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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족이 살 집을 찾아서

짠짠아 어디로 갈까?!

by 다비드

2018년 12월 말이면 전세 계약이 만료였다. 여름 즈음부터 이사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가 짠짠이가 생기면서 전부 리셋. 전에 알아봤던 것들이 헛수고가 되었다기보다는 조건이 명료해지면서 선택지를 확 줄일 수 있어 오히려 머리가 가벼워졌다. 원래는 셋을 고려하긴 하지만 둘이 살 걸로 가정하고 알아봤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이 껴있었다. 특히 투자 관점의 변수들. 하지만 짠짠이가 생기니 육아 환경이 제1순위가 되면서 판단 기준이 명확해졌다.


1. 둘 중 한 사람의 직장과 아주 가까울 것(도보 or 마을버스로 20분 내 통근)

2. 24평형에 채광

3. 엘리베이터/주차장

4. 걸어갈 수 있는 공원


위 조건들은 원래 살던 봉천동 빌라 신혼집의 단점에 기인한 것이다.


1. 대중교통 기준 통근시간 나는 60분, 아내는 40분, 서울에서 나쁜 조건은 아니지만 육아를 위해서는 한쪽으로 몰아야 했음

2. 15평에 채광 별로고 베란다 없음

3. 엘리베이터 없는 3.5층, 주차장 있으나 남들이 무단주차를 너무 많이 함

4. 걸어갈 공원이 없어 차를 타고 보라매 공원에 가야 함


Camera_2011-09-20 18.43.41.jpg 아내를 픽업해서 집으로 향하는 지옥의 남부순환로 퇴근길


이렇게 써 놓으니 단점이 많은 집 같지만 우리가 결혼하고 4년을 만족하며 살았다.


1. 2호선 봉천역 도보 5분 역세권

2. 가격 대비 넓은 면적

3. 독점으로 쓰는 옥상

4. 오랫동안 살아온 학교 근처 동네라는 편안함


실은 이사하기로 하고 집주인에게 나가겠다고 연락했다가 며칠 알아보고는 그냥 2년 더 있을까 싶어서 다시 집주인에게 연락했는데 그새 집이 계약돼버렸다. 딱 한 팀 보러 왔는데 바로 계약함. 역시 좋은 집이었어! 당시에는 뭔가 일이 꼬인 거 같고 집을 못 구하면 어쩌나 하고 살짝 패닉이 왔다.


20150425_121529.jpg 전세로 사는 남의 집 옥상에 잔디 깔고 어닝 설치하고 캠핑의자 놓고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


이사는 결정했으니 이제 집을 구해야 한다. 신혼집 구할 때와 마찬가지로 아래의 프로세스.


1. 예산, 유형, 지역 정하기

전세 3.5억, 서초(아내 직장) 또는 평촌(내 직장), 아파트/오피스텔/빌라.

매매와 전세 사이에서 꽤 고민을 했는데 2018년 가을은 부동산이 엄청나게 오르던 시기였다. 예산도 없으니 무리하지 말고 전세로 2년 간을 더 보기로. 처음 사는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2년은 전세로 살아보고 매매할 곳을 알아보는 게 낫겠다고 결정했다. 결혼할 때 돈이 없어서 신혼집은 아파트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파트를 우선하고 아파트급의 오피스텔/빌라가 있으면 검토하기로. 아내 회사 복지로 나오는 대출이 껴있었지만 그래도 회사생활 6년 만에 3.5억을 마련한 우리 부부에게 박수. 매매가 아닌 이상 대출은 가능한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20180520_185341.jpg 개같이 일해서 건물주와 은행의 배를 불려주고 가끔씩 고오급 맥주로 현실을 잊는 게 우리네 서민의 삶 아니겠읍니까


2. 인터넷/어플로 매물 검색

위에 정한 조건에 맞춰서 나와 아내가 각자 자기 직장 지역의 매물을 알아봤다. 좋은 매물을 가져와야 자기 직장과 가까운 집으로 이사를 가는 인센티브! 나는 평촌, 아내는 서초의 매물을 열심히 뒤졌다. 네이버 부동산, 직방, 호갱노노를 이용했는데 결국은 네이버 부동산이 제일 쓸만했다. 호갱노노는 실거래가 정보 확인용으로만 썼고 직방은 네이버 대비 매물 수량이 적어서 안 보게 되더라. 네이버 부동산에 가짜 매물이 많다고는 하지만 부동산에 전화해서 확인하면 되고 물량이 많고 검색 기능이 가장 나았다. 각자 네이버 부동산 관심 매물을 쌓아놓고 자기 매물을 열심히 변호하는 나날.


IMG_6133.jpg 통근시간을 걸고 벌어지는 새집 매물 배틀! 이긴 자가 아침잠을 얻으리라


3. 매물 방문하여 심층 분석

관심 매물 리스트를 정리하고 동선 고려해서 부동산과 매물 확인 약속을 잡았다. 2018년 9월 말부터 약 4주의 주말 및 일부 평일 저녁을 고스란히 바쳤다. 지역 내에서도 동네 및 유형에 따라 그룹을 나누고 1등만 최종 후보로 남겼다. 예를 들어 평촌역 근처 오피스텔 5군데 보고 그중에 1등, 평촌역 근처 아파트 4군데 보고 그중에 1등 이런 식. 쓰다 보니 뭔가 티비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와 비슷한 느낌. 매물 방문 시 주요 체크리스트는 이랬다.


1) 실제 통근에 걸리는 시간 및 교통수단
2) 마트, 편의점, 병원, 대형마트, 백화점 등 편의시설
3) 주거지역인지 상업지역인지 동네 분위기는 어떤지
4) 주차와 건물 관리 시스템
5) 공원과 산책로
6) 집 구조, 가구, 인테리어
7) 전기, 수도, 가스, 난방, 인터넷 인프라 그리고 관리비
8) 채광, 베란다 구조, 통풍


Camera_2014-09-21 18.52.07.jpg 한강 보이는 집에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인서울도 불확실(...)


4. 최종 후보 비교 분석

전화와 방문을 통해 검토한 매물이 약 20개 정도. 매물을 얼마나 어디까지 볼 것인가도 기준이 필요한데 우리의 경우는 이렇다.

1) 조건을 상세히 까다롭게 설정한다.
2) 매물 확인을 하며 해당 지역 부동산 3곳 이상 상담한다.
3) 1주가 지나도 추가로 가볼 매물 후보가 없거나 이미 검토한 매물을 소개받으면 해당 지역 매물 검색은 끝!

여기서 핵심은 조건을 상세히 설정하는 것. 적당히 타협해서 선택지를 늘리는 게 비효율이라고 보고 조건을 까다롭게 정해서 더 이상 후보가 없을 때까지 뒤졌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빡센 기준인가 싶기도 하고. 매물 확인을 하면 절반은 위 체크리스트 중 과락이 있어서 걸러졌고 그룹별 1등을 추려서 최종 후보 3곳이 정해졌다.


캡처.JPG 2018~2019 시즌 이사 후보 TOP 3

과연 짠짠이와 우리가 살게 될 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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