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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좀 더 먹은 사람

아침엔 빵

by 그사이


“새 글 알림이 떴네. 작가님이 오늘은 어떤 글을 쓰셨을까?”


오랫동안 정든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니 아래로 내려가며 뿌옇게 흐려진다.

아직 돋보기를 쓰지 않는

눈동자가 크고 살짝 갈색이 도는 눈.

그나마 눈이 봐줄 만한데 그마저도 급성 백내장이라도 온 건가?


앗! 고맙게도 눈에 좋은 초록색이 나타난다.

‘아... 멤버십 작가님이 되셨구나. 그럴 자격이 충분하시지.‘

무엇을 선택하든 작가님 마음이다.

누구나 한 번뿐인 인생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사는 것을 응원한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다만 나는 정든 작가님과 하루아침에 이산가족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결정하기가 작가님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으리라 짐작한다.

‘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가?’


어느덧 7월의 삼분의 이가 지나고 있지만 벽에 가로막힌 듯한 기분은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꽤 긴 시간을 유지해 오던 시스템의 대격변은 파장이 크다. 더군다나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글 쓰는 일에 더해진 상업화는 자꾸 글쓰기를 위축되게 만든다. 쿨~ 하게 마음먹자고 하다가도 섭섭하고 속상해진다.

‘저것 봐. 홈화면이 위아래로 갈려있잖아.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글 쓰기 싫어진다고.‘

언더그라운드. 인디. 마이너 리그.

그사세..라고 불리는 걸까?


누군가 마음이 이상해진다면

무슨 이유로도 갈라 치기는 나쁜 거다.


“누굴 탓하겠어. 언제나 늦는 편인 내 탓이지. 누가 3수씩 하래? 그러게 일찍 일찍.. 중얼중얼 중얼..”

발행하려던 서랍 속의 글을 자꾸 빼내어 다른 곳으로 감추며 중얼거리자니 남편이 뭐라 한다.


“뭐 그리 사회에 불만이 많냐!”

“비 오는데 자꾸 중얼거리지 말고. 빵 먹어라.”

냠냠 짭짭... 우물우물.. 맛있다.

“계란에 양배추 많이 넣고 만들었구나.”

역시 아침엔 빵이다. 남(편)이 만들어주니 더 맛나다.

넌!
뭘 자꾸 거저먹으려는 거냐?
그러다가..

‘더 이상 이 사안에 대한 글을 쓰고 싶지 않은데 서운한 마음에 또 써버렸네.‘

언제가 되어야 파르르 떨지 않고,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진득한 사람이 되려는 건지 나는 아직도 한참 먼 사람인가 보다.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사람다워지는 것은 아니더라. 그러니 나이는 자랑이 아니다.

그냥 빵을 좀 더 먹은 사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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