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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km 달리면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풀마라톤 도전하다



한강 매화


내일은 3월 19일 동아마라톤 대회다.

얼리버드 신청을 했지만 추첨에서 탈락하고 본접수에서는 시간차로 접수 실패했다.


마라토너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긍정적이지 않으면 풀코스 완주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주어진 조건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서 해내는 사람이 마라토너이다.


여러 대회를 알아본 결과 4월 16일 여명마라톤 대회(서울 뚝섬역)를 신청했다. 서울 경기에서 진행하는 풀코스 대회가 그리 많지 않아서 지방보다는 부담이 적어서 신청했다.


한강 매화


3월 말까지 모든 훈련을 마치고 2주간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 토요일 30km, 다음 주 토요일 36km를 훈련해야 한다. 33km를 중간에 한 번 더 뛰려고 했는데 지난 주말은 두통으로 어쩔 수 없이 쉬었다.


스마트 워치 조작 미숙으로 출발 전 열심히 유튜브 보면서 세팅을 했는데 음성지원에서 구간 km 알림을 찾지 못한 채 출발했다.


핸드폰을 허리에 차고 스마트워치는 음성지원을 못 받더라도 구간 기록을 보려고 했는데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하나를 고치려다 다른 것까지 만져 버려서 구간 기록을 보지 못하고 핸드폰 음성에만 의지하고 달렸다. 핸드폰하고 워치가 연결이 되어서 핸드폰 음성에서도 구간 기록은 나오지 않고 전체 기록만 나와서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30km 페이스 계획


30km는 하프와 달리 상당히 부담스러운 거리다. 어떻게 페이스 조절을 할까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보고 기록은 단축하면서 마무리를 해야 좋다는 것을 보고 적용해서 그려봤다. 요즘 10km 평균 페이스가 6분 30~50초이기 때문에 7분으로 시작해서 마무리는 6분 10초로 계획을 잡았다. 속도가 많이 단축되고 난 후 처음 뛰는 30km라 계획대로 될지 나도 궁금하지만 해내리라.


30km 목표니 한강을 향해 15km 지점에서 반환해서 와야겠다고 생각해서 오직 몸의 감각 시간으로 달리기를 했다. 엊그제 본 유튜브 다큐멘터리에서 케냐 선수들도 최신 기록 장비보다는 자신의 신체 감각 시간으로 달리기를 많이 연습한다. 나도 신체 감각으로 페이스를 조절하며 뛰어봐야지.


15km 구간 기록


요즘 기록이 단축되어서인지 작년에 7분 페이스가 거의 6분 30초 페이스로 바뀌었다. 완주 후 살펴보니 15km까지는 몸이 상당히 가벼웠다. 생각보다 페이스가 초반에 30초 정도 조금 빨랐다. 후반을 생각하여 느리게 달린다고 생각하고 7분 페이스라 생각했는데 6분 30초 전후였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자전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비껴서 달리느라 에너지도 많이 소비되었다.


낮 1시 30분쯤 출발했고 15도 온도여서 목이 말라서 한강 편의점에서 물과 에너지바 2개를 사고 반환점을 향해 달렸다.


한강 매화


반환점을 돌고 나오니 한강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훈련이라도 한강과 매화꽃은 찍어야 한다. 달리기 즐거움이므로.


한강


여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편하게 산책이나 하면 될 것을 국가대표 될 것도 아닌데 이리 힘들게 뛰는 이유가 뭘까 하고 또 묻게 되더라.


나는 왜 달일까?


달린 후 성취감 때문에 달릴까?


나의 한계를 내가 넘어서려고?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건강을 위해서?


글을 쓰기 위해서?


생활에 활력을 위해서?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한계를 넘어서고 싶어서 첫 풀코스 도전을 해서 완주했는데 왜 다시 도전하는지.


반환점을 돌고 나서는 흐름이 고르지 않다. 목도 마르고 다리도 무겁고 어깨도 아프기 시작한다. 몸에 무리가 슬슬 오기 시작한 거다.


반환점 돌고 15km 구간 기록


한강을 지나니 광명 마라톤 클럽 홍 00이 님을 만났다. 오늘 36km를 달린다고 한다. 요즘 마라톤 클럽에서 장거리 연습을 하고 있는 분이다. 힘들 때 만나서 더욱 반가웠지만 다시 혼자다.


같이 달리거나 페이스메이커가 있으면 훨씬 쉬운데 혼자 달리기는 참 어렵다.


반환점에서 에너지바 1개, 22km 한강에서 에너지바 1개를 먹고 다시 출발하려고 하는데 다리가 무겁고 허벅지도 통증이 있다.


그나마 주 5일 필라테스를 하면서 코어 힘과 허벅지, 종아리, 어깨 운동을 하고 있어서 근력이 많이 좋아졌다. 달리기가 힘들 때는 필라테스 운동을 하면서 땀을 흘린 보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마저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엄청 힘들어하고 있었을 테니까.


달리기는 달리기만 해서는 풀코스 완주하기가 힘들다.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스쾃, 계단 오르기, 플랭크 등 끊임없이 운동해야 한다. 작년 가을 춘천 마라톤 대회 이후 무릎이 아파서 잠시 쉴 때도 필라테스는 계속했다. 다시 뛰게 되더라도 기초체력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으로 유지했는데 잘한 것 같다.


요즘을 주 3~4회 달리기와 귀가할 때 18층 계단 오르기, 필라테스 주 5일, 플랭크, 아령으로 어깨, 팔 힘을 키우고 있다.


광명 마라톤 팀이 우르르 지나간다. 반갑다.


다시 혼자다.


마지막 5km는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허벅지, 발바닥, 다리가 아주 무거웠다. 새끼발가락은 물집이 잡히려는 느낌이 온다.


결국은 걸었다. 그러다가 '이러면 안 돼' 천천히라도 걷자. 걷자. 혼잣말을 하면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마지막 3km에서도 다시 걷는다. 잠시 걷다가 이런 안되지. 다시 뛰자 하면서 천천히 뛰었다.


마지막 30km 완주 알림이 어찌나 반갑던지.



걸으면서 가는데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스트레칭도 힘들어서 겨우 의자를 붙잡고 했다.

30km 3시간 15분 목표인데 3시간 33분에 완주했다.


계획했던 페이스는 완전 거꾸로 되었다. 갈 때와 올 때의 기록이 바뀌었으면 좋으련만.


한강에서 반환점 돌고 난 후


아쉬움이 남은 30km 완주였지만 마치 처음 달리는 것 같았다. 작년에도 달렸건만.

달리기는 항상 처음 같다.

익숙어질만도 한데 달릴 때마다 힘들다.


나는 오늘 달리기로 무엇을 배웠는가?


달리면서 호흡, 내 몸에 집중하기

생각 멈추기

달리기에 좋은 봄

훈련한 만큼 몸이 기억한다

어느 순간에도 긍정적으로 대안 찾기

혼자만의 고독과 시간을 이겨내기

페이스메이커의 소중함

대회 서비스의 중요성(물, 간식, 구간 표시)

기록 단축의 즐거움

끝나고 먹는 국밥

완주 후 성취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이겨내서 뿌듯함

달릴 수 있는 내 건강함에 감사

완주 후 '시' 소재 얻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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