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지기 마야 Jan 14. 2021

선생님, 여기 아파요

아이들이 아프다고 말하는 진짜 의미

나는 영어 유치원 강사다.

7세 반 열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1년 남짓 보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네 번째 휴원을 가지고 있어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 지 5주가 지나고 있다. 며칠만 보지 않아도 아이들은 훌쩍 커버려서 5주 동안 얼마나 자라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귀여운 개구쟁이 녀석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를 발견했다. 


수업을 하다가 한 아이가 내게 쪼르르 달려온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눈빛만으로도 입술을 삐죽거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며 말한다.


"선생님, 여기 아파요."


내 눈 앞에 내민 작고 귀여운 손가락을 살펴본다. 책장을 넘기다가 종이에 손가락을 살짝 베였다.(사실 내 눈에는 잘 띄지 않을 만큼 작은 상처일 때도 있다.) 날카로운 무언가가 살갗을 스치며 피부를 가르는 저릿한 그 느낌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상처를 보여줄 때면 나도 그것이 느껴져 몸을 부르르 떨게 된다. 


다친 손가락에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준다. 이제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고 꼭 안아준다. 그러면 아이는 금세 환한 표정이 되어 자리로 뛰어간다. 내가 붙여준 밴드는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책상 위나 교실 바닥에 떨어질 것이라는 걸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이 "선생님, 아파요."라고 말하는 것은 "선생님, 나 여기 아프니까 이걸 낫게 해 주세요."라는 뜻이 아니다. 그 말에 담긴 뜻은 "선생님, 나 여기 아프니까 사랑해 주세요."라는 의미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원하는 것은 딱 하나, 사랑뿐이다. 




최근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양부모가 학대, 구타하여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16개월이면 이제 겨우 돌이 지난 아기다. 작고 여린 아이의 몸을 때리고 발로 찼다는 기사를 읽고 아이가 겪었을 고통과 아픔을 차마 헤아릴 수 없어 나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미안하다는 말로는 정인이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낫게 해 줄 수 없을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미안하다는 말대신 이런 바람을 담아 기도한다.


정인이가 다시 태어난다면 따뜻하고 다정하고 사랑 가득한 부모를 만났으면 좋겠다. 손가락에 작은 상처라도 나면 엄마, 아빠가 깜짝 놀라며 연고도 발라주고 밴드도 붙여주며 괜찮다고 말해주고 따뜻하게 꼭 껴안아 주었으면 좋겠다. 포근한 부모님 품 안에서 그 아이가 활짝 웃으며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