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right.
민선이 냉큼 탑승하고 문 열림 고정 버튼을 누르면서 낭창하게 말했다.
"엘리베이터는 못 잠그나 봐요."
승강기 내부의 환한 빛은 초조함을 가중시켰다.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다.
1층 도착 알람이 울리며 문이 열리자 공포에 질려 머리털이 주뼛 섰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매장 내부는 일정한 간격으로 듬성듬성 비상 전등이 켜져 있었다.
아직 전기가 들어온다는 사실에 약간의 위안을 느꼈다.
우리는 흩어져 매장 안을 탐색했다. 신선식품 진열대는 텅텅 비어 있었다. 매운 라면 같은 상품만 매대 근처에 한두 개씩 흘려져 있었다. 라면 같은 선호 식품이 남아 있지 않은 건 납득이 갔지만, 스낵이 의외로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피난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일을 감행하면서 우왕좌왕했을 것이다.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시달리며 이것저것 주워 담을 때, 애들이 과자 사달라고 보채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속 터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부모들이 라면으로 아귀다툼을 할 때 아이들도 간식거리를 남겨두고 나름의 눈물겨운 전쟁을 치렀을 것이다.
학생들이 식량을 조달할 때 나는 통신 수단을 찾고 있었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나.
학생들은 어느 정도 먹거리가 확보되자 얼굴에 평온함이 돌아왔다.
그러나 핸드폰은 여전히 먹통이었다.
모두 가족들은 무사한지 연락부터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화물용 승강기 근처의 직원 전용 통로로 걸음을 옮겼다.
불이 꺼진 사무실로 들어가 이름 모를 주인의 책상을 하나씩 붙잡고 앉아 PC 전원 버튼을 눌렀다. 부팅이 끝나고 익숙한 바탕화면 나타나자, 크롬을 실행했다.
마우스 커서에 화살표가 몇 차례 회전하더니, ‘연결되지 않음’ 문구를 표시했다.
"여기 와이파이도 있어 다들 핸드폰부터 확인해 봐!"
기철이 고함치듯 말했다.
핸드폰을 꺼내 와이파이를 활성화했다. ‘사용 가능한 네트워크’가 감지되지 않았다. 통화와 단말기 데이터 통신도 여전히 먹통이었다.
얼마 되지 않아 기철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전기도 들어오고 와이파이 라우터도 반짝거리면서 켜져 있는데 왜 인터넷만 안 되는 거지?"
"재밍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크롬의 새로 고침을 거듭 실행하면서 말했다.
"네? 재민이요? 그게 누구예요?"
멍한 눈초리로 민선이 물었다.
나는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간결하게 현대의 과학 전쟁에 대한 설명을 풀었다. 그런 나의 배려에도 학생들은 설명을 쉽게 따라오지 못했다.
"그러니까, EMP 같은 건가요?"
성민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차근차근 다시 설명했다.
"군에서 적군의 통신을 교란하기 위해 쓰는 전자 공격의 일종입니다. EMP와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재밍은 특정 주파수를 방사해 통신을 두절시키는 게 목적입니다. 모든 전자기기가 사용 불능이 되는 EMP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전기는 정상적으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무선 통신만 차단됐습니다."
설명을 듣던 태수가 어디서 찾았는지 리모컨을 들고 TV를 켰다.
화면에는 ‘연결 신호 없음’이라는 자막만 떠다녔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