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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Jul 27. 2020

커피따라 세계일주 - 로마, 파로 롬

Rome, Faro Rome


아쉬운 마음으로 비엔나를 뒤로 하고 기차를 타고 로마로 갔다. 로마는 몇 년 전에 여행을 갔을 때에도 더운 날씨 때문에 고생하면서 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무더위가 손짓하고 있었다. 도시 자체가 넓지 않아서 웬만하면 전부 다 걸어 다닐만한데도 살인적인 더위 때문에 돌아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로마를 대표하는 기차역인 테르미니 역 주위에 있는 Faro Rome은 로마에 생긴 최초의 스페셜티 카페라고 한다(이 카페의 바리스타가 그렇다고 하니, 맞겠지?). 이곳은 2고초려(?) 끝에 성공했다. 카페가 숙소에서 걸어가도 좋을 만큼 가까워서 첫날에 저녁식사 전에 잠깐 짬을 내서 갔다. 그런데, 이미 마감 중이어서 카페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문을 닫는 시간이 오후 5시라는 말에 돌아갔고, 그다음 날엔 오픈 시간에 맞춰 일찍 일어나 혼자 가기로 했다.  


(c) Faro Rome, Facebook





오픈 시간에 맞춰 일찍 방문한 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붉은색의 등대 로고가 인상적이었고, 카페 내부는 꽤나 현대적인 분위기였다. 적당히 내려오는 조명 아래로 곡선의 바가 입구부터 반겨주었다. 계산대 바로 옆으로 보이는 유리 매대에는 빵이 가득했는데,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이 빵은 전부 다 팔리고 없었다.



(c)만얼 | 카페 내부



이른 아침, 오전 9시쯤이었는데도 관광객들과 현지 사람들의 활기와 생기로 카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앉아서 마시는 사람들보다 양손 가득히 들고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 콜로세움에 들어가려면 일찍 줄을 서야 하기 때문일까? 하는 상상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바쁜 와중에도 수염 있는 잘생긴 바리스타는 친절하게 주문을 받아주었다. 정말 유쾌한 대화를 나눈 사람이었는데, 주문을 하는 그 잠깐 사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시작은 에스프레소 한 잔이다. 



"Ciao! Uno caffé espresso per favore."

(안녕하세요! 에스프레소 한 잔 부탁드려요.)


"Ciao, Si. #$&(*&$(#&$(&"

(안녕하세요, 알겠습니다.??????)


"Sorry, but I don't speak Italian. Sorry for the confusion haha"

(미안해요, 이탈리아어는 할 줄 몰라요. 헷갈리게 해서 미안해요 하하)


"That's Okay! Anything else?"

(아 괜찮습니다! 더 필요한 건 없나요?)



서투르지만, 나름 준비해 간 인사말을 써먹었는데, 당황스럽게도 이탈리아어로 대답해준다. 정말 다행히 그 바리스타도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 바로 응대해주었는데, 다음부턴 그냥 영어나 쓰자 싶었다...



(c)만얼 | 에스프레소 한 잔



주문을 받아주었던 그 바리스타가 바로 머신으로 가서 커피 한 잔을 추출한다. 여전히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커피를 가져다주면서 건넨 말이 인상적이었다.


"At first, do not add sugar. Just taste it!"

(처음엔 설탕을 넣지 말고 그대로 드셔 보세요!)


설탕을 넣지 말고 그대로 맛을 보라는 그 말을 매우 자신 있는 표정과 눈빛으로 건네 온다. 커피 그 자체의 단맛을 느껴보라는 뜻인 것 같았는데, 부럽기도 하고 멋있기도 했다. 자신이 만든 커피에 대한 자신감과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돈벌이로만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얼굴이었다. 그 자부심 그대로,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커피는 너무나도 달았다. 




스페셜티 커피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 '스페셜티 커피'. 최근 많은 카페에서 사용하는 광고 문구가 되기도 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커피 그대로를 뜻하기도 한다. 스페셜이라고 하니 좋은 커피인 것일까? 틀린 말은 아닌데, 사전적인 의미도 있는 단어이다.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이라는 곳의 기준에 따라 평가한 커피의 점수가 일정 이상을 넘어가면(100점 중 80점 이상) 스페셜티 커피라는 명칭이 부여된다. 


그만큼의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농부들의 피땀 흘린 노력이 들어간다. 커피를 재배하고, 재배한 커피를 씻고 말리는 과정까지 수많은 노동이 필요하다. 커피 체리를 하나하나 손으로 따서 일일이 솎아내고, 말릴 때에는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봐야 한다. 이럴 땐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 TV광고를 보면 인스턴트커피에도 스페셜티 커피 100%라고 한다. 일단 광고에서는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싶지만, 그렇게 많은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세한 노력이 들어가긴 힘들 것이다. 때문에, 당연하게도 이렇게 작은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보다 섬세함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c)만얼 | 추가로 주문한 라떼 한 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커피를 마시다 보니, 어느새 흰색 에스프레소 잔이 바닥을 보였다. 아쉬운 느낌에 라떼 한 잔을 추가로 주문했고, 라떼 역시 처음 에스프레소를 만들어준 잘생긴 바리스타가 만들어 가져다주었다. 라떼아트 모양이 정말 이뻤고 우유와 커피의 고소한 어우러짐도 완벽했다. 


어느 정도 손님이 빠진 후에 계산을 하면서 말을 걸었다. 



"커피가 너무 맛있었고 무엇보다 친절하게 응대해줘서 고마워요. 어제 못 와서 아쉬웠는데, 오늘도 못 왔으면 정말 아쉬울 뻔했어요. 혹시 다른 스페셜티 하는 곳도 추천해줄 수 있을까요?"


"좋았다니 다행이네요! 아쉽게도 제가 알기에도 로마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하는 곳은 우리랑 다른 한 곳밖에 없어요. 여기도 좋으니까, 한 번쯤 가보세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기억만 가져가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로마에 왔을 때 또 올게요!"



그들의 커피에 대한 자신감과 손님에 대한 세심한 관심은 그곳에서 머무는 내내 좋은 기분으로 있게 해 주었다. 앉아있는 동안 테이블 옆을 지나가는 카페의 많은 직원들이 먼저 인사를 보내기도 하고, 커피 맛은 괜찮은지 그리고 필요한 것은 없는지 한 번씩 물어봐주었다. 카페와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으로 카페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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