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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Dec 12. 2024

평가제도 없으면 회사가 어떻게 되나요? 2

목표에 조직은 있는데 내가 없네요

무엇이든 본질이 중요하다.


예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임원 둘이 팀 편입을 가지고 기 싸움을 하고 있었다. 조직개편 상황이었는데, 독립부서 하나를 두고 서로 본인 본부에 편입시키려 했던 것이다. 둘 간의 싸움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조직개편 이슈는 대표이사의 의사결정까지 가게 되었다. 문제는 대표이사 또한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인사팀장을 불러 의견을 물어보았다. 인사팀장은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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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장: 대표님, 제가 질문하나 드리겠습니다. 혹시 부서 편입을 안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대표: 네?.. 그야 독립 A부서와 본부 소속 팀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것 아닌가요? 같은 본부에 있으면 소통이 원활하니까요.

인사팀장: 네. 그렇군요. 그럼 이 논의의 본질은 부서편입이 아니라 "소통을 통한 성과 극대화"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대표: 음... 생각해보니 그렇긴 하네요.

인사팀장: 그럼 우리는 본질 즉, <소통강화를 통한 성과극대화>를 위해 논의하는 게 아니라 그 수단 중 하나인 "부서편입"에만 매달리고 있는것 아닐까요?

대표: 그러네요.... 우리가 너무 좁게 생각을 했네요.

인사팀장: 성과 극대화를 위해 그 방법밖에 없는건 닐겁니다. 부서편입은 Only one으로 다뤄야 할 어젠다가 아니라 One of them 아닐까요? 그럼 소통이 잘 안 될 때마다 관련부서를 다 편입해야 하는 건가요? 

대표: 그러네요.... 우리가 너무 한쪽으로만 꽂혀 있었네요. 뭘 위해 부서편입을 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었어요. 우선 소통방식에 대해 좀 더 점검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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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임원들의 싸움이 회사를 위한 본질에서 멀어져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인사팀장은 부서편입이라는 "하위개념의 how to"가 아니라 상위개념의 본질(why)로 올라갔던 것이다.

1. 왜 부서편입을 해야하는가? 안하면 안되는가?

2. 조직개편이 중요한가? 아니면 소통이 중요한가.

3. 어떻게 하면 두 본부가 협력을 잘해서 좋은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주제로 논의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이 일화에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1. 습관처럼, 하던 대로 생각하면 누군가 정해놓은 결론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생각에도 관성의 법칙이 존재한다.

2. 문제의 본질은 항상 why에 있다. 본질에 대한 질문에 답 할 수 있으면 하위의 how to는 쉽게 풀려나갈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문제든 "목적"이 중요하다. 문제의 하위에서 놀지 말고 계속 위로 올라가는 질문을 해 보자. 그럼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 이런 질문방식을 필자는 "mountain view" 질문이라고 한다.


(copyright 2022태준열_어느날 대표님이 팀장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이제 목표, 평가보상으로 돌아가 보자.

조직과 개인이 목표를 잡고 수행하고 결과를 평가하는 이유는 뭘까? 위 사례와 비슷하다. 구성원들의 성장, 공정한 배분, 동기부여..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결국 <회사가 성장하고 직원들도 성장하는 것>이 본질 아니겠는가?


"회사와 개인이 잘 되고 성장하기 위한 것이 본질이라면,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한 방법들이 꼭 MBO, KPI, OKR과 같은 평가보상제도 밖에 없을까? 다시 말하자면 본질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생각과 선택"에 자유가 생긴다는 말이다. 평가보상 제도 또한 회사와 개인성장을 위한 하나의 도구, 수많은 하위 도구 중 하나,  즉, One of them이라는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중요성을 높일 필요는 없다.


세상 그 어떤 것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은 없다.



우리가 진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성취>다.


 성과를 만들기 전에 "성취"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목표를 생각하면 기분이 어떤가? 당장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가? 목표를 생각하면 가슴이 막 차 오르는가? 빨리 출근해서 일하고 싶은가? 아니면 이번달, 이번 분기에 채워야 할 실적에 마음이 무거워지는가? 잘 해내지 못하면 상사에게 들을 잔소리부터 생각나는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출근길에 나서고 있는가?


우리는 일 앞에서, 목표 앞에서 왜 힘이 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일과 목표에 "내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나를 위한 일을 할 때 가장 강력한 동기가 나온다.
그런데 목표에 회사만 있지 내가 없다.
진심으로 하고 싶을까?


"내"가 빠져 있다고? 개인목표 있는데? 개인평가받는데?"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당연히 개인목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그 목표가 당신의 인생에, 당신의 직업 계획에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 목표를 달성했을 무엇이 먼저 생각나는가? 뿌듯함인가? 아니면 평가등급과 연봉인상이 먼저 생각나는가? 그럼 내 미래의 한 "점(DOT)"으로서 무엇이 어떻게 연결(connecting)되고 축적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것이다.


우리는 말한다. "조직, 회사, 조직목표, 조직관리, 조직 리더십.." 우리는 너무 회사고 너무 조직이다.

다시 말해 조직조직의 목표달성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개인이 고용되어 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조직성장이 안된다는 것이다. 역설인 것이다.


마치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해" "선생님에게 칭찬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해". 과연 이런 말이 설득력이 있을까?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할 마음이 날까? 아닐 것이다. 이런 모습은 공부를 잘했을 때 보이는 "결과 또는 결과의 열매"이지 본질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건 날 위한 것이 아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의 "욕구"에 있다. 그 욕구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다.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다면 그건 이유를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이유 말이다.


(copyright 2024태준열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빵가게 주인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빵을 굽지 않는다. 나를 위해, 내 가족을 위해 빵을 굽는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을 위한 마음이 모이고 모여 국가의 거대한 시장경제를 이끈다. 본질적으로 회사의 리더십도 다르지 않다. 개인을 위한 마음이 모이고 모여 조직을 위한 긍정적 결과가 되면 되는 것이다.

<성과관리제도>는 개인의 욕구를 인정하고, 촉발시켜 그것이 모여 회사의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해 주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통로 역할"로서 존재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 성과관리제도, 목표관리제도가 아니라 <성취 지원제도>되어야 한다.


 KPI, CSF, Target, Strategy Map, BSC, MBO, OKR.... 같은 "용어"와 템플릿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글로벌 유명기업을 밴치마킹하는 것도 쓸대없는 짓이다. 왜 그럴까? 제도는 테크닉이 아니라 기업의 철학과 정신, 문화를 담고 있는데, 외면적인 껍데기나 프로세스를 따라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선진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그 회사처럼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그냥 Zero base에서 우리 회사에 맞는 것이 무엇일까를 깊게 고민하는 것이 훨씬 낫다.


중요한 포인트는 팀장과 팀원, 본부장과 팀장이 함께하는 <성취목표 대화>다.

평소에 목표를 잡을 때 얼마나 많은 대화를 했는가? 얼마나 많은 논의를 했는가?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가? 아마도 그리 많은 열정을 두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평가를 할 때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을 것이다. 왜? 공정해야 하니까... 하지만 그게 어디 쉽던가? 투자 한 시간과 열의만큼 그리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었을 것이다. 원래 만족하는"평가"는 없으니까.


<성취목표에 대한 질문>을 한번 보자. 시간이 된다면 이에 대해 답을 한번 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난 후 자신의 목표를 다시 한번 바라봐 주길 바란다. 어떤 생각이 드는지 말이다.


1. 나는 내 일(목표)에서 흥미를 느끼는가?

2. 내 목표는 나를 기분 좋게 하는가? 그냥 하던 것을 했을 뿐인가?

3. 지금 내 일은 직장의 "자리"가 아니라 직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인가?

4. 나는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는가?, 나는 전문가인가?

5. 내 경력은 물경력인가? 아니면 찐 경력인가?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6. 단기, 중장기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나에게 어떤 성장을 가져오는가?

8. 이 목표를 달성했을 때 조직은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9. 내 성취는 조직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가?

10. 내 목표달성이 조직목표달성에 어떻게 연결(연관)되는지 MAP으로 그릴 수 있는가?

(연결고리, 인과관계 만들기)

10. 조직 목표에 대해 나는 잘 이해했는가?

(copyright 2024태준열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면, 상사와 격의 없이 이야기하면서 목표를 잡는다면 <일과 목표> 그리고 <성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일을 바라보면 자세부터 달라질 것이다.


왜? 이제 <목표와 성취>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니까.




마지막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목표와 평가보상에 대한 이야기를<평가제도 없으면 회사가 어떻게 되나요? 3>에서 마무리 짓고자 한다.


to be continue....


사진: UnsplashUnseen Studio



[태준열 출간저서]

<어느날 대표님이 팀장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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