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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Sep 08. 2024

"택배의 무게, 삶의 무게"

명절 전 물량 배송

추석 연휴가 다가오자 물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사과, 배, 한우, 새우, 전복, 생선 등 다양한 선물 세트가 주를 이뤘다. 물량은 평소보다 조금 늘어난 정도였지만, 크기와 무게 탓에 체감상 1.5배는 더 많아진 듯했다. 평소 4~500개도 실을 수 있는 차량이지만, 선물 세트로 채우면 300개만 넘겨도 차량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배송할 때도 물건의 무게와 크기 때문에 손으로 나르기보다는 주로 수레를 이용해야 해서 시간이 더 걸렸다. 평소 오후 3시면 끝나던 일이 오후 6시까지 늘어났는데, 이는 분류장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늦어진 영향도 있지만, 물리적으로도 확실히 더 힘이 들었다.


처음에는 나만 힘든 건가 싶었지만, 오전 분류 작업 중에도 여기저기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 힘들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팀장조차 힘들다고 하는 걸 보니, 모두가 고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무게와 크기에 비례해 약간 더 많은 수당이 지급된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물론 큰 금액은 아니지만)


배송 중 선물 세트는 대부분 생물이어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았다. 평소보다 전화 문의도 더 많이 왔다. 배송이 늦어지면 직접 물건을 찾겠다는 고객들도 많았는데, 문제는 그 물건이 트럭 앞쪽에 실려 있을 때였다. 물건을 꺼내려면 다른 짐을 뒤적여야 해서 이후 배송이 더 어려워졌다. 고객에게 상황을 설명해 시간을 지연시키기도 하지만, 결국 그 물건을 전달해야 하니 계속 신경이 쓰였다.


포기하고 넘기면 편하겠지만, 고객이 꼭 물건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결국 내가 배송하는 코스와 고객이 찾으러 오는 장소를 맞추느라 애를 써야 했다. 다행히 물건을 잘 찾아 전달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직접 배송하지 않아도 되는 점에서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이 상황에서 '힘들 때는 기회다'라는 책의 구절이 떠올랐다.


평소보다 힘을 많이 쓰다 보니 갈증도 심하고 배도 더 고팠다. 예전 같았으면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편하게 식사하겠다고 생각했겠지만, 오늘은 힘이 부족해 밥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오후 6시에 배송을 하면 화를 내는 고객이 있어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오늘은 그조차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내 몸이 더 중요했다. 물량이 많으면 수익도 늘어나니 욕심도 나지만, 사람에게는 한계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햇빛은 뜨겁고 물건은 무거웠다.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집에 많이 있어 엘리베이터는 더 바빴다. 게다가 회사에서 오랜만에 각 가정으로 보내는 택배가 많아, 처음 가는 곳도 있었다. 숨겨진 번지를 찾기 위해 더 신경 써야 했다. 평소에 지리를 잘 파악하지 않았더라면 고생했을 것이다. 도로명 주소 체계가 잘 되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불분명한 곳이 많았다. 풀이 자라 도로명 주소를 가린 곳도 있고,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맨 곳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송을 마치고 일정 수량을 채웠다는 만족감은 또다시 다음날 배송할 힘이 되었다.


곧 다가올 명절 연휴에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얻기 위해 기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어느 택배사든지 이 일은 분명 몸이 힘들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분명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 운동을 따로 하지 않던 내게는 충분한 신체 활동이 되었고,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영업이나 실적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마음의 짐이 덜하다. 많은 직장인들이 상사와의 갈등이나 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이 일은 그런 점에서 자유롭다.


힘들면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라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있는 곳에서는 택배 배송만큼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일이 거의 없고,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이 일이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만큼 장점이 있기에 오래도록 일을 해 온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물량 감소로 인해 수익이 떨어졌지만, 요즘처럼 물건이 무거워 힘들 때는 차라리 물량이 줄어든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연일 과도한 노동으로 쓰러지는 쿠팡 기사들을 볼 때면 그들이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 돈도 중요하지만, 내 몸이 우선이라는 걸 알면서도 배송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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