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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Jul 20. 2020

커피따라 세계일주 - 비엔나, 코투어 커피

Wien, Caffè Couture Showroom


이곳은 그 전날 방문했던 Coffee Pirates의 바리스타에게 추천을 받아서 찾아왔다. 작은 매장이지만, 직접 로스팅을 해서 납품까지 하고, 커피 맛도 훌륭한 곳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 전날 밤에 잠을 늦게 자서 피곤했지만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지친 몸을 이끌고 카페로 향했다. 





(c)만얼 | 카페 입구




밖에서 보는 모습은 일반적인 큰 창이 나있는 작은 카페였다. 커다란 간판 없이, 작은 입간판 하나만 나와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서 바깥과 다른 아늑한 분위기에 금방 사로잡혔다. 전체적으로는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고, 아치 형태의 천장 아래로 은은한 줄 조명이 내려왔다. 굳이 많은 조명을 쓰지 않아도 자연광과 어우러지는 카페 내부는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았다.



(c)만얼 | 카페 내부



(c)만얼 | 주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간 바 쪽의 모습


천천히 매장을 둘러보면서 주문을 하기 위해 바 쪽으로 다가갔다. 먼저 왔던 손님의 음료를 만드는 것 같았는데, 바리스타의 첫인상이 너무나도 강렬했다. 무섭게 생겼다고 할 만큼의 체격을 가진 바리스타는 묵묵하게 음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뒤에서 유심하게 보고 있는데, 기계들 밑으로 자리한 팰릿(Pallet)으로 만들어 놓은 바가 눈에 띄었다.  


보통 커피 생두처럼 무거운 자루에 담긴 농산물이나 화물이 수출입을 할 때, 지게차로 옮기기 쉽도록 받쳐놓은 틀을 팰릿이라고 한다. 커피 생두를 수입했을 때 딸려오는 저 팰릿은 화물 기사들과 업체 모두 처리하기 꺼려해서 대부분 버리고 간다. 폐기물로 처리하지 않고 이렇게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멋있었다. 자세히 보니, 주문대나 서비스 테이블 쪽도 흰색 페인트로 칠해놓은 팰릿이었다. 





(c)만얼 | 조금 더 멀리서 본 바의 모습. 공간 활용이 뛰어나다.


먼저 왔던 손님이 가고 나서 주문을 하려 했다. 바로 앞에서 마주한 무표정의 바리스타에게 살짝 기가 죽은 채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했다. 르완다와 브라질 싱글 오리진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르면 된다고 하는데, 둘 중에 어떤 것을 추천하는지를 물었다. 대답은 르완다 커피가 산미가 더 좋다는 등의 간단한 캐릭터 설명과 함께 손님인 내가 커피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원두는 산미가 있는 편이니, 산미를 좋아한다면 이걸 드셔보세요'라는 식의 대답을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선택은 철저히 너의 몫이라는 대답은 신선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내가 바리스타로 있을 때 손님들에게 저렇게 이야기하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일단은 르완다로 주문하고, 자리를 잡기 위해 뒤로 돌았다. 



(c)만얼 | 마음에 들었던 선반과 창문. 집에도 저런 공간이 있다면.



돌아보니, 매장 구석구석 잘 관리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탄탄한 줄로 연결된 스트링 선반에는 알록달록한 잔과 커피 용품이 올라가 있고, 밑에 있는 테이블엔 작은 액자와 커피 포대 등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화려하지 않고 투박해 보여도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창가에 마련된 자리는 비 오는 날에 조용히 앉아있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비 오는 날 그 창가에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하는데, 어느새 커피가 나왔다.




(c)만얼 | 르완다 에스프레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밝은 하늘색 에스프레소 잔에 담겨온 에스프레소는 눈으로만 봐도 맛있을 것 같은 색이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커피 맛은 정말 훌륭했다. 생크림 같은 질감을 받쳐주는 묵직한 단맛, 그에 지지 않는 부드러운 산미를 뽐냈던 커피는 목으로 넘어가면서도 깔끔한 뒷맛으로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바로 앞의 벽에 보였던 초상화 한 점이 '맛있지?'라며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c)만얼 |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림



커피를 마시고 난 후에, 무섭게만 보였던 바리스타가 새삼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 손에서 이렇게 섬세한 느낌의 커피가 나올 줄이야. 내 생각과는 다른 사람일지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커피를 다 마시기도 전에 커피 잔을 손에 들고 가서 말을 걸었다. 웬걸, 말도 많고 웃음도 많은 사람이었다. 



"커피가 진짜 맛있네요, 르완다 커피를 다른 데서도 맛있게 먹었는데 여기도 맛있어요"


"고마워요, 어디에서 왔어요? 바리스타죠?"


"네, 그런데 지금은 학생이라 풀타임은 아니에요. 그리고 한국에서 왔어요!"


"오 한국! 한국엔 몇 년 전에 라떼아트 챔피언십에 참가하려고 갔어요. 그리고 우리 카페에도 음악을 전공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일하러 왔어요. 혹시 이 사람들 알아요?"


라며 휴대폰을 들어 페이스북을 켠다. 한국인들 얼굴을 한 명씩 보여주는데, 알 리가 없다..


"미안해요 하하 모르겠네요"


"그럼 이 사람은 알죠? '한지혜'라고 한국에서 유명하다고 하던데, 비엔나 살 때 우리 카페 단골이었어요!"


"와, 이분은 당연히 알죠! 한국에서도 유명해요. 한국을 아시는 것도, 이 배우가 여기 단골인 것도 신기하네요!"



이런 대화 외에도 로스팅 머신에 대한 이야기, 에스프레소 머신에 대한 이야기, 한국과 비엔나커피 시장에 대한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보기와는 다르게 정말 웃음도 많고 정도 많은 사람인 것 같았다. 


친화력이 정말 좋았던 바리스타 덕분에 불편한 것 없이 꽤 긴 시간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커피라는 주제 하나로 사는 곳도, 인종도, 언어도 다른 처음 보는 사람과 오랜 시간 동안 웃으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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