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아지 비누
우리 집 강아지 비누.
비누와 열여섯 번째 가을을 함께 맞고 있다.
강아지의 시계가 아주 빠르게 흐르고 있음이 해마다 느껴진다.
이제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잠을 자는 것으로 소일하는 강아지와 일상을 함께 하고 있다.
귀가 안들려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 다른 강아지에게 놀란다. 게다가 눈이 거의 안 보이는 비누는 산책길에 나뭇가지에 부딪치기가 일쑤이고, 작은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넘어질듯 걷는 통에 앞쪽에 달려있던 이름표 조차 무거운가 싶어서 옆구리로 옮겨주었다.
산책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여서 날이 아주 좋고, 인적이 드문 시간에 잠깐 산책을 하고 있다.
반 정도는 걷고, 반정도는 안겨서 산책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벤치에 앉아 있다.
느리게 걷고 멈추어 바람을 느끼는 우리의 산책. 따뜻한 비누를 안고 걷는 산책.
우리는 여전히 산책이 좋다.
네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
비누야, 산책 가자~
올해 단풍이 정말 예쁘다. 그렇지?
글 한 줄을 써놓고 멍.
제목을 써놓고 멍.
독서일기는 자꾸 밀리는데 멍.
브런치 연재의 시작도 비누 이야기였고, 글쓰기 돌파구는 언제나 비누네요. 멍멍!
서서히 산책길에 홀로 나서는걸 연습하자고 다짐해보는데 함께 걷던 길을 혼자 걸으면 그렇게 어색하고 이상하더군요.
언젠가 그 길을 혼자 걸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비누의 근황이야기를 적다 보니 왠지 편지를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잘 못부르지만 노래가 흥얼거려집니다.
“가을엔 산책을 하겠어요~”
곱디고운 노래 한곡 동봉합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 편지.(고은 작사, 김민기 작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