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의 공정성이 의문입니다"
"꼭 정규분포 비율로 등급을 나눠야 하나요?"
"전 열심히 했고 팀장님이 하라는 건 다 했습니다. 왜 제가 C등급을 받아야 하는 거죠? 인정 못하겠습니다"
"솔직히 이번엔 못 한 팀원이 없어요! 다 잘했단 말입니다. 다 A를 주고 싶어요. 고생도 했고요... 누굴 B를 주란 말입니까?"
"어차피 평가등급 잘 받아봐야 연봉인상률 몇 프로 안 되잖아요? 월급으로 보면 뭐... 하나마나 아닌가요? 윗사람만 좋지..."
"평가로 뭐가 나아지는 거죠? 평가를 왜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연봉조정이나 맘에 안 드는 사람 내보내기 위한 위한 요식행위 아닌가요?"
"핵심인재를 꼭 평가해야 아나요?" "KPI평가... 이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량평가를 한다지만 사실 그것도 얼마든지 주관적으로 바꿀 수 있죠. 속일 수 있다는 거죠".
"무엇을 위해 이렇게 평가에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걸까요?"
인사담당일 때 사람들에게 실제로 들어왔던 말이다.
인사업무 중에서 평가보상 업무는 내 전공이기도 했지만 참... 답도 없고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팀원들에게, 동료 팀장들에게 평가에 대한 필요성, 그리고 왜 평가제도는 제도로서 존재해야 하는지 항상 많은 물음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했던 말은
"세상에 완벽한 제도가 있나요?
계속 개선해 나가는 거죠!!"
이 말 뿐이었다. 논쟁을 하면 끝이없기 때문이다.
뭐 틀린말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정말 지겹고 할 말이 없어서.. 맘 속에 있는 울분을 나이스하게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난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나도 몰라... 이젠 모른다고!! 더 이상 뭘 어떻게 잘하니!"
"솔직히 평가받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냐? 나 이번엔 못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 본 적 있어?
다 잘했다고 하지! 그러는 당신은 이번에 못했어? 본인은 뭐라고 생각해? A야? B? 아니면 C?"
"본인 평가등급에 만족하는 사람 봤어?, S나 A등급을 제외하고 다 불만이지!"
"그래 맞아! 조직과 개인의 성장.. 데이터.. 뭐 다들 나이스하게 말하긴 하는데 결국 연봉조정을 위해 하는 거 맞아", "인사팀에서는 이걸 1년 농사 다 끝났다고 하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인사제도를 도입하면 대기업이 되니?" " 뭐.... 그럼 막 우리 수준이 올라가?"
"당장이라도 도입할 순 있지, 그럼 운영은 가능하니?" 사람들의 경험은?, 시스템은? 비용은?..."
"평가는 답 없어... 그냥 불완전한 인간이 불완전한 일을 하는 것뿐이야!, 그리고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우리 일을 하고 있을 뿐이야"
"컨설팅받자고?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컨설팅 산업이 존재하는 거야.....
영어학원이 계속 존재하는 것과 다르지 않지.. 하는 사람은 있는데 나아지는 사람은 없지... 그런데 계속 하면 나아진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이런 말은 인사 책임자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저 답답한 마음에 화를 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는 하나의 핵심코드는 없는 걸까?
왜 더 좋은, 더 만족할 만한 것을 구상하지 못할까?... 한때는 평가보상제도를 완벽하게 만들어 내지 못하는 나 스스로를 질책하기도 했다. 관련서적을 엄청 읽고 따라 해 보고 도입해 보고 시행착오도 해 보았다. 컨설팅도 받아보고 직접 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난 이런 결론을 내렸다.
평가보상제도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디테일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인간의 욕망"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방향성, 프레임웍, 프로세스, 템플릿 등 외적인 그 어떤 신박한 것을 장착하더라도 결국 세부 운영으로 들어가면 인간의 감춰진 욕망이 작동한다. 욕망과 욕망이, 생각과 생각이, 자존심과 자존심이.... 서로 부딪쳐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다. 제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원래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위적 개입이 필요하고... 그래서 규정을 만들고 그 규정을 지키기 위한 규정을 또 만들고.. 시행을 잘하기 위한 시행규칙이 또 생기고... 이렇게 회사의 제도는 누더기, 제도를 위한 제도가 되는 것이다.
왜 평가가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가?
도저히 같이 못하겠는.. 그런 사람을 제외하고는 팀원의 점수, 등급을 낮게 주고 싶은 팀장이 있을까? 정말..완전..데이터대로, 결과대로 평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량적인 데이터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앞으로 함께 할 사람들이라면 나쁜 등급을 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건 상대평가든 절대평가든 마찬가지고 큰 기업이도 작은 기업이도 마찬가지다.
평가라는 것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정량적인 목표는 주관적 책정이 불가능할까? 목표를 낮게 책정하는 것이 불가능할까? 중간에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할까? 그리고 그것을 리더들이 사명감 있게...날카로운 눈으로 체크할까?... 그렇지 않다. 따지고 보면 어차피 평가결과는 평가자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이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일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해 왔다.
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무엇이 될까? 이것을 어떻게 해야 잘할까?.... 이런 생각들. TO DO에 대한 생각들 뿐이었다.
이제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TO BE(상태)가 되기 위해 근본부터 다르게 생각해 보는 거다.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 않아도 잘 갈 수 있다면 필요 없는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처음부터 "갈림길 생각"을 하면 방향과 방법은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는 일 할 때 방법을 70%(how), 본질(why)을 30%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질을 70% 생각해 보고 결론을 내리면 30%의 방법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진정한 문제의 해결은 방칠본삼(방법7, 본질3)이 아니라 본칠방삼(본질 7, 방법 3)이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스스로에게, 동료에게, 팀원에게 그리고 팀장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
왜 해야 하는 걸까?
하면 무엇이 나아지는 걸까?
이걸 안 하고도 잘 되는 방법은 없나?
다른 걸 해 보면, 다르게 해 보면?
이걸 함으로서 소모되는 에너지는? 그에 반해 얻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는 해 왔던 것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평가보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평가보상은 "성역이 아니다". 목적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저 잘 할 방법만 찾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열심히 말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한 번에 되겠어? 점진적으로 개발해 나가야지!" 이런 말로 서로를 위로해 왔다. 하지만 이제 Zero Point 부터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것 보다 안 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더하기보다 빼기가 더 나을 때도 있다
하면 안 되는 것도 있다
안 되는 것을 잘하기 위해 계속하면
그건 노력이 아니라..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다.
그럼, 필자가 생각하는 평가나 보상에 대한 방법들이 있을까? 물론 있다. 그것이 정답일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생각해 볼만한 것은 된다고 본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생각으로 말이다.
<평가제도 없으면 회사가 어떻게 되나요? 2>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