구의 새 집으로 가서 본격적인 모임이 시작될 것이다.


스케줄이 빡빡하지만, 그만큼 충만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기분, 예전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올라왔으니, "오랜만"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오랜만이니 어쩔 수 없다. 이 말이 입버릇처럼 튀어나오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정말 오랜만에, 우리 넷은 웃으며 볼링을 쳤다. 공을 던지는 순간마다 익숙한 감각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결과는 언제나 그렇듯 뻔했다. 나를 제외한 세 명은 용호상박이었다. 공을 굴리는 손끝에 힘이 들어가고, 표정은 점점 진지해졌다. 하지만 그 진지함 속에서도 문득문득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가 스친다.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들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는 순수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가능하게 해 준 모든 것에 감사했다.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여전히 이렇게 웃으며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순간순간이 선물처럼 느껴졌다.


경기가 끝나고, 언제나처럼 인근 식당으로 향했다. 메뉴는 해장국.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익숙하고, 만족스럽고, 우리가 함께한 시간의 일부 같은 것이니까.


친구들은 내가 술을 끊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마 알코올중독자 부부가 술을 끊었겠어?" 하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소주잔을 내밀었다. 선지해장국. 해장국과 함께하는 낮술은, 특히 출근 부담 없는 토요일이라면 더더욱, 나에게는 오랜 시간 ‘진리’ 같은 것이었다.

그 유혹 앞에서 잠시 흔들릴 뻔했지만, 나는 인천에서의 두 번째 단호함을 보였다. "나 이제 안 마셔." 짧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그렇게 첫 번째 유혹을 이겨냈다.


다행히도, 이 친구들과의 관계는 그런 것쯤은 쉽게 넘어갈 수 있을 만큼 단단했다.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안 한다." 라고 말하면 절대로 두 번 권하지 않는 사람들.


어린 나이도 아니고, 각자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들이라면 무엇을 결심했을 때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억지로 권하는 것 자체가 우정이 아니라는 신념을 가진 친구들이었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또 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소주잔 대신 시원한 음료수를 들었다. 예상했던 실망이나 아쉬움은 없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다시 삼겹살에 집중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고마웠다.


한 친구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둘은 넘어가는데, 이따가 다른 형님들 만나면 잘 버텨라!"


맞다. 저녁 모임에는 형님들이 함께한다. 세 번째 고비는 단순한 유혹이 아니라, 자칫하면 강요가 될 수도 있는 자리였다. 술이 분위기를 이끄는 사람들, 거절을 농담처럼 흘려듣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아내의 사정을 다들 잘 알고 있기에, 예전과 같은 무리한 권유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믿으며, 친구들과 즐거운 오후 시간을 보냈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계획대로 당구장에 들렀다. 당구장에서 먹는 맥주 또한 당연한 코스로 생각하듯 마셨던 나는 두번째 유혹도 아아로 떨쳐냈다. 큐대를 잡고 공을 굴리면서 웃고 떠드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리고 저녁 모임을 위해 친구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늘의 주인공이 눈앞에 펼쳐졌다.

민어회.

배에서 갓 잡아 올린 민어를 친구가 직접 주문해 회를 떴다. 살점이 탱탱하고 윤기가 흘렀다. 이건 누가 봐도 "술안주의 최고봉" 이었다. 마치 나를 시험하려는 듯, 테이블 위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조용히 세 번째 고비를 준비했다.


저녁이 되고, 회원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내 앞에도 술잔이 건네졌다. 예상했던 순간. 피할 수 없는 흐름.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단호했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와서 월요일에 재검을 받아야 합니다. 의사가 절대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네요. 죄송합니다."


이 짧은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끝났다. 중년을 넘어선 우리에게 있어 건강은 무엇보다 예민한 주제다. 술을 거절하는 수많은 이유 중에서, 병원과 의사의 권유만큼 강력한 것은 없었다. 순간 술잔을 건네던 손들이 멈추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프다는데 술 마시면 안 되지."

"건강이 제일 중요하지."


어쩌면 씁쓸한 장면이었다. 젊었을 때라면 "한 잔쯤 괜찮아!"라며 장난스럽게 넘겼을 텐데, 이제는 다들 몸을 걱정하는 나이가 되었다. 세월이 흐른 흔적을 이런 순간에서 느끼게 될 줄이야.


하지만 이 방법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주당들에게 단순히 "안 마실게."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배신 행위나 다름없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런 배신자를 가장 먼저 처단하려 했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


"마셔! 이 분위기에서 안 마신다고?" 그렇게 술을 권하던 내가, 이제는 술잔을 거절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난 오늘 세번째 유혹까지 내 모든 의지로 이겨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무척이나 뿌듯했다.


술 없이도 우리는 충분히 즐거웠다. 큰 소리로 웃고, 오래된 이야기들을 꺼내며 시간을 보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친구들은 하나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낯선 친구 집에서 조용히 이 하루를 정리했다. 술 없이 맞이하는 밤. 쉽게 잠이 올까 싶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유쾌하고 감사로 가득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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