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따라 세계일주 - 타이베이, 커피:스탠드 업

Taipei, COFFEE: STAND UP

by 만얼


저녁식사를 할 식당을 찾아서 밤거리를 돌아다니던 중에 발견했다. 대만은 우리나라만큼 치안이 좋은 편이라서 늦은 시간에도 마음 편히 다닐 수 있었다. 거리는 깨끗했고 활기찬 젊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도 경찰들이 종종 순찰을 도는 것이 눈에 보여서 마음이 편했다.



(c)만얼 | COFFEE: STAND UP 정면 사진


일본 양식의 건물과 식당이 줄지어있는 거리를 걷던 중에 이 카페를 발견했다. 밖에서 들여다보고 앉을자리가 있는지 슬쩍 봤는데, 다행히도 자리가 있었다. 아마도 자리가 없었으면 들어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날따라 많이 걸어 다녀서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피곤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꼭 앉아서 피로를 풀어줄 만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카페로 들어가 보니 남자 바리스타 혼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매장은 앞 뒤는 길고 양 옆은 좁은 형태였다. 그래도 다양한 모양으로 길게 늘어진 조명들이 매장을 환하게 비춰주어서 그렇게 좁거나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c)만얼 | 매장 내부


STAND UP이라는 카페 콘셉트에 맞게, 좁은 통로를 따라 있었던 기다란 바 앞쪽으로는 튼튼한 고리에 가방을 걸어놓고 편하게 서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그 작은 고리 하나에서 느껴지는 손님들을 위한 배려가 보기 좋았다. 밝은 오후에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들이 그 자리에 서서 서류가방과 핸드백을 걸어놓고 서로 이야기하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바에서 서서 커피를 마시는 문화, Express; Espresso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가서 카페들을 돌아다녔을 땐 옛날 카페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카페 위주로 다녔다. 그런 카페들은 공통적인 문화가 있는데, 바에서 서서 커피를 마시는 것과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가격이 달랐다. 의자가 없는 바에 서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일반적인 내부 좌석이 그보다 조금 비싸며 테라스 좌석이 가장 비싸다.


일상적으로 커피를 소비하는 유럽 주민들은 서있는 자리에서 가볍게 커피를 한 잔 받아서 빠르게 마시고 떠나간다. 그래도 날씨가 쨍쨍하고 맑은 날에는 가장 비싼 테라스 자리도 가득 찬다. 가격이 다른만큼 바리스타 또는 바텐더라 불리는 직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달라진다. 손님들이 비싼 자리에 앉아있을수록 조금씩 더 격식 있는 서비스를 받기도 하며, 직원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케어를 받는다.


앉아서 커피를 마시던 테이크아웃 잔에 커피를 담아서 나가던 같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한 우리들에게는 이렇게 자리에 따라서 가격들 다르게 지불하는 것이 생소하기도 하고 잘 이해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그 가격의 차이가 서비스 차이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카페에서 파는 음료가 오직 에스프레소밖에 없던 시절에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을 알면 꽤 재미있을 것이다.


'에스프레소(Espresso)'는 1900년대 초, 산업혁명 시절에 증기를 이용한 에스프레소 머신과 함께 나온 커피 음료다. 그 시절에는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실 수 없었고 바쁜 출근시간에 빠르게 커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고 가야만 했다. 때문에, '빠르다'라는 뜻을 가진 Espresso(영어로 Express)가 그 커피 음료의 정식 이름이 된 것이다. 이런 생활방식 때문에 금방 커피 한 잔을 들이켜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에스프레소를 제공했던 것이다. 오늘날처럼 에스프레소가 미식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c)만얼 | 주문했던 커피. 바리스타가 자리로 가져다주었다


이 카페는 서서 커피를 마시던 앉아서 커피를 마시든 간에 가격 차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바에서 가볍게 커피를 마시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보면서 오래전에 유럽 카페를 다니던 때가 떠올랐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앉은자리에서 바리스타에게 커피를 주문했다. 에스프레소 한 잔과 케냐 싱글 오리진 드립 커피 한 잔이었다.


친절했던 바리스타는 주문을 받은 즉시 음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바리스타의 친한 친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오더니 조용했던 카페가 금방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바리스타는 손을 멈추지 않고 빠르게 커피를 만들어 가져다주었고, 그 커피는 역시나 깔끔했다. 차를 한 잔 마시는 것 같은 깔끔한 느낌과 깨끗한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 저녁밥을 먹기 전에 텁텁한 커피를 마시고 싶지는 않았는데 다행이었다.




문득 카페로 찾아온 바리스타가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보는데 그의 표정이 참 편안했다. 자신의 공간에 자기 사람들이 앉아있으니 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떠들었다. 마치 가족 같은 분위기로 한순간에 매장 전체의 분위기가 포근해졌고,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를 탄 덕분에 친구와 더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무거운 고민들이 가벼운 이야깃거리가 되어 입 밖으로 나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면서 내 마음속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지가 참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겐 한없는 투정처럼 보일까 봐 두려운 속마음은 참 꺼내놓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코로나 19로 인해 발생되는 약간의 우울감에 더불어 갇혀있다는 생각들이 나의 고민들을 더 가두는듯한 느낌이다. 마스크 없이, 타인의 존재에 대한 불안감도 없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타고 대화를 나누었던 그때의 상황을 쓰고 있는 지금. 그 당시 여행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떠오르며 그립기도, 아쉽기도 하다.



(c)만얼 | 한쪽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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