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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러너 Aug 30. 2024

타투가 많아졌다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게임의 가상 세계에 푹 빠져 살았다. 밖으로 나가는 일이 달의 위상 변화만큼이나 드물었고, 나가더라도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결국 나는 사회라는 대양에서 고립된 섬이 되어, 세상의 물결이 어떻게 흐르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올해 초에 들어서 '퍼블릭 커핑'을 통해 세상을 본격적으로 접하면서 한 가지 큰 변화를 발견하게 되었다.

주) 퍼블릭 커핑은 커피 애호가와 전문가들이 모여 커핑이라는 방식을 통해 다양한 커피의 맛과 향을 평가하고 공유하는 이벤트입니다. 개인 로스터리 카페나 생두를 판매하는 업체에서 이루어진다.


타투가 너무 많다.



 

지금 와서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몇몇 분들의 타투가 나에게 상당한 불편함을 주었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고, 무의식적으로 거리감을 느꼈던 것 같다. 혹시 다른 분들도 이런 내 반응을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일반 회사의 직장인들과 달리, 바리스타나 로스터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복장과 개성 표현이 허용되는 편이다. 이는 커피 산업이 가진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손가락, 목 뒷덜미, 팔뚝 등 눈에 띄는 곳에 타투를 하고, 이를 굳이 가리려 하지 않는다. 업계 내에서도 이를 제재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바리스타는 여전히 서비스 업종에 속하며,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중요한 직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고객들이 불편할 만한 요소는 최대한 제거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타투가 여전히 일부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주 챙겨보았던 인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조차 타투를 한 출연자가 나오면 방송 중에는 이를 최대한 가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관행은 타투가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있거나, 일부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타투가 아직 불법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부정적 인식의 반영일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2030 젊은세대들에게는 자기표현과 개성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2019년 국내 타투 시장 규모는 약 2000억 원으로 추산되었으며, 이는 타투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2022년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20대와 30대의 젊은 층에서 타투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타투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이며, 이는 사회적 인식 변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타투에 대한 인식 변화에는 소셜 미디어와 대중문화의 영향도 크지 않았을까.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유명 아이돌이나 인플루언서 등 타투를 한 사람들의 사진이 널리 공유되면서, 타투는 특정 집단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적인 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유명 연예인과 아이돌, 인플루언서들이 타투를 하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젊은 세대의 타투 수용성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타투가 사회적 규범을 벗어나는 행위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예술적 표현의 일환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젊은 세대가 타투를 개성과 창의성의 표현으로 인식하며, 더 이상 타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 축구선수들이 타투를 즐기고 있다. 예를 들어, 리오넬 메시와 같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은 타투를 통해 자신의 신념, 가족, 중요한 순간들을 몸에 새기며 개성을 표현해 왔다. 메시의 경우, 그의 팔과 다리에는 가족의 이름과 얼굴,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새겨져 있으며, 이는 그가 경기장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타투 문화는 외국의 축구 선수들 사이에서 매우 보편화되어 있었다. 단지 내가 그동안 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타투를 한 이들과 실제로 교류하면서 마음이 풀어졌다. 퍼블릭 커핑을 통해 만난 사장님들은 타투와 무관하게 내가 만난 어떤 분들보다도 친절하셨다. 만약 그분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지금까지도 내 껍질 안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내가 물어보는 모든 것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셨고, 항상 따뜻한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으셨다.


비단 이 카페 사장님 뿐 아니라, 다른 타투를 하신 바리스타님들과 소통을 하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따듯하게 말을 걸어주고,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나는 타투가 그저 피부 위의 그림에 불과하며, 그것이 그 사람의 인격이나 태도를 결정짓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들의 따뜻한 마음과 개방적인 태도가 나로 하여금 커피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타투를 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은 점차 사라졌고, 대신 그들의 전문성과 열정, 그리고 따뜻한 인간성에 대한 존경심이 자리 잡았다. 이제 나는 타투를 단순히 외적인 특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개성과 자기표현의 한 방식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나 자신은 타투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우선, 나는 그림이나 디자인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나 재능이 없다. 또한 내 성격상 하나를 오래 좋아하거나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 예를 들어, 어떤 모임에 참여해도 두세 달이면 흥미를 잃고 떠나기 일쑤였다. 게임도 꽤 오래 했지만 3년을 넘기지 못했고, 고등학생 때 열정적으로 즐겼던 해외축구 시청도 3년이 지나자 시들해졌다. 이런 성향을 고려하면, 평생 지울 수 없는 타투를 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부담스럽다. 내 취향이나 관심사가 변할 때 타투만 남아있을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불편할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봇물이 터져버린 타투는 점점 퍼질 것이다. 앞서 본 자료에서와 같이 한국에서 타투는 점점 더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사회적 수용성과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타투가 단순히 반항의 상징이 아닌, 개인의 정체성과 스타일을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로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이런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건 지켜보는 내가 아닐까.


이제는 타투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며, 나와 다른 선택을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나 또한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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