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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Sep 15. 2024

술잔 속에 묻힌 감정

추석 배송이 끝나고 회포

힘들었던 명절 추석 배송이 끝이 났다. 회포를 풀고자 마음 맞는 사람끼리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 추석 배송은 작년에 비해서는 수량이 적었지만, 그래도 저마다의 고충을 토로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초반에는 별 문제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지만, 결국 3차쯤 가니 문제가 터졌다.


평소 자신의 팀에 불만이 많던 동료1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하자 그의 친구 동료2가 그 모습에 화가 난 것이다. 불만이 있으면 속으로 쌓아놓지 말고 직접 이야기해서 개선시키라는 조언이었다. 동료2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동료1에게 설득을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고집이 강한 두 사람이라 서로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서로 자신의 할 말만 하고 상대방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상황이 되었다.


둘은 30년 지기 친구이기에 서로 거리낌 없이 할 말을 주고받는 상황이라 여기며 거침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너는 왜 이런 술자리를 가질 때 팀원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드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내 마음속 이야기를 하는 게 잘못된 거냐?"

"너는 네가 행동하지도 못할 이야기를 왜 하냐?"

"너는 내 입장을 모른다. 나이도 많은 형님들한테 그럴 수는 없다."

"문제가 있으면 욕을 하고 들이받아라. 문제가 있는 걸 가만히 놔두면 병이 된다."

"너는 상대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온전히 네 생각만 하니까 네가 여자를 못 만나는 거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계속되었다. 결국 똑같은 말이 되풀이되고 감정은 점점 격해졌다. 동료1이 결국 동료2에게 옛날 일을 끄집어내며 결정적인 말을 했다.


"너 옛날에 술 취해서 문제 만들었을 때 해결한 거 누구였냐? 너 형편없던 과거 잊었냐? 그거 옛날에 내가 다 해결해 준 거다."


그 말에 동료2가 완전히 빈정이 상했다. 힘들었던 과거가 생각났는지, 잊고 싶었던 기억이었는지 급격하게 흥분했다. 주먹질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듯 보였다. 동료2는 가까스로 때리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며 집에 가겠다고 이야기하자, 동료1이 그를 제지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감정이 많이 상했는지, 동료2는 결국 동료1에게 손찌검을 했다. 그러나 동료1은 그의 손찌검에도 맞아도 상관없다며 감정이 틀어진 그를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다며 설득을 지속했다.


그렇게 서로를 설득하는 시간이 지속되었다. 그렇게 대화가 오가더니 결국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시 나누는 게 보였다. 30년 지기 친구이기에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이해해 주는 듯 보였다. 이후의 이야기는 나도 술에 취해 더는 들어주기가 힘들었다. 둘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어떤 건 네 말이 맞고, 어떤 건 네 말이 맞다며 공감해 줬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상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급격하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며 피로감이 이어졌다.


둘은 30년 지기 우정을 가진 친구이기에 서로가 각별한 사이라 느끼고 있지만, 오히려 남보다 못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분명 서로에게 필요한 조언이었겠지만, 아무리 좋은 말도 내 의견과 상반되고 듣기 싫은 조언은 의미가 없다. "네가 못나서 그래"라는 상대방을 비하하는 조언은 기분을 나쁘게 한다. 이미 그때부터 둘 사이는 금이 가는 듯 보였다.


다음 술자리에서도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거면 자신을 부르지 말라던 동료2의 모습은 안타까워 보였다. "그럼 술자리에서 속 깊은 이야기를 하지, 언제 하냐?"던 동료1의 말에 나는 오히려 공감한다. 나름대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며 자부하는 동료2의 언행에는 동조할 수 없었다. 물론 긍정적이고 밝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술자리에 오가는 게 좋지만, 그게 강조되고 마음을 숨기는 형태가 되는 것에는 반대한다. 그럼 그건 그냥 일반 회식 자리거나, 자리가 불편한 자리인 건데, 그런 자리에는 안 가는 게 맞다고 생각되었다.


둘의 사이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곧 친구 관계가 파탄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배려하고 잘 대해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상대를 막 대하면 결국 감정이 상한다. 친해서 막 대하는 건 옳지 못한 방법이다. 나도 가끔 친해서 막 대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 있다. 동료1, 2는 서로 막 대해도 서로 이해해 주는 사이라고 고집하지만, 내가 볼 때는 이미 마음의 앙금이 서로 존재한다. 나도 예전에 답답하게 행동하는 친구가 있어 지적한 적이 있다. "네가 언제 상대의 마음을 배려해 준 적이 있기는 하냐?"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내가 먼저 행동해야 한다며 훈계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향후 3년 동안 그 친구와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러다 그 친구가 먼저 다시 연락이 와서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더 이기적이었던 것 같다. 친하다고 생각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면 그걸로 관계는 종료된다.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친구가 볼일이 없는 사람이면 그걸로 끝을 내도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어쩌면 제3자인 내가 끼어있었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둘이 있을 때는 싸우지 않더라도, 남이 있으면 내 생각이 맞다는 모습을 보여 우월감을 나타내고 싶어하는 것이다. 내가 듣기에는 서로 맞는 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내 의견에 동조하지 않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고, 설득시키기 위해 답 없는 대화가 계속된다.


결론적으로는 즐거운 술자리가 끝에 가서는 싸움으로 번지는 형국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후에도 술자리를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내 이야기만 하고 싶고 듣고 싶어하는 사람을 찾는 건 당연한 섭리 아닐까 싶었다. 마지막에 서로 싸우지 말고 잘 지내라고 말하며 나도 귀가했다. 개운치 않은 결말이었지만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나 또한 어떤 사람에 대해 이 사람이 이 부분을 고쳤으면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행동이 고쳐지지 않고 반복될 때 내 감정은 상하고 상대를 미워한다.


나는 이러한 순간에 마주할 때 가장 상처받는 것은 내 자신임을 깨달은 적이 있다. 나만 일하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놀고 먹고 일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꼼수를 부리는 것 같고 나를 이용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상대에게 지적함으로써 내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여기지만, 그 행동에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내가 생각하는 옳은 행동이 상대에게는 그 행동이 옳지 않은 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택배 물건을 싣기 전에 동호수별로 구별해놓고 순서대로 싣는 것은 그만의 방식이다. 그런 그에게 물건을 왜 그렇게 쌓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냐며 타박한다면, 그 사람은 반박할 것이다.


서로가 옳다고 믿는 것이 다르기에 일어나는 결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많은 대화가 동반되어야만 한다. 그걸 왜 그렇게 하는 건지, 어떻게 하는 게 효율이 좋은지 대화를 통해 이뤄낼 수 있다. 그냥 막무가내로 "왜 이렇게 하냐"며 훈계하면 당연히 말을 듣지 않는다. 이제 택배 배달한 지 만 1년 된 사람이 택배를 10년 넘게 하는 사람에게 지적질을 하면, 그 이야기를 듣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우선은 내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러한 점을 악용해서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이 있기에 화가 날 때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을 대하는 내 태도임이 분명하다. 정해진 원칙을 준수하고 일하며, 상대에 대한 평가는 되도록 자제할 때 내 마음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준수할 수 있도록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곳도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이다. 남이 나를 이해해 줬으면 하는 게 사실이지만, 잘 안되는 것도 현실이다. 무언가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팀에는 팀장이 존재하니까 일단 그와 상의를 하거나 팀원들과 대화해야 한다. 누군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지적할 게 아니라 "제 생각에는 이게 더 좋을 것 같다"며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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