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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태준열의 리더십 큐레이션

by 태준열


[태준열의 리더십 큐레이션]


오늘은 짐 콜린즈의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 책은 기업의 흥망성쇠에 대해 다년간의 자료조사와 기업 CEO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망해가는 회사는 어떤 단계를 거치며 특히, 리더(대표이사)는 어떤 생각과 판단을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리더들에게 중요한 교훈과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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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저는 그동안의 경험을 떠올려 봤습니다. 정확히 두 회사가 기억나더군요. 하나는 엄청난 성장을 했던 기업, 하나는 완전 나락으로 떨어진 기업이었습니다. 엄청난 성장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좋은 기업으로 남아있는 회사에서의 느낌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어... 와... 이러다 회사가 엄청 커지고 좋아지겠는데?" " 아, 회사가 잘 되는 이유는 분명 있구나" 실제로 그 회사는 엄청난 성장을 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마지막으로 재직했던 회사에서는 인력조정을 세 차례나 했었고, 그 과정에서 참 많은 것들을 느꼈습니다. "아... 대표이사가 이렇게 경영하면 회사가 망하는구나.. 임원들이 이러면 회사가 망하는구나"...네. 그 회사는 유명무실해진 기업이 되었습니다.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나온 마지막 단계까지 한치의 벗어남 없이 그대로 가더군요. 그 기업들은 짐 콜린즈의 기업 생사의 단계를 그대로 따랐던 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한 두 회사의 명암은 이렇게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짐 콜린즈는 기업이 몰락하는 과정을 5단계로 구성했습니다.


1단계.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

2단계.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

3단계.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4단계.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

5단계.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

<위대한기업은 다 어디로갔나>

5단계 중 가장 많이 와닿았던 부분은 3단계<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와 4단계<구원자를 찾아 헤매는 단계>였습니다. 무엇보다 제 경험상 3, 4단계가 보이는 리더는 여지없이 1, 2단계를 거쳤거나 5단계로 갈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제가 생각하는 주요단계인 3,4단계를 보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어떤 것일지 한번 보겠습니다.



몰락의 3단계<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몰락 3단계의 대표적인 사례로 모토로라의 이리듐 개발 사례가 나오는데요, 모토로라는 통신 시장에서의 급성장을 기반으로 위성통신 이리듐의 개발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합니다. 하지만 이리듐 프로젝트의 대규모 추진에 반하는 실질적인 데이터와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기존 휴대전화 서비스 망이 지구촌 대부분을 커버하게 되고 오지에서 위성전화로 통화할 사람은 많지 않았고 단말기 값은 고가였으며 통화료는 분당 3달러에서 7달러였는데 일반 통신요금은 날이 갈수록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리듐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를 원한 모토로라 경영진은 연례 보고서에 이렇게 자랑을 했습니다.


"모토로라는 글로벌 개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인 이리듐 개발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다"


회의적인 증거가 뚜렷했는데도 모토로라의 경영진들은 이를 부정했습니다. 아니,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리듐은 1998년 고객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바로 다음 해 이들은 15억 달러의 채무를 갚지 못해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모토롤라는 2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그중 상당 부분이 이리듐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왜 모토로라는 이렇게 되었을까요? 짐 콜린즈는 이렇게 말합니다.

"안타깝게도 인생이 항상 사실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상황은 늘 혼란스럽고 불투명하며 대게는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사실, 커다란 위험은 확실하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기 보다 모호한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탓에 더 많이 겪게 된다. 따라서 심각하거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결과에 직면했을 때, 그 모호한 상황이 여러분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될지 잘 해석해 봐야 한다"


모호하고 상충되는 데이터 앞에서 위험한 도박을 하거나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리더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짐 콜린즈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길 권합니다.


- 만약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 만약 나쁜 결과를 얻는다면 나쁜 점은 무엇인가?

- 부정적인 결과를 얻더라도 견뎌낼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유용한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에서도 조직 내에서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도 그리고 개인적인 의사결정에서도 잘 적용 되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도 뭔가 리스키한 일을 두고 고민에 빠졌을 때 이 3가지 질문을 해 보면 해야 할지 멈춰야 할지 명확하게 판단이 섰던 것 같습니다.


모토로라의 경영진도 이 세 가지 질문 앞에서 좀 더 이성적인 판단을 했었으면 어땠을까요?


이제 몰락의 5단계 중 4단계,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를 보겠습니다.


몰락의 4단계<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업이 흔들리면 구원자를 찾게 됩니다. 대부분 기업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엄청난 실력을 가진, 능력 있는 리더(CEO)를 영입하는 거죠. 여기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묘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통해 묘수를 찾는 것이 대부분인데, 중요한 건 외부에서 리더를 영입하든 내부 리더를 승진시키든 "차분하게 본질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드라마틱 하게 누군가 뽕 하고 나타나 우리를 구원해 줄 영웅은 없다는 것입니다.


한때 위기의 기업이었던 IBM과 HP의 두 대표(거스너와 피오리나)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두 기업 모두 위기의 기업이었지만 명암이 갈렸고,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접근 방식도 달랐습니다.



IBM-거스너

- 언론에 나서지 않고 기업 내부 파악에만 몰두, 계량분석, 소걸음으로 뚜벅뚜벅(언론은 혹평을 함)

- "지금 IBM에게 필요한 것은 비전이 아닙니다". 이 말은 비전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내부 조직재건이 먼저라는 말(인재의 적시적소 배치, 현금흐름, 고객, 수익성..)

- 수익성을 조금씩 늘려감, 완만하게 상승

- 인재관련 정책이나 원칙이 가장 중요

- 문제에 대한 본질을 보려고 노력함

- 점진적으로 회생시킴


HP-피오리나

- 취임하자마자 언론에 나섬. 스타 CEO. 활발한 언론플레이(언론은 호의적임)

- 직원들에게 비전 설파, 힘과 용기를 주는 말들 "변화 특공대" 결성 "창조"슬로건 등 분위기 전환

- 새로운 비즈니스, 창의적 방법 적용

- 조직이 다이나믹 하지만 매출, 수익이 변덕스러움

- 드라마틱한 변화와 당장의 급 전환을 추구함. 본질과는 거리가 있음

- CEO 해임


HP의 피오리나가 적절치 않았다거나 나쁜 리더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녀도 이사회에서 원했던 리더였고 능력 또한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저는 기업이 하락세를 보일 때 이사회가 침착하지 못했고 우왕좌왕했으며 한방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묘수를 찾았던 것이 잘못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묘수 즉, 스타 CEO를 영입하면 모든 것이 빠르게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는 거죠. (모든 것을 한방에 역전시켜줄 제품도 마찬가지). 이런 생각이 신임 CEO에게 단기적 압박감을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압박이 너무 크면 진중하게 자기 생각을 할 수 없으니..) 중요한 건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든 내부 인재가 승진을 하든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신중하게, 뚜벅뚜벅, 침착하게 문제의 본질을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입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후계자를 택할 때도 이런 생각 아니었을까요? 자신과 같이 스타성 있는 사람이나 다이나믹 한 인물이 아니라 침착하고 조용한 관리력과 신중함이 돋보였던 짐 쿡을 택했으니까 말이죠.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성장과 안정성 모두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짐 쿡이라는 것을 알았던 거죠.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어려움에 빠진 기업의 대표이사나 임원, 그리고 팀 리더들이 이 책을 보면 어떨까? 어떤 시도를 해 볼 수 있을까?


책에서 말 하듯 지금 몰락의 단계 3, 4단계에 있어도 문제를 정확히 바로보고 침착하게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회복은 불가능하지 않을것 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번쯤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호한 데이터 앞에서 잘못된 해석을 내린적은 없었는지. 위험시그널을 외면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냥 긍정 회로만 돌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말이죠.


리더인 나부터 솔직해지고 용감해져야 겠습니다.



톨스토이의 책 <안나 카레리나> 첫 장에 나오는 문구로 오늘 리더십 큐레이션을 마치겠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다 똑같다.
반면 그렇지 못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원인으로 불행하다


행복한 회사 행복한 자신이 되기 위해 잠시라도 짬을 내어 생각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큐레이션이서 만나요~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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