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프롤로그랄까?
원두커피가 떨어져 인스턴트 알갱이 커피를 물에 말아 마시면서 생각한다. 이 또한 대체물이 아닌 커피다. 인스턴트커피의 구성성분을 꼼꼼히 읽어낼 필요도 없다. 그냥 내가 스스로 맛있는 커피라고 그렇게 믿으면 되는 거다.
내 삶을 구성하는 많은 이야기 중 대체 몇%나 진실이고 사실이고 객관적일까? 10개의 꼭지로 풀어본 내 연애의 역사는 그래서 소설적이다. 역사가 진실만으로 구성되었다고 믿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허구다. 우리는 대체로 스스로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2022년 10월, 정진석 국회의원의 두뇌에서 새롭게 구성된 황당한 한일관계의 역사에 대해서는 말할 가치도 없지만, 그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수준의 역사를 왜곡하고 그토록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 두뇌의 작동원리인 자기중심적 인지오류 이외엔 설명할 도리가 없다. 역사도 스토리텔링이지만, 미시사의 경우 팩트 아닌 허구라도 그냥 옛날이야기로 지나칠 수 있다. 그러나 거시사의 경우는 다르다.
누구나 일반적이고 보편적으로 알고 있고 알아야할 사실적 기록은 엄연히 존재한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스스로 믿어도 될 일이 있고, 스스로를 믿어서는 아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사랑이야기로 간주될지도 모를 연애사 아닌 연애사로 풀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1970 ~ 80년대까지의 레트로 스타일의 연애? 또는 로맨스라 일컬어지는 감각의 기억들을 소설로 엮었다. 상대방과의 소통 없이는 불가능했던 그 시절의 연애들은 대체로 금은형의 연애기처럼 짝사랑이거나 환상이거나 망상에 가깝다가 혼기가 되어 본격적인 혼담이 오고갈 때가 되어 비로소 짝짓기가 완성되곤 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세계는 점점 더 소통이 아닌 불통의 관계가 일반화되고 함께 보다는 혼자라는 지향점으로 상호소통하며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인간미를 지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7,80년대에 내가 꿈꾸던 사랑이 환상이었다면, 펜데믹 이후 메타버스 시대는 사랑을 꿈꿀 필요조차도 없는 완벽한 사랑의 가상소설 속에서 사랑에 대한 환상마저 사라지는 현실이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삶의 본질이 메타팩션으로 소설과 같다는 것은 팩트이지만, 삶이 소설적인 것과 소설이 삶이 되는 현실은 다르다. 그래서 어쩌면 이 소설책은 알파세대들을 위한 구시대의 사랑에 관한 역사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금은형은 단 한 번도 서로가 상호 소통하는 사랑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소설을 읽는 여러분들은 모쪼록 아름다운 상상력이 사랑의 현실로 구현 되는 유니크한 자신만의 리얼 월드를 또 새로운 메타버스로 만들어 새로운 사랑의 역사를 써나가기를 기원하며 긴 사랑의 역사를 마무리한다.