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따라 세계일주 - 타이베이, 심플카파(2)

Taipei, Simple Kaffa

by 만얼


2020년 1월, 다시 한번 대만으로 향했다. 2019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일을 그만두고 나서 어디든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마침 친구들과 타이밍이 맞았다. 정확히 2년 전에 대만에 갔을 때와 날짜가 겹쳤기 때문에 출발 전부터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그때 갔었던 카페들을 다시 가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다. 이때 심플 카파도 다시 한번 방문했으며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플래그쉽 스토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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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만얼 | 카페 정면과 내부 인테리어, 바 모습




새로 오픈한 플래그쉽 스토어는 번쩍번쩍 빛이 나는 듯했다. 건물의 바깥부터 멋진 나무와 고급스러운 대리석 등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안쪽은 훨씬 더 멋진 모습이었다. 정말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 쓴 듯했다. 특히 나무를 이용한 벽면 전체와 바의 모습이 놀라웠는데 커다란 통나무의 껍질 전체를 이용한 듯했다. 2년 전에 방문했던 호텔 로비에 있던, 그 아무것도 없던 카페와 같은 브랜드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먼저 왔던 사람들 뒤에 서서 기다리고 있자, 직원이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만큼 미리 메뉴를 보고 빠르게 주문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주문하는 방식도 특이했는데, 카페에서 직접 손님이 앉을 테이블을 미리 정해주는 방식이었다. 작은 종이에 테이블 넘버가 적힌 종이를 주며 그곳으로 안내해준다. 그리고 카운터에 와서 주문을 할 때 그 종이를 보여주면 그 번호를 기록해 두었다가 음료를 직접 가져다준다. 운 좋게도 가장 안쪽의 편안한 자리로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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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만얼 | (위)메뉴판 (아래)사람들이 줄서있는 모습과 바의 모습. 바에서 Berg Wu가 직접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메뉴판을 보고 무엇을 마실까 고민하는데 마셔보고 싶은 커피가 많았다. 심지어 디저트도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커피는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세트, 따뜻한 라떼, 차가운 라떼를 주문했고 디저트는 말차 롤케이크와 게이샤 파운드케이크를 주문했다. 게이샤 파운드케이크라니... 이름이 좀 특이하지 않은가? 게이샤는 커피의 품종 이름인데 파운드케이크에 그 이름이 들어가다니?


잘 읽어보니, 얼그레이와 유자 파운드케이크 위에 재스민 아이싱이 올라갔단다. 아마도 게이샤 품종의 커피처럼 깔끔하고 화사한 느낌의 디저트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커피의 품종


지금까지 밝혀진 커피의 품종은 수십 가지에 달하며, 계속된 연구 및 개발과 교잡을 통해서 새로운 품종들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오래 기간 동안 왕좌를 지키고 있는 훌륭한 품종들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보통 그런 품종들은 교잡(hybrid) 종이 아닌, 원(original) 종이다.


커피는 학명으로 Coffea라고 표기한다. 이 Coffea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C.Arabica, C.Canephora, C.Liberica. 여기서 우리가 집중할 것은 오직 C.Arabica(이하, 아라비카 품종)로, 나머지는 무시하도록 하겠다. 실제로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커피가 아라비카 품종이고 가장 많이 생산되는 품종이기 때문이다.


아라비카 품종은 다시 한번 에티오피아와 수단 출신과 예멘 출신 두 갈래로 나뉜다. 에티오피아와 수단 출신은 대표적으로 자바(Java), 수단루메(Sudan Rume), 게이샤(Gesha)가 있고 예멘 출신은 대표적으로 티피카(Typica), 부르봉(Bourbon)이 있다. 이것이 바로 위에서 이야기한 왕좌를 지키고 있는 품종들이다. 그리고 이런 커피들이 자연적으로 교잡되어 살아남으면 새로운 품종으로 기록된다. 또는 인공적으로 두 가지의 원종을 교잡시켜서 맛이 좋고 커피 녹병(Leaf lust)이라는 전염병에도 강한 교잡종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방식으로 새로운 품종으로 남아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이 카투라(Caturra), 파카스(Pacas), 마라고지페(Maragogipe), SL28, Ruriru 11, 파카마라(Pacamara), 카스티요(Castillo), 카투아이(Catuai), 핑크 부르봉(Pink Bourbon), 옐로우 부르봉(Yellow Bourbon) 등이 있다. 그리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향미가 다르다. 어떤 품종은 커피 녹병에 강하고 잘 자라지만 수확량이 적고, 어떤 품종은 커피 녹병에 약하지만 수확량이 많고 아주 훌륭한 향미를 가지고 있고, 어떤 품종은 아주 매력적인 향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런 매력이 빠르게 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 어떤 품종은 커피 체리가 아주 예쁜 분홍색 또는 노란색을 띠고 있거나 엄지손톱만큼 커다랗기도 하다.


종류도 엄청 많고 이름도 어렵고.. 너무 복잡하지 않은가? 사실 이런 것들을 전부 알 필요도 없고 기억할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카페들이 커피 설명에 이런 품종을 적어놓기는 하지만 '이 품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적으시오'와 같은 문제를 내지는 않는다. 다만 예전에도 말했듯이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어디서 나왔는지 어떻게 생산되었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면, 그리고 이 카페에서 팔고 있는 게이샤 파운드케이크를 어떻게 작명했을지 추리해 본다면 내 앞의 커피 한 잔이 더 맛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KakaoTalk_20201103_221142293.jpg (c)만얼 | 갓 나온 커피와 디저트


갓 나온 커피는 윤기가 흐르는 것 같았고, 말차 롤케이크의 풍성한 말차 크림은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그리고 게이샤 파운드케이크는 먹기 전부터 화사한 향이 풍겨왔다. 에스프레소는 베리류의 진한 단맛과 견과류의 고소함이 함께 했으며 카푸치노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커피에 들어가는 우유도 뜨겁지 않은 온도에 단맛이 가장 좋게 느껴졌다.


디저트는 그 재료들의 밸런스가 정말 훌륭했다. 너무 달거나 쓰거나 하는 것 없었고 전부다 신선했다. 이 신선하다는 느낌을 글로 풀어서 설명하기가 정말 어려운데, 먹으면서 그냥 '아 진짜 신선하다' 하는 생각 먼저 들었다.




2년 만의 재방문에 정말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새로운 매장과 디저트, 서비스 방식까지 훌륭하게 바뀌었다. 몇 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며 꾸준함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극적이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것도 정말 오래 기억에 남는다. 2022년의 이곳의 모습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가득 안고 아쉽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카페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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