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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우물

by 이재 다시 원


명징한 물이 담긴

우물이었다

너도나도 물을 퍼간다

마시고

씻고

빨래하고

물이 떨어지기 직전에

누군가 채워넣는다


모든 것이 여전하다

퍼간다

마시고

씻고

빨래하고

떨어지기 직전에

채워넣는다


장맛비가 내리던 어느 날

퍼가고

마시고

씻고

빨래하고

기다리고

누군가 채워주겠지 하며

기다리고


너도나도 물을 퍼간다

바닥이 보이는데도 퍼간다

살피지도 않은 우물엔

가득한 이끼

썩어버린 돌벽

고여버린 물

새로 지은 우물


그들은 알까

나는 공복에 새벽 담배를 문다

혼자 남은 마른 우물을

바라본다


담배연기가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가슴한켠이 찌르르하고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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