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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Jan 18. 2024

당신이 독일에서 인종차별을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

난장판 vs 온실

인종 차별은 말 그대로 사람들의 생물학적인 차이, 주로 피부색이나 골격의 차이를 두고 인종을 나누고 그 우와 열을 나누어 차별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인종 차별의 역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이다.  1619년 버지니아주의 제임스타운에서 흑인 노예 20명이 거래된 이후에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779년에는 무려 20만 명의 흑인 노예가 팔려오기도 했다. 그렇게 200년도 넘게 이어져온 인종 차별의 역사는 1860년 노예제에 반대하는 아브라함 링컨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변화의 급물살을 탄다. 1861년 노예제에 반대하는 남부와 북부 사이에 결국 내전이 일어났고, 그것이 우리가 잘 아는 '남북전쟁'이다. 링턴은 전쟁 중에 노예 해방 선언을 발표하고 1863년 1월 1일 남부 연합 내의 노예들까지 해방시켰다. 그렇게 미국의 노예제도는 공식적으로 1865년 미국 수정 헌법 제13조에 의해 금지되었다.

 

1910년에 아프리카는 유럽의 식민지 대륙이었다.

유럽의 인종차별은 제국주의의 시작과 함께 극으로 치달았다. 산업혁명 이후 유럽의 국가들은 땅따먹기에 열중하며 자신들의 영토를 넓히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물리적 거리등으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식민활동이 줄어들고 많은 나라들이 다시 독립했지만 독일 나치의 제국주의에 의한 새로운 차별의 역사는 '홀로코스트'를 비롯한 엄청난 비극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


이제는 노예제가 남아 있지도 않고, 식민주의, 제국주의 모두 사라졌는데 아직도 인종 차별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내가 아는 한 제도적으로 인종차별을 인정하는 곳은 이제 없다. 그러나 서구 사회 속에 다양한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일상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마이크로 레이시즘 (micro racism, microagression)'은 무엇이며 왜 사라지지 않는가.


마이크로 레이시즘이란 말 그대로 미세한 인종차별이다. 미세하다는 것은 단순히 작고 대수롭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쥐락펴락 했던 코로나(COVID-19)처럼 어디에 얼마나 넓고 깊게 퍼져있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세 차별은 행위자가 스스로 인종 차별 주체가 되었다는 것조차 전혀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유럽 할 거 없이 다수의 백인이 거주하는 국가, 흔한 말로 서양의 국가에 머물거나 거주하면 마이크로 레이시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당신이 독일의 길거리를 걷게 된다면 다짜고짜 “니하오~ 니하오~”하면서 합장을 하거나 키득거리는 놈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또는 길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다가 욕을 먹기도 하고 심지어 가게나 식당에서 점원한테 혼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타인에게 시비를 걸면 싸우자는 뜻이지만 독일은 시비를 걸고 비아냥거리거나 욕을 하면서 그냥 서로를 지나쳐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아~ 진짜 빨리 좀 가던지 하지 길을 막고 ㅈㄹ이야!”라고 말하면 당장 멈춰 서서 싸움이 나겠지만 독일은 그런 경우가 드물다. 워낙 말하고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는 독일인이 많다 보니 뭐라고 한 마디씩 던지는 사람들을 모두 상대하다가는 아까운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평균의 차이'

이것을 이해 못 하면 독일과 한국을 비교하는데 큰 오해가 생기기 십상이다. 한국의 길거리에서 우리가 흔하게 부딪히는 사람들은 유럽에 비해 '수준 높은 삶의 태도'를 갖고 있다. 그들은 가정에서 높은 교육열을 가진 부모의 영향으로 대학 교육까지 받은 경우가 허다하고, 대단한 학군이 아니더라도 초중고에서 나쁘지 않은 교육을 받았을 것이며, 원하던 원치 않던 널려있는 미디어에서 주워들은 상식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들, 교육이나 생활수준에서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는 부류사람들, 즉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태도는 유럽에서는 평범한 것이 아니다. 


물론 인터넷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독일의 젊은 세대들은 좀 더 큰 욕망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유럽의 거리에서 부딪히는 대부분은 사람들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독일이라는 나라는 소수의 엘리트들이 하드 케리를 하는 방식으로 굴러간다. 산업화와 전쟁을 통해 얻게 된 원천 기술과 소수의 엘리트들이 나라를 이끌고 있고 나머지는 사실 다른 세상을 산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신이 아는 독일의 대단한 기술이 무엇이든 일상에서는 그것을 전혀 느끼면서 살 수 없다. 아마 그런 기대를 하고 독일에서 살게 된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대단한 무엇은 서민들의 삶에는 없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3S(Screen - Sports - Sex)와 '복지'다. 설국열차의 뒷칸에 머물게 하면서 노동력은 활용하고 폭동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게 하기 위해 필수였기 때문에 발달한 것이지 무슨 유럽의 복지가 박애정신과 평등주의로 발달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이 타고난 소셜 클래스(사회적 계급)를 벋어나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는다. 물론 사회적 시스템도 타고난 환경을 벋어나 성장하기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부모가 잘 못 배운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잘 못 배우도록 되어있고, 동네마다의 가정환경이나 교육 수준도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난다. 그렇게 태어난 동네에서 죽을 때까지 살면서,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대충 일 하나 하면서 축구보고 맥주 마시면서 사는 정도가 독일의 기본이다. 한국 기준으로 보면 패배자의 인생 같기도 하고, 좋게 보면 자족하는 삶이라도 볼 수도 있는 그런 삶이다. 


당연히 당신이 독일의 길에서 마주치는 대분분의 사람들은 한국의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무례한 일을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내 옆을 지나가는 절반의 사람은 대학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


2018년 기준 6백만 명 이상이 제대로 읽거나 쓰지 못한다는 독일



무조건 승리하라


독일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말싸움을 할 일이 생기면 (아주 자주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자신이 독일어를 못해서 제대로 반격을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맞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 독일어 능력도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 사람들이 독일의 길거리 전투에서 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 사람들은 항상 옳고 그름을 따지려 들고 독일 사람들은 이기면 장땡이라는 마인드로 싸우니 절대 이길 수가 없다.


한국 사람들은 일단 시비가 붙으면 "내가 먼저 여기 왔는데 너가 중간에 끼어서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있었던 일을 복기하고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고 너가 잘못했다는 얘기를 하려고 한다. 가뜩이나 독일어도 안 되는데 억울하고 열받는 상황에서 언제 저 설명을 다 하겠나. 그때 독일 사람은 첫눈에 보이는 약점을 쑤시고 상대를 열받게 하고 당황하게 한다. 이때 인신공격이나 인종 차별적 발언이 종종 튀어나오기도 한다. 


"너는 몸이 너무 무거워서(뚱뚱해서) 옆으로 잘 못 움직이나 봐? 하하". "너는 눈이 작아서 앞이 잘 안 보이나 봐? 하하", "아 맞다! 너는 독일어 잘 몰라서 표지판 못 읽지? 모르면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봐. 하하"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평상시에 그들에게 물어본다면 본인은 절대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그들의 행동 방식은 매우 직관적(Intuitive)이기 때문이다.  


첫째로 이들은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은 존중하지 않는다. 독일 사람들은 나랑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천지차이다. 


둘째로 이들은 개인적인 다툼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는다. 법정 다툼에 들어가서 법률가들이 따지는 것이 법리(法理)고 진실 공방이지 왜 길에서 붙은 시비에 그런 것을 따지나. 이건 '무조건 이기면 된다'. 독일의 일상은 가끔 유럽 중세 영화에 나오는 시장판 같기도 하다. 지금이야 야만적인 겉모습은 없지만 그 속은 '누가 더 거칠게 살아남느냐'의 강함이 있다. 


한국 사회는 독일에 비하면 온실이다. 어릴 때 부모가 공부만 전념하라고 모든 것을 지원해 주고, 모든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사회, 모르는 사람에게는 말을 아끼는 사회(시비 걸면 싸움 나니까). 이렇게 살다가 안 되는 독일어로 거친 시장판에서 살아남으려면 스킬이 좀 필요하다.





다음화 : 독일에서 쎈 놈으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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