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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Dec 27. 2020

지극히 개인적인 올해의 영화 5편

 올해도 어김없이 그 시간이 찾아왔다. 아무도 알아봐 주진 않지만 매년마다 하는 나만의 시상식. 올해도 한다. 올해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많은 영화들이 내년을 기약했다. 극장에는 신작보다는 재개봉작이 더 많이 상영됐다. 선택의 폭은 줄어들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국민적 분위기가 극장으로의 발걸음을 줄게 만들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올해 예년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숫자의 영화를 봤다. 그마저도 대부분 넷플릭스 스트리밍을 통해 본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영화들은 꾸준히 개봉을 했다. 굵직굵직한 상업영화들이 개봉을 미루는 틈을 타 '다양성 영화' 라 불리는 영화들이 나름 인상적인 흔적들을 남겼다. 나는 정말 보고 싶은 영화들이 많이 있었지만, 대부분을 보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꾸역꾸역 찾아가서 봤을 텐데,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눈치 보느라, 또 혹시나 나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나 않을까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졌다. 극장에 가는 일뿐만이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아주 많이 좁아졌다.


 그런 이유로 올해 나의 선택은 10편에서 5편으로 줄었다. 후보작이 줄어들었으니 어쩔 수 없다. 내가 본 것 중에서 고르자니 5편 고르기도 벅차더라. 자칭 영화광이라는 사람이 올 한 해는 안 봐도 너무 안 봤구나 싶다.  어쨌든 지극히 개인적인 올해의 영화 5편을 골라 보았다. 국내 개봉일 순으로 나열해 보겠다.




1. 남산의 부장들

 한국 현대사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재연/재현한 이 영화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선에서, 영화적 재미도 아주 잘 빚어내고 있다. 연기자들의 훌륭한 연기도 이 영화에 빛을 더하고 있다.

* 남산의 부장들 리뷰


2. 페인 앤 글로리 (Pain and Glory)

 슬프도록 아름다운 인생을 반추하게 하는 영화. 이것은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일까. 고통과 영광은 서로 반대말 같지만 알고 보니 지독하게 연결되어 있더라. 삶에 대한 성찰을 가능케 해주는 현자 같은 영화다.


3.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이야기의 힘은 정말이지 오래간다. 여기 네 자매의 이야기가 그걸 증명한다. 수차례 영화화된 이 소설은 다시 한번 2000년대의 옷을 입고 훌륭하게 재탄생되었다.

* 작은 아씨들 리뷰 


4. 1917

 이 영화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매우 기념비적인 영화다. 평이한 전쟁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은 원테이크라는 가공할만한 촬영기법이다. 현재 영화 촬영의 테크닉이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영화다.

* 1917 리뷰


5. 남매의 여름밤

 한여름 한가족 두 남매에 대한 이야기. 의도치 않게 한 곳에 모인 가족의 일상을 담담히 비추는 영화. 이 영화는 세심하고도 강하게 가슴을 쿡쿡 찌른다. 영화가 감정의 예술이라면 이 영화는 그에 걸맞은 정답 같은 영화다.

* 남매의 여름밤 리뷰



5편 중 4편이 코로나로 인한 감염병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기 이전에 개봉한 영화다. 단계 격상된 후로는 극장은커녕 사람들과 모여서 밥 한 끼 한 일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내년은 나아질 거란 희망을 다시 품는다.

 이맘때쯤이면 늘 하는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가 진심이 담긴 바람이 되는 올해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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