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자야 행복해진다
지난봄, 집 근처 문화센터의 '아로마 명상 요가' 수업을 신청했다. 그즈음에 잠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자려고 누워도 한 시간 넘게 뒤척였고,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았다. 2, 30대 때는 조금 덜 자더라도 다음 날 컨디션에 지장이 없었는데, 40대가 되니 차이가 많이 났다. 수업을 신청한 이유는 잠을 잘 자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저녁 8시 20분에 시작하는 수업이라 내게는 좋은 기회였다.
수업 시작 전 요가 선생님이 수강생들 손바닥에 아로마 오일을 떨어뜨려주셨다. 양 손바닥을 가볍게 문지른 후 목도 쓸어내리고 어깨도 만져줬다. 얼굴 주변으로 은은하게 퍼지는 아로마 향기에 하루 종일 긴장했던 목과 어깨가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 다음 양 손바닥을 코로 가져가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최대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다 보면 아로마 향이 온몸으로 부드럽게 퍼져나간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순간이다.
"오늘 하루도 너무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한 자신에게 '고맙다. 수고했다. 사랑한다.'라고 얘기해 주세요."
선생님의 부드럽고 포근한 목소리를 따라 나에게 얘기한다.
'그래, 오늘 하루도 살아내느라 수고 많았어. 고마워. 사랑해.'
대단한 하루를 보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수고한 오늘에 주는 선물 같아 행복했다.
그렇게 수업에 열심히 참석하면서 점점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지 않게 되었다. 그전에는 기상 알람이 울려도 5분, 10분 타이머를 맞추고 어떻게든 좀 더 눈을 감고 있으려 했었다. 버틸 만큼 버티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출근 준비를 했었다. 커피를 마셔도 눈이 무겁고 잠이 덜 깬 기분으로 오전 시간을 보냈었다. 그런데 요가 수업 참석 후 조금씩 변화가 생긴 것이다. 변화의 차이는 잠자리에 들기 전 나의 태도와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요가 수업을 하고 온 날이면 이완된 몸과 마음의 감각을 잃고 싶지 않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자려고 누워서 들어다 놨다 하던 스마트폰도 열어 보지 않게 되었다. 잘 자는 것도 오늘의 행복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저녁 요가 수업을 받으며 알게 되었다.
수면은 우리 몸의 회복과 에너지 보존, 기억, 면역, 감정조절 등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잠이 부족한 경우, 피곤함, 졸림, 기억력 및 집중력의 감소, 감정기복을 심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고, 식욕이 증가하여 체중이 증가하는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출처: 대한수면연구학회)
한 설문 조사에서 잠들기 전 스마튼 폰이나 태블릿 PC를 30분 이상 보는 사람은 65%인데 반해,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은 16% 밖에 안 된다고 했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의 하나인 것을 잘 알고 있어도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았다.
바쁜 게 좋은 거라고 들으며 자랐다. 일터에서 바쁘게 오늘을 보내고 저녁시간 마저 바쁘게 보낸다. 투잡 쓰리잡을 하기도 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자기 계발에 퇴근 후 시간을 쏟기도 한다. 잠자는 시간도 아껴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잘 살 수 있다고 배웠다. 덕분에 머리를 쉬게 해 주는 법을 잊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존 창업자겸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8시간 숙면'에 집착한다고 한다. 그는 "8시간은 자야 생각을 더 잘할 수 있고 더 에너지가 좋다. 무엇보다 내 기분이 더 좋다."라고 말한다.
반드시 8시간을 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잠이 부족해 피곤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수면은 반드시 필요하다. 수면의 질이 삶의 질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은 몸도 마음과 가볍다. 충분한 수면으로 에너지를 가득 채운 몸은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오늘 밤에는 스마트 폰은 일찌감치 내려놓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해보자. 깊은 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오늘 하루도 수고한 자신에게 '수고했어. 고마워. 사랑해.'라고 말해주자.
잠 못 들어 힘들었던 불면의 밤에서 정성 가득한 보약 한 첩을 먹은 것 같은 숙면의 밤을 스스로에게 선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