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7일 근무, 경쟁력인가 희생인가?
날씨는 여전히 덥다, 그리고 주 7일 근무라니…
아침에는 분명 가을이 온 듯 선선한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오후가 되니 다시금 더위가 몰려왔다. 찜통 같은 날씨 속에서 물량을 나르는 직영사원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오늘은 더 많이 가져가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이런 더위 속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그런데 CJ대한통운이 이번 10월부터 주 7일 근무를 도입한다고 한다. 이 무더위 속에서 택배 기사들이 더 혹사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10월이 되면 날씨는 좀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날씨가 아니라 근무 조건이다. 주 7일 근무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언론에서는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한다고 보도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답은 다르다. 그 차이는 결국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셈이다. 언론의 역할이 정확하고 진정성 있는 정보 전달이라면, 이 사안에서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주 5일 근무? 현실은 주 7일 근무다
언론에서는 주 5일 근무제를 말하며 나머지 2일을 다른 사람이 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이야기는 공허하게 들린다. 현실적으로는 내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주 7일 근무제를 시행했는데도 물량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내 수익은 줄어들 것이다. 이는 생계에 큰 타격을 준다. 반대로 “물량이 줄면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쉬어라”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불안정한 수입은 큰 부담이다.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있는데, 일이 빨리 끝난다고 해서 그 시간을 활용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택배는 물량에 따라 노동 강도가 크게 달라진다. 물량이 많으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적으면 그만큼 시간이 줄어들지만, 문제는 물량이 매일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주 7일 근무가 도입되면 물량이 많은 날과 적은 날이 섞여 불규칙한 패턴으로 배분될 가능성이 크다.
주 6일 근무에서는 주말에 물량이 몰려 비교적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주 7일 근무가 되면 주말의 물량이 평일로 분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물량이 적은 날에도 출근해서 일해야 하며, 그날의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물량이 많은 날에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하지만, 그만큼의 수익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택배기사들은 매일 일하더라도 물량의 변동성 때문에 수입이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주 7일 근무는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투잡 권장? 현실은 더 많은 피로
게다가 주 7일 근무가 당연시되는 분위기에서 “투잡”을 권장하는 듯한 상황은 더욱 어이없다. CJ대한통운이 주 7일제를 도입하면, 다른 택배사들도 이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택배 기사들은 365일 근무에 가까운 형태로 일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한 피로와 과로는 오롯이 기사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이미 한국 택배업계에서는 과로로 인한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국토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사건이 여러 차례 보도되었으며, 그중 상당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평균 근무 시간은 하루 12~14시간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건강 악화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 7일 근무를 추가로 도입하는 것은 그들의 삶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
회사의 경쟁력 vs. 노동자의 희생
CJ대한통운이 주 7일 근무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자명하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업계는 이미 쿠팡 등 경쟁자들이 주 7일 근무를 시행하면서 더 빠르고 많은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그 흐름을 따라가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일부 사람들에게 주 7일 근무는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추가 수익을 원하는 기사들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기사들이 그런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과로로 고통받고 있는 기사들에게 더 많은 노동 시간을 강요하는 것은 건강 악화, 가족과의 시간 부족, 심리적 스트레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그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정은 내려졌고, 우리는 그 결과를 마주해야 한다
결국 주 7일 근무는 강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주 5일 근무를 하면서 나머지 2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발상은 이상적일 뿐이다. 택배 산업의 흐름은 이미 주 7일 근무를 향해 가고 있고, 이에 따라 택배기사들은 더욱 고된 근무 환경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과로사나 건강 문제로 인해 고통받는 기사들의 이야기를 더 자주 듣게 될 것이다.
이제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단순히 택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만 앞세우기보다,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고려한 정책과 근로 조건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쟁력 강화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