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서울 낯설게 보기
해결할 일들이 쌓여 있어 서울에 잠시 다녀왔다. 화요일 오전에 유리창 청소와 객실 정리를 마치고, 폭우를 뚫고 순천역으로 향했다. 순천역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ktx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일정이다. 그리고 금요일 새벽에 다시 ktx를 타고 순천역으로 돌아와 다시 차를 몰고 두모마을로 돌아왔다.
두모마을에 2주 간 머물렀다고, 남해의 분위기와 시간의 흐름에 나도 모르게 녹아들었나 보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몰아치는 인파에 숨이 막혔다. 처음에는 남해에서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리더니, 서울로 돌아가서도 낯익은 동네에 낯을 가리느라 시간이 걸렸다.
오랜만에 만난 전 회사 동료들은 사람이 까매지고 혈색은 좋아지고 얼굴은 반쪽이 되었다고 신기해한다.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며 1년 반 동안 금주를 했고, 무엇보다 회사를 다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번아웃된 정신과 지식을 채우며 보낸 학교 생활도 이제 한 학기 후에는 마무리지어야 한다.
지하철을 타니 사람들은 모두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길거리에서도 각자의 핸드폰을 보며 걷는다. 모두가 한 공간에 있지만 사람들 간의 거리는 남해에 있는 사람들의 실제 거리보다도 멀어 보인다.
30분 거리를 가도 멀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까워서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며 낯설었다. 남해에서 30분 거리라면 20km도 넘게 갈 수 있다. 마음의 거리와 물리적 거리에 대한 감각이 다르다. 도시에서도 단골 식당 사장님이나 이웃들과 인사하며 지내던 나는 남해에서의 생활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도시는 편리하지만 편안하지는 않다. 백화점 같이 넓고 깨끗한 다이소에서 남해 생활 내내 사야지 마음먹었던 욕실 청소용 스퀴저를 샀다. 천 원 한 장을 쓰려고 해도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편리하다. 욕실의 물기를 방치하지 않고 매일 정리할 수 있는 남해의 여유는 마음이 편안하다. 문 밖으로 나서면 보이는 것이 지나치게 가까운 다른 건물의 얼굴이 아니라, 저 멀리 여유 있게 마을을 품은 금산과 논밭이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