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로망 없는 신부였다. 그저 이 의미없는 허례허식을 준비하면서 시간과 돈을 써야하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나와 남편 모두 첫째에 개혼이었고 부모님들은 모두 당연하게도 성대한 결혼식을 원하셨기 때문에 결혼식을 안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쓸데없는 결혼준비에 돈을 쓰지 않는 것이었다.
950만원으로 결혼하기
신혼여행, 혼수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결혼식을 위해서 지출한 돈을 따져보니 946만원 정도를 지출했다. 결혼식장 비용은 축의금으로 충당이 가능했고 가격이 합리적인 곳을 고른 덕에 비용을 지불하고도 축의금이 한참 남았다. 부모님과 합의해서 내 몫의축의금은 온전히 챙겼는데 그것만 해도 1천만원이라 사실상 신혼여행은 거의 공짜로 다녀온 셈이다.
아래 표는 정말 한치의 가감 없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정리했던 나의 결혼 준비 비용이다.
다들 결혼식 비용은 최소 몇천만원은 든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싶을 수 있다.
결혼식 당일과 준비 과정에 발생하는 비용들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예식장 대관료+식대
스드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2부 드레스 / 한복 대여
본식 스냅 촬영비, 원본비, 수정비
본식 DVD
웨딩링, 예물, 예단
혼주 한복, 정장, 메이크업
부케
청첩장
웨딩 슈즈
폐백 음식, 한복 대여
상견례
피팅비 (드레스 투어 시), 헬퍼비
축가/축사/사회자 등 사례비
웨딩카
이 외에도 선택 사항이긴 하지만 야외 스냅, 헤어변형, 프리미엄 드레스, 앨범 비용, 플라워디렉팅 등 추가적인 비용도 결혼 당사자들의 선택에 따라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필수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결혼식을 한다는 전제 하에서 예식장, 드레스와 메이크업, 본식 스냅, 혼주 한복, 혼주 정장, 혼주 메이크업, 부케, 헬퍼비 등은 거의 무조건 발생하는 비용이다.
심지어 이 모든 것들은 금액대가 천차만별이다. 결혼 준비 비용에서 꽤나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부분이자 신부들의 로망인 '스드메'를 예로 들어보자. 스드메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이 합쳐진 말로 보통 웨딩플래너 업체를 통해서 계약을 하게 되면 이 3개를 패키지처럼 합쳐서 계약하게 된다.
스드메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건 단연코 드레스이다. 나는 스드메를 모두 합쳐서 224만원에 계약했지만 하이엔드 드레스샵인 경우 드레스 대여만 500만원이 넘기도 한다.
어떻게 가능한거죠?
위 표에서 내가 지출한 항목들을 보면 사회자, 혼주 메이크업, 부케 같은 필수 항목들이 빠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950만원 지출이 가능했던 건 웨딩홀 계약과 후기 할인 덕분이었다.
내가 결혼한 웨딩홀은 당일 계약할 경우 사회자, 혼주 메이크업, 본식 스냅 등이 무료였다. 이 비용만 합쳐도 200만원 가량을 세이브할 수 있다. 본식 스냅은 웨딩홀 연계 업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 곳 더 구하긴 했지만 1인 서브 스냅으로 골라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비용도 다른 웨딩홀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다. 극성수기 토요일 황금시간대에 결혼식을 했는데 견적을 받아본 다른 예식장들보다 최소 700만원에서 최대 1천만원 이상 저렴했다. 그렇다고 해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곳도 아니었다. 우리도 정말 만족스러웠지만 하객분들께도 밥이 너무 맛있고 홀도 화려하고 예쁘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그리고 대부분 본식 스냅, DVD, 예복 업체 등은 블로그나 웨딩카페에 후기를 작성하면 할인을 해주는 이벤트를 많이 한다. 나는 이 후기 할인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후기 작성으로 아낀 비용은 50만원 정도였고 서비스로 받은 제품까지 합치면 120만원 가량을 아꼈다.
그 외에 폐백, 웨딩카 등 자잘하지만 꽤나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들은 모두 생략했다. 아낀 방법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어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