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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과장 Mar 09. 2024

최고의 요리 비결?

불짬뽕 밀키트의 원조를 찾아라

1만 원대 음식 하나를 만드는데 각종 한약재, 과일, 해산물을 투하한다. 사람들은 놀라워하고, 맛을 칭송한다. 줄 서는 맛집의 비결을 알려주던 장수 방송의 한 장면이다.


진짜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기획의 산물이다. 맛집 사장님을 설득해 상상력을 동원하여 주방에 없는 재료를 사 와 촬영한다. 이 자리에서 수년간 장사한 사장님은 나의 비법은 아니라서 썩 내키지는 않는다. 그래도 방송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는 자영업자라 제안을 뿌리치긴 쉽지 않다. 가 거듭 될수록 소재가 부족해졌던 탓일까? 아니면 알고 보니 맛의 비결이 MSG여서 방송 각이 안 나와서였을까?


지금은 시청자도 맛집 방송의 반만 믿는다. 맛집은 맞지만, 비결은 아닐 수도 있음을 감안한다. 굳이 각종 한약재에 배, 오리, 문어를 삶은 물을 안 넣어도 떡볶이만 맛있으면 되는데. 비결에 무리수를 이유는 세상의 맛의 비결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재료를 넣고, 적절한 시점에 볶고 끓이고, 약간의 간을 하면 대부분 맛은 어느 정도 보장된다. 다만 장사는 좋은 재료와 손익 사이의 접점을 찾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로 맛의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MSG는 맛있고 효율적인 요소이다. 몸에 좋은지 나쁜지는 여전히 논란 중이나 우린 열심히 먹고 있다.

시청자들이 맛집 과한 비결에 의구심을 품을 때쯤 등장한 것이 셰프들이다. 냉장고 속 평범한 재료로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그들의 퍼포먼스는 대단했다. 역시 셰프는 다르구나. 그렇게 여러 분야의 많은 셰프들을 등장시킨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우리 눈에 익은 셰프들은 각자의 얼굴이 포장지에 인쇄된 상품 진열대에 선보였다.


나 역시 이런 HMR을 먹어봤고, 괜찮게 생각한 상품도 있었다. 습관처럼 뒷면을 뒤집어 본 결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해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아래 사진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맛집 혹은 셰프 브랜드의 짬뽕이다. 유통채널마다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판매 우수 상품들이다. 모두들 여기서만 only 임을 내세운다.


흥미로운 사실은 앞면의 얼굴과 상호는 다른데, 제조원과 재료는 거의 동일하다. 호기심에 PB 짬뽕들을 뒤져보니 온, 오프라인 할 것 없이 1~2개의 제조사가 우리나라 거의 모든 짬뽕을 다 만들고 있었다. 여기가 진짜 짬뽕 찐 맛집인 셈이다.

위 3개는 각사의 차별화 상품, 맨 아래는 해당 제조사 상품

왜 그럴까?


상품을 판매하다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제조사가 책임을 진다. 그러나 유통사가 주도해 셰프나 맛집을 내세워 중소업체와 협의해 상품을 개발하는 경우는 유통사가 함께 책임을 진다. 결국 검증되지 않은 제조사의 상품으로 자체상품을 만들기는 상당히 큰 리스크가 있다.


결국 다른 채널에서 이미 잘 판매되고, 수년간 문제가 없었던 제조사를 찾아가고 경우에 따라선 거의 똑같이 만들기도 한다. (상도가 없..)


유통환경에서 가끔 등장하는 획기적인 상품은  유통사에서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제조사를 발굴하여, 수많은 테스트와 연구를 거쳐 탄생한다.


그러나 식당은 원조를 인정해 주지만, 유통상품엔 원조가 없다. 다른 라벨을 고 배합이 다르다고 하면 그만이다. 더 유명한 셰프를 섭외하고 마케팅비를 태운다. 물론 레시피와 맛의 컨펌을 거쳐 맛이 조금 다른 상품이 출시되지만, 뒷면보단 앞면의 명성이 누가 더 높으냐가 판매가를 좌우한다. 재주는 곰 한 마리가 구르고 있는데,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음식은 예술의 영역이다. 소금을 한 번 뿌리는지, 서빙하기 직전에 뿌리는지, 공중에서 흩뿌리는지에 따라 미묘한 맛의 차이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유통상품은 다르다. 규격화된 그리고 검증된 생산 공정을 거쳐 나오는 상품은 예술의 경지의 맛의 차이를 내기는 어렵다. 나중엔 비슷한 무리 중 그냥 행사하는 게 팔린다.


결국 다 같아질 거라면, 유통사 마다 다들 'ONLY'라고 하니, 온리를 뛰어넘는 '원조 라벨'도 있으면 좋겠다. 최초에 숨은 제조사를 발굴하고 시도한 바로 그 곳이 어디인지.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맛의 비결은 MSG인 경우가 많다. 밀키트, HMR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L-글루탐산나트륨(향미증진제)이 들어가 있으면 셰프 얼굴 없어도 웬만큼 다 맛있다. 집에서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건강하다는 건 기분 탓이다. 그 밀키트가 맛집의 맛을 내는 비결은 거의 첨가물 덕분이다. 가능하면 밀키트, HMR은 자주 안 먹는 게 몸에 좋다. 밀키트는 요리가 아니다.


여보 미안, 콩나물국은 소금만 넣어선 이 안 나와.


나 역시 집에서 요리할 때 MSG를 최소화하려고 하지만, 일부 메뉴는 필요하다. 아마 짬뽕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MSG없는 짬뽕이란 앙꼬없는 찐빵. 어디엔가 소신 있는 셰프님이 MSG 없는 짬뽕을 시도해 주기를. 끊기엔 너무 맛있는 첨가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화에 계속.


by. M과장


M과장 구매 tip. 짬뽕을 먹고 싶다면 그냥 맛집으로 가자. 불맛 첨가물이 아닌 진짜 불에 볶은 걸로!


굳이 밀키트로 먹고 싶다면, 맛은 대동소이하니 그날 가장 저렴한 것으로 사면된다. 행사라고 쟁여두진 말자. 냉장고에 없으면 안 먹게 되는 건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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