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긴 나라 캐나다

깨어 있는 밤을 만져간다

by 김종섭

아침 6시가 되기도 전 어김없이 눈을 방안에 들어오는 햇살의 양을 살펴보지만 여전히 빛 보다 어둠이 가득하다. 이불속 어디엔가 조용히 묻혀 잠들어 있을 핸드폰을 더듬어 찾아들고 밤새 화면 속에 감추어 버렸던 세상을 꺼내어 소통하다 보면 7시에 멈춰 선 게으른 아침을 만나게 된다.


요즘은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는 하루의 아쉬움을 느껴간다. 오후 4시 반, 해가 기웃 저물어 햇살 대신 전등 불빛에 의존해야 하는 의도치 않은 빠른 저녁을 맞이한다. 겨울로 향해가는 계절의 움직임은 끝내 긴 하루를 품어내지 못했다.


여름이 가기도 전에 항상 습관처럼 가을을 먼저 생각해왔다. 가을은 사계 중에 유난히 짧고 아쉬운 계절이다. 가을을 배웅하기도 전에 계절의 탈바꿈은 너무 성급하게 떠나가려 다. 가을과 겨울 사이에는 맑은 날보다 유난히 흐려진 날이 많았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며칠 전부터 계속 낙엽비가 되어 내리고 있다. 감성으로 호소하고 느껴왔던 가을 비도 언제부턴가 마음 안에 불편한 무게감을 느껴간다.


오늘 도시는 온통 회색빛이다. 맑은 날은 마치 꿈만 같은 날씨가 되어 버리고 비 내리는 날을 현실의 날로 인정해야 했다. 저녁시간이 되어가면서 어둠과 함께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도시를 밝혀갔다. 발길이 분주했던 쇼핑몰도 6시가 되면서 문을 닫기 시작했다. 밤의 도시는 흥청 되는 거리의 풍경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강하게 뿜어되는 네온사인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거나 고성을 일삼는 사람도 찾아볼 수 없는 밤거리는 초저녁 잠들어가는 도시와 같았다.

캐나다 어디에든 우리가 찾아낼 흥미 있는 밤 문화는 없었다. 대부분 식당가는 열 시 이전에 문을 닫아가기 시작했다. 가끔은 술에 취해 화려한 도시의 밤거리를 걷고 싶었다. 밤 문화와 상관없이 최상의 가치로 밤을 품어가는 이도 있다. 술. 담배를 좋아하고 밤의 유희를 쫒는 집착의 사람들은 캐나다 정착이 쉽지 않다. 아직까지도 나도 밤이 길고 지루하기만 하다. 좀 더 숙성된 시간이 필요로 할 듯하다.


오늘 아침도 창밖에는 비로 인해 인자한 하늘의 모습을 벗겨내지 못하고 어둠으로 가득하다. 얼마만큼의 시간을 인내한 뒤에 비로소 비가 멈춘 맑은 하늘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도 아침은 고요한 침묵뿐이다. 한주의 중간에 걸터앉아 있는 리멤버런스 데이라는 국경일 덕분인 듯하다.


절기를 살펴보니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秋分)을 지나 낮에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한다는 '춘분(春分)'까지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결국, 밤의 길이가 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기다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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